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우리 시대 ‘판타지스타’로 불린 안정환(36)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안정환은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해 11월 다롄 스더(중국)와의 계약이 만료된 뒤 귀국한 그는 두 달여의 시간 동안 거취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성남 일화, 전남 드래곤즈에서 관심을 보여 K리그 복귀가 예상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프로축구 진출도 염두에 뒀다. 하지만 그는 오랜 해외 생활로 힘들어한 가족을 위하고,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부담에 은퇴를 결정했다.

안정환은 “인생에 있어서 많은 행운의 시간이었고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세 번이나 밟았는데 선수로서 누릴 수 있었던 걸 다 누려서 너무 좋고 행복했다”며 행복한 선수 생활을 지냈다고 돌이켰다.

눈물을 흘리며 은퇴의 아쉬움을 표출한 그는 향후 진로에 대해 “아내가 하는 화장품 사업 등을 돕고 싶다. 예전부터 유소년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쪽으로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음은 2002년인데 지금 몸이 2012년이다. 운동도 개인적으로 하면서 몸상태가 충분히 할 수 있는 걸 느꼈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결정을 쉽게 못 내렸다”며 선수 생활 지속 여부를 놓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 은퇴를 결정했는데 소감은?
오늘이 마지막 축구선수 안정환이라고 불러보는 안정환이다. 나는 14년간의 프로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고자 축구선수로서의 은퇴를 말하려고 이 자리에 왔다.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글을 몇 자 적어봤는데 간단하게 말씀 드리겠다. (한숨)

(프로선수로서) 축구화를 신은 지 14년 정도 됐다. 98년 K리그에 입단해서 2000년부터 이탈리아나 일본, 프랑스 거치면서 다양한 축구를 경험하면서 성공이라고 하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고 실패라면 실패를 했다. 인생에 있어서 많은 행운의 시간이었고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세 번이나 밟았는데 선수로서 누릴 수 있었던 걸 다 누려서 너무 좋고 행복했다. 지금 모든 선수 생활을 회상하면 기억나는 게 많지만, 2002년 한국에서 같이 웃을 수 있고 그런 영광스런 대회에서 뛰고 사랑을 받게 되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K리그로 돌아오고 싶었고 뛰고 싶었지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생각처럼 쉽게 결정 내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힘들었던 한 달이었다. 나를 끝까지 기다려주셨던 신태용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매일매일 통화했었다. 나를 여태까지 지도를 해주신 대표팀 감독, 프로팀 감독, 모든 지도자분들 감사 드린다. 외국 나가서 뛸 수 있게끔 발판 마련해주신 선배님들, 선수 하고 있는 이동국, 은퇴를 했지만 고종수와의 1998년을 너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제가 운이 좋고 행운이 많았다. 개인의 운보다는 하나님의 뜻인 것 같다. 객지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을 텐데 도와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해외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고 많이 어려웠는데 그때마다 나를 사랑해주신 팬에게 감사하다. 많은 관심 보인 언론 감사하다. 어떠한 말로도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그 마음은 죽을 때까지 내 자식에게도 기억해달라고 얘기할 것이다.

오늘 이후로 축구선수로서 이별일 지는 몰라도 축구 때문에 얻었고 대한민국 축구 시작해서 많은 사랑 받아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어떤 방법이든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랑하는 가족과 팬들 모든 사랑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더 이상의 축구선수가 아닌 평범한 가장으로서 한 축구 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한국축구를 응원하겠다. 감사 드린다.

- 말씀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눈물의 의미는?
눈물을 안 흘릴 거라고 자신을 했는데 나도 모르게. (흘렸다) 내가 14년 동안 선수 생활 하면서 해왔던 게 필름처럼 지나가고 힘든 것보다 좋았던 게 스쳐갔다. 기쁨의 눈물일 수 있지만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는 눈물인 것 같다.

