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승부처에서 박병호를 거를 수 있을까
입력 : 2013.10.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이영하 기자= 8일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 김진욱 감독은 승부처에서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를 거를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미디어데이가 끝날 즈음 김진욱 감독에게 짓궂은 질문이 나왔다.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경기의 9회 말 2점 차 2사 만루에서 4번 타자 박병호가 타석에 선다면 감독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한 치 주저 없이 박병호를 걸러 보낸다고 답변했다.

물론 미디어데이 특성 상 허허실실(虛虛實實)이겠지만 김진욱 감독의 답변엔 뼈가 있다. 박병호는 2년 연속 시즌 MVP 후보에 오르며 타율 0.318 37홈런 117타점으로 리그 최고 타자로 거듭났다. 누구라도 승부처에서 이런 타자를 상대하길 꺼려할 거다. 2사 만루에서 한 점을 주는 모험을 감행하고서라도 상대하고 싶지 않은 타자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김진욱 감독은 정말로 박병호를 거를 수 있을까.

올 시즌 박병호의 두산 상대 성적은 타율 0.400 5홈런 21타점이다. 타자와의 정면 승부를 즐기는 투수가 아니라면 박병호는 단연 거르고 싶은 1순위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다.

대체로 박병호의 뒷 타순은 김민성과 강정호다. 김민성은 올 시즌 0.282 타율에 15홈런 72타점을 기록하며 넥센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다. 특히 홈런 부문에서 커리어하이다. 강정호는 말하면 입만 아픈 명실공히 리그 최고의 유격수다. 올 시즌 타율 0.291에 22홈런 96타점으로 클래스를 증명했다.

그렇다면 결국 도박이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한 개. 박병호를 걸러도 김민성과 강정호가 버티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이 두 타자의 두산 상대 전적도 박병호에 뒤지지 않는다. 김민성은 타율 0.339에 3홈런 15타점, 강정호는 타율 0.368에 4홈런 21타점이다. 이쯤 되면 2사 만루에서 박병호를 걸러야 될 상황을 걱정할게 아니라 그런 상황이 안 나오길 바라는 게 나을 듯 하다.

박병호의 시즌 볼넷은 92개로 리그 1위다. 볼넷이 많다는 점은 타자의 선구안이 좋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상대방이 어렵게 승부했다는 점 또한 증명한다. 그리고 이 수혜는 그대로 박병호의 뒷 타선인 김민성과 강정호가 가져갔다. 김민성과 강정호는 올 시즌 각각 72타점과 96타점으로 본인의 타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요약하면 상대방이 박병호를 거르고 난 뒤의 찬스를 김민성과 강정호가 해결했다는 것.

미디어데이에서 나온 질문은 물론 가정이다. 하지만 야구는 모른다. 언제 어디서 그런 상황이 나올지 예측 불가능한게 바로 야구다. 과연 두산은 똑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박병호를 거를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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