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눈] LG 손주인의 주루사로 본 오심의 경중(輕重)
입력 : 2013.10.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올 시즌 프로야구는 어느 때보다 오심 논란이 뜨거웠다. 오심 하나로 언론과 네티즌의 집중 포화를 받으며 2군으로 내려간 심판도 있었다.

17일 열린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도 오심이 있었다.

2-0으로 앞선 LG의 8회말 공격, 1사 3루의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3루 주자는 손주인이었다. 두산 포수 최재훈이 벼락같은 송구로 방심한 손주인을 아웃시켰다. 역동작에 걸려 타이밍상 아웃이었지만 느린 화면으로 봤을 때는 명백한 세이프였다. 경기가 2-0으로 그대로 끝나는 바람에 승부에는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만약, 두산이 경기를 뒤집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6월 15일, LG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던 잠실구장. 올 해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오심이 나왔다.

LG 선발 리즈와 넥센 선발 나이트가 팽팽한 투수전을 벌이며 0의 행진이 계속됐다. 문제의 5회말, 나이트가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박용택이 3루 땅볼을 쳤다. 3루수 김민성이 이를 잡아 2루에 송구했다. 포스 아웃 상황. 그런데 세이프가 선언됐다. 넥센 벤치는 강하게 어필했고 느린 화면으로 확인해도 완벽한 아웃이었다.

이후 나이트는 크게 흔들렸다.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등 내리 8점을 실점했다. 팽팽하던 경기는 일순간 맥이 풀렸고 LG의 9-0 승리로 끝났다. 이 오심은 경기 후 큰 이슈가 됐다. 8타점짜리 오심이라는 등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다뤘다. 결국 심판위원회는 자체 징계를 통해 이 심판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올 해 프로야구에서는 12경기에 1번꼴로 오심이 나왔다. 하지만 징계를 받은 심판은 한 명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5경기에 1번 정도로 한국 프로야구보다 오심이 더 많다. 하지만 오심으로 징계를 받은 심판은 없다.

왜 어떤 심판은 오심으로 징계를 받고, 어떤 심판은 오심을 해도 징계를 받지 않는가. 오심에도 큰 오심이 있고, 작은 오심이 있는가. 그렇다면 큰 오심과 작은 오심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면 나쁜 오심이고, 대세에 지장이 없으면 괜찮은 오심인가. 오심 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에 따라 그 경중(輕重)을 판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6월 15일 경기는 오심 하나로 승부가 갈렸고,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은 오심이 나왔지만 경기 결과에 영향은 없었다. 만약 6월 15일, 넥센이 그 상황에서 1점으로 막고 경기를 승리했다면 어땠을까. 그 심판이 징계를 받았을까. 아니면 17일, 두산이 경기를 뒤집었다면, 그 심판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글= 한동훈 기자
사진=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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