- 선수 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마음은 2002년인데 지금 몸이 2012년이다. 운동도 개인적으로 하면서 몸상태가 충분히 할 수 있는 걸 느꼈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결정을 쉽게 못 내렸다. 아쉬운 부분 때문에 눈물을 더 흘렸다.

- 은퇴 후 계획은? 한국 축구에 기여할 것인지?
당분간 조금 쉬고 싶다. 나만을 위해 아내가 많이 희생하고 나를 위해 고생했는데 아내가 하는 화장품 사업 등을 도와주고 싶다. 예전부터 유소년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쪽으로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 있다. 축구 발전을 위해서 기초가 중요하다. 밑에서부터 도움을 주고 싶다.

- 은퇴 경기를 고사한 이유는?
뛰고 싶다.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축구에 중요한 시점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그런 경기를 하는 것은 한국 축구 발전에 해가 될 수도 있다. 월드컵으로 가는 중요한 경기여서 내 뜻을 전달했다. 월드컵 진출이 결정되고 불러준다면 영광스러울 것이다. 그것은 추후 대한축구협회와 상의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 어려운 학창 시절을 보낸 게 현재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강한 마음을 줬다. 안정환이라는 이름을 알리고 안정환을 만든 계기가 됐다.

- 그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인물은?
중학교 때 볼보이로 처음 프로축구 경기장에 갔을 때다. 김주성 선배 사인을 받으러 갔는데 사인을 안해주고 가셨다.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다. (웃음) TV보면서 따라 하고 싶었던 선수여서 나도 프로축구선수가 돼서 사인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 아내 이혜원 씨와 어떤 얘기를 나눴나?
서로 누워서 아무 얘기도 못했다. 나도 아프고 아내도 아팠다. 아내가 울면서 자지 않았나 싶다.

- 김남일이 K리그로 복귀 했는데 아쉬움은 없는가?
하고 싶지만 내가 지금 하는 게 맞는지 생각했다. 아쉬울 때 떠나는 게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남기는 것 같아 결정했다. 너무 힘든 14년의 프로 선수 생활이었다. 이제는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도 힘들어 했다.

- 언제가 가장 힘들었는가?
돈의 유혹이 있을 때였다. 팀을 옮길 때마다 금전적인 유혹이 많았는데 그 때가 제일 힘들었다. 다른 리그에 가서 하고 싶었는데 팀을 옮길 때마다 왜 옮기냐는 따가운 시선도 힘들었다.

- 아내의 화장품 사업을 돕고 있는데 사업가로서 적성에 맞는가?
처음은 힘들더라. 안 해본 일이어서 힘들었고 배우고 있다. 많이 느끼고 있으며 인생 공부를 하고 있다. 쉬운 일은 없지만 사업을 배우고 싶고 그쪽으로 성공을 원한다.

- 1998년 트로이카 중 이동국만 선수 생활을 하는데 한 마디 전한다면?
선배로서 (이동국이) 잘해서 기쁘다. 그 당시 나와 종수, 동국이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팬들과 국민들에게 감사하다. 동국이가 마지막까지 K리그를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 2002년에 블랙번 입단이 좌절됐을 때의 심정은?
사인하고 비행기 티켓까지 끊었지만 입단하지 못했다. 그 때 힘들었다. 성사돼서 갔다면 인생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당시 사인용지를 갖고 있다. 가끔 정리하면서 보는데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종이 한 장이어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

- 지도자로서의 야망이 있는지?
내가 지도자를 할 그릇이 못 된다. 많은 감독님 밑에서 배웠는데 힘든 자리였다. 대우 시절 힘든 과정 속에서 돌아가신 (신윤기) 감독님을 보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민이다.

- K리그에서 홍보대사 역할을 부탁한다면 응할 것인가?
좋다. 언제든지 도움이 되겠다.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

- 한국 축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는데?
좋은 일, 나쁜 일 등 이슈만 만들었던 것 같다. (웃음) 팀도 없어서 개인 연습을 한 적도 있다. 발자취보다 우여곡절을 남겼다.


사진=이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