[OSEN=지민경 기자] 병원 전공의 집단 파업 사태로 인해 안방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의학 드라마가 2025년 다시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의료대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돌아온 의학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 한 해 온 사회를 들끓게 했던 의료 대란은 지난해 2월 정부가 2000명 규모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기지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의대 증원에 반대한 의사 및 의대생들의 '2024년 의료정책 추진 반대 집단행동’에 나섰고, 병원 전공의들은 집단 파업에 돌입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의료진에 대한 대중의 반발심이 커지고,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고, 이는 의학 드라마에도 불똥이 튀었다.
그간 의학 드라마는 방송가에서 '흥행불패'로 여겨지는 장르로 꼽혔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열정 넘치는 모습과 실감나는 수술 장면들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 이에 대부분의 의학 드라마들이 호평 속에 좋은 성적을 거두곤 했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과 맞물리자 더이상 시청자들은 의학 드라마 속 캐릭터들과 상황들에 몰입하지 못할 것 같다는 반응을 쏟아냈고, 결국 지난해 3월 방송 예정이었던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편성이 무기한 연기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슬전생’)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환자를 돌보는 종합병원 교수와 전공의들의 병원 생활, 우정을 담은 드라마. 배우 고윤정을 비롯해 신시아, 한예지, 강유석, 정준원 등이 출연해 기대를 모았지만, 하필 이번 의료 대란의 핵심인 전공의를 주인공으로 다룬 만큼 대중의 반감이 더욱 컸던 것.
결국 ‘슬전생’은 지난해 하반기로 편성이 밀렸지만 이마저도 불발되고 표류하게 됐다. 무기한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지만 tvN 측은 23일 올해 라인업을 공개하며 ‘슬전생’을 오는 4월 편성했다고 알려 눈길을 끌었다.
또한 ‘슬전생’에 앞서 또 다른 의학 드라마인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도 오는 24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인기리에 연재된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와 동명의 웹툰을 원작 삼아 드라마로 각색됐다.
전공의 파업 여파가 ‘중증외상센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OTT 작품인 만큼 시국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순조롭게 공개까지 이르렀다.
주지훈은 최근 ‘중증외상센터’ 관련 인터뷰에서 작품이 한국 의료계에 시사하는 점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저는 한국 의료계에 잘 모른다"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떼면서도 "그런데 유쾌, 상쾌, 통쾌하다는 제 반응이 기획단계부터 받아들여졌다"라고 사회적 문제와 '중증외상센터' 사이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저는 저희 드라마가 메디컬 드라마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청자 분들에게 모든 분류의 부조리, 세상 자체에서 모든 직업의 부조리가 있지 않나. 제가 전문의는 아니지만 뉴스를 봐도 '이건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부분들이 있지 않겠나. 우리 팀을 일종의 어떤 캐릭터라고 본다면 우리 팀이 그걸 속시원하게 해결해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오랜만에 의학 드라마들이 속속 방영을 예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 대란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시청자들은 이들 드라마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mk3244@osen.co.kr
[사진] 넷플릭스,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