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용산구, 고성환 기자] 김단비(35, 우리은행)의, 김단비에 의한, 김단비를 위한 하루였다. 김단비가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를 포함해 8관왕을 거머쥐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24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을 개최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몰텐 신인선수상, 포카리스웨트 MIP(기량발전상) 등 출입기자단 투표에 의한 부문과 득점상, 3득점상, 맑은 기술 윤덕주(공헌도)상 등 통계에 의한 부문으로 나눠 수상자가 정해졌다. 또한 2개 부문 시상이 신설됐다. 아시아쿼터 선수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GTF 아시아쿼터 선수상'과 '티켓링크 최다 관중 상'이 새로 추가됐다.
통계 부문부터 김단비가 4관왕을 거머쥐었다. 그는 경기당 평균 득점 21.10점, 리바운드 10.90개, 스틸 2.07개, 블록슛 1.52개를 기록하며 4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득점상과 리바운드상, 블록상, 스틸상을 휩쓸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끽한 김단비다.
3득점상은 64개를 성공한 강이슬, 어시스트상은 평균 7.03개를 기록한 허예은(이상 KB 스타즈)이 거머쥐었다. 자유투상은 성공률 82.69%를 자랑한 김소니아(BNK 썸), 3점 야투상과 2점 야투상은 각각 키아나 스미스(37.50%)와 이해란(56.34%, 이상 삼성생명)의 몫이 됐다. 허예은과 이해란은 나란히 커리어 최초로 통계 부문 수상에 성공했다.
투표 부문에서도 김단비가 계속해서 호명됐다. 그는 최고 공헌도(964.45)를 기록하며 윤덕주상을 받았고, 각 팀 감독으로 구성된 기술위원회 6표 중 3표를 획득하며 우수수비선수상까지 석권했다. 모범선수상과 식스우먼상은 각각 김정은(하나은행), 조수아(삼성생명)에게 돌아갔다.
MIP의 주인공은 키아나 스미스가 됐다. 그는 전체 34표 중 17표를 획득하며 이명관(우리은행)을 단 2표 차로 제치고 수상에 성공했다. 최고의 아시아쿼터 선수에는 나가타 모에(KB 스타즈)가 이름을 올렸다.
지도상은 우리은행의 통산 15번째 우승을 이끈 위성우 감독이 수상했다.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 그는 "이명관이 MIP를 받을 줄 알았는데 못 받아서 아쉽다. 내가 줄 수 있는 상은 없다. 하지만 이 상금(300만 원)을 주도록 하겠다"라고 말해 뜨거운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이명관도 깜짝 놀란 얼굴로 밝게 웃었다.
BEST 5는 센터 배혜윤(삼성생명), 포워드 김단비와 김소니아, 가드 허예은과 키아나 스미스로 꾸려졌다. 김단비는 이번 수상으로 5시즌 연속 베스트 5의 한 자리를 꿰찼다. 지난 시즌 신인상을 받았던 키아나 스미스는 1년 만에 베스트 5까지 거머쥐었다.
특별상은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한 김정은이 차지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정선민 전 감독의 통산 8140점을 넘어서며 역사를 세웠다. 김정은은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끝내기엔 너무 아쉬울 것 같다. 무엇보다 선수들끼리 작게 뒷풀이를 했는데 1년만 더 해주면 안 되겠냐고 했다. 진심을 얻었다. 더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현역 연장을 발표했다.
가장 경합이 치열했던 신인상의 주인공은 바로 재일교포 홍유순이었다. 전체 1순위로 신한은행에 입단한 그는 29경기 평균 26분18초를 뛰며 8.10점·5.7리바운드·1.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WKBL 출범 이후 신인 최초 4경기 연속 더블더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홍유순은 이민지(우리은행), 송윤하(KB스타즈)와 뜨거운 경쟁을 이겨내고 생애 1번만 누릴 수 있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이민지와 송윤하가 후반기 들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3파전을 펼쳤지만, 시작부터 치고 나갔던 홍유순이 최종 승자가 됐다.
대망의 MVP는 이변 없이 김단비에게 돌아갔다. 그는 올 시즌 29경기에서 평균 35분 55초를 소화하며 경기당 평균 득점 21.10점, 리바운드 10.90개, 어시스트 3.6개, 스틸 2.07개, 블록슛 1.52개 등을 기록했다. 공헌도(964.45)와 블록슛, 스틸, 리바운드, 평균 득점 모두 1위다.
수치만 봐도 MVP 자격이 충분하다. 통합 우승을 일궈내고 MVP를 차지했던 2022-2023시즌 본인의 기록도 뛰어넘은 2024-2025시즌 김단비다. 말 그대로 공수에서 존재감이 넘쳤다. 라운드 MVP도 3차례(1, 2, 5라운드)나 손에 넣었다. 5라운드에서는 역대 5번째로 '만장일치' MVP에 오르기도 했다.
뜻깊은 기록도 여럿 따라왔다. 김단비는 지난해 11월 WKBL 역대 5번째 '통산 7000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여기에 통산 2000어시스트와 100번째 더블더블, 3점슛 600개라는 금자탑도 쌓았다.
그 덕분에 우리은행도 예상을 깨고 통산 15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KB 스타즈에 트로피를 내줬던 지난 시즌과 달리 김단비의 맹활약을 앞세워 21승 9패를 기록,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자연스레 MVP는 김단비의 몫이 됐다. 그는 기자단 투표 116표 중 116표를 획득하며 역대 6번째 만장일치 MVP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한 선수는 정선민 전 감독(2회)과 박지수(3회)뿐이었다.
김단비는 2022-2023시즌에도 이견이 없는 MVP에 도전했으나 110표 가운데 3표를 놓쳤다. 하지만 이번엔 116표를 싹쓸이하며 개인 통산 2번째 MVP를 손에 넣었다.
아울러 김단비는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인 8관왕까지 달성했다. 그는 MVP를 비롯해 윤덕주상, BEST 5 포워드, 우수수비선수상, 득점상, 리바운드상, 스틸상, 블록상을 휩쓸며 2023-2024시즌 8관왕을 기록했던 박지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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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