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다. 오현규(24)가 뛰고 있는 벨기에 KRC 헹크가 토르스텐 핑크(58) 감독과 무기한 계약 연장을 체결했다.
헹크는 28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눈앞에 두고 핑크 감독을 비롯한 그의 코칭스태프들은 클럽과 계약을 무기한 연장했다"라고 발표했다.
헹크는 "핑크는 헹크에서 집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그는 첫 시즌부터 다시 한번 멋진 축구를 펼쳤다. 헹크는 핑크의 지휘 아래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가장 큰 목표인 유럽대항전 진출을 빠르게 달성했다. 라커룸 분위기도 훌륭하고, 클럽 관리에 대한 협조도 원활하다"라고 계약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헹크는 6년 만의 벨기에 리그 우승에 도전 중이다. 지난 시즌엔 5위에 그쳤지만, 작년 7월 부임한 핑크 감독과 함께 정규리그 1위를 기록했다. 30경기에서 21승 5무 4패를 기록하며 승점 68을 쌓았다.
이제 남은 건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티켓이 걸린 챔피언십 라운드. 벨기에 리그는 상위 6팀이 각자 30라운드까지 벌어들인 승점의 절반을 갖고 챔피언십 라운드에 진출한다. 여기서 헹크가 선두 자리를 지킨다면 2018-2019시즌 이후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게 된다.
헹크는 중요한 챔피언십 라운드를 앞두고 핑크 감독과 이른바 '종신 계약'을 맺으면서 절대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고 해도 계약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한 계약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헹크는 핑크 감독뿐만 아니라 수석 코치와 비디오 분석관까지 계약을 무기한 연장했다.
핑크 감독은 "선수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꽤 많은 클럽을 거쳤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헹크가 지닌 최고의 스포츠 문화와 클럽의 가족적 성격은 내가 일하기에 좋다. 클럽은 이미 정상에 있지만, 야망으로 불타고 있다. 계속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나도 큰 열정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디미트리 드 콘데 헹크 디렉터도 핑크 감독의 계약 연장을 반겼다. 그는 "축구에선 너무 빨리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핑크는 완벽히 해냈다. 그는 첫날부터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줬고, 그날의 광기에 휩쓸리지 않았다"라며 "핑크는 팀과 함께 어디로 가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열정으로 모든 사람을 끌어들인다. 그와 코칭스태프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 클럽에 헌신하게 돼 기쁘다. 우리는 미래를 야심차게 바라보고 있다"라고 기뻐했다.
독일 출신 지도자인 핑크 감독은 현재 오현규의 스승이다.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헹크에 부임하자마자 오현규를 영입했다. 셀틱에서 입지를 잃었던 오현규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기회였다.
오현규는 핑크 감독 밑에서 '슈퍼 조커'로 자리 잡았다. 그는 주로 교체 출전하면서도 올 시즌 32경기 10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최고의 활약을 바탕으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도 꾸준히 발탁되고 있다.
핑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FC바젤을 지휘하며 박주호와 함께했고, 함부르크에서는 유망주였던 손흥민을 지도했다. 2017년엔 아우스트리아 빈에서 이진현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한파'인 핑크 감독 사단의 무기한 계약 연장은 오현규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가 큰 부상을 입거나 급격한 부진에 빠지지 않는 이상 지금처럼 신뢰받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도 핑크 감독의 지도 아래 잠재력을 꽃피워야 하는 오현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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