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의 문자와 플러팅, 섹스를 위한 감정없는 속삭임
입력 : 2015.01.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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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디스패치가 공개한 배우 이병헌씨와 모델 이지연씨의 문자대화였다. 사실과 진실의 간극과는 별개로, 그 내용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수많은 단체 카톡창에선 그들의 문자 내용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졌고 그때마다 남녀의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성들은 혀를 내두르며 대체 그런 식으로 불쾌한 문자를 보내는 이유가 뭔지 언성을 높였지만 남성들은 그저 웃음으로 일관했다. 작업 할 땐 왕도가 없다는 사실이 재밌는 화젯거리였을 뿐 문자의 내용이 딱히 새롭거나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섹스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며 로맨틱한 단어나 표현을 쓴다든지, "뭘 먹고 싶냐"는 질문에 "너"라는 자극적인 대답을 하는 건 상당히 유치하면서도 고전적인 추파다. 주변에 그런 문자를 즐겨 보내는 남자를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본인이 직접 그런 문자를 보내 본 경험이 있는 남자들도 상당수 일테고.

이런 대화는 'flirting(플러팅)'의 일종이다. 흔히 바람둥이라고 하면 '플레이보이'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사실 플레이보이는 돈 많은 한량이란 의미에 더 가깝다. 경제적 풍족 여부에 상관없이 이성에게 집적대길 즐기고 농담 등의 의미 없는 대화를 즐기는 사람은 영어로 'flirt(플럿)'이라고 한다. '추파를 던지다, 바람둥이'란 뜻이다.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에서도 이 단어를 쓰는데 역시 비슷한 의미로 '가벼운 연정이나 일시적 사랑, 장난삼아 하는 연애, 남녀가 노닥거리는 것, 희롱' 등을 지칭한다. 그리고 이들이 집적대는 행위를 '플러팅'이라고 한다.

플러팅은 분명히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는 행위다. 그런데 이 단어가 남녀구분명사가 있는 나라에서 남자명사로 사용된다고 하니 오늘은 그 행위 주체를 남성으로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단언컨대 남자플럿이 여자플럿보다 많다는 생각은 아니다. 아무튼, 톱스타의 이슈로 인해 카톡창에 대두된 설전의 주제가 바로 플러팅이었다.

이번 사건을 자신의 경험과 연관시키며 더욱 광분한 여성들은 남자들의 플러팅이 진심을 다하려는 여자를 헷갈리게 만든다고 나무랐다. 대수롭지 않게 웃는 남자들이 되물었다. "어떻게 진심을 주고받으려는 대화와 플러팅의 구분이 가지 않아?" 경험상 정말로 사랑이란 감정을 최우선시 하는 여자를 만날 땐 자신들(남자들)의 가벼운 말이나 행동이 여실히 드러나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며, 그걸 구분하지 못하는 여자들은 '사랑을 받는 걸로 포장된 자극이나 유흥 등의 순수하지 못한 목적'을 애초부터 갖고 있단 게 남자들의 의견이었다.

"연락을 끊자"는 말에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해서 돈을 요구한다는 건, 그녀의 만남목적 역시 남자의 돈이나 배경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란 생각엔 동의한다. 이것과는 다른 전개라 해도, 지난 칼럼에서 얘기한 여성들의 상당수는 남성의 스펙과 요령에 혹해 그들의 플러팅에 휘둘리곤 한다. 매력적인 그가 당신을 자신의 목표로 설정했다 한들, 그 목적이 당신과의 사랑일거라 착각하는 건 금물이다. 목표가 당신이라는 것은 동일하겠지만 그 목적은 장기적 사랑이 아닌 일시적 섹스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목적과 목표는 다르다. 레스토랑에 앉아 음식을 주문한 사람이 있을 때 그의 목표는 눈앞에 놓인 접시 위의 음식일 거다. 하지만 목적은 단순하지 않다. 단순한 허기짐을 달래기 위해, 허기짐과는 상관없이 맛을 평가하기 위해, 혹은 블로그 포스팅을 위한 멋들어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 등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의 눈앞에 있는 당신은 그의 목표일 뿐 목적은 아니다. 그가 당신과 함께 밤을 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건 눈앞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일 뿐이란 걸 깨달아야 한다.

여자만 여우가 아니다. 남자들 역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천의 얼굴로 변화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여성의 특성을 파악하고 '성공적'인 섹스를 위한 '로맨틱'한 말과 행동은 기본으로 한다. 자존심 강한 사람이 수 없이 당신을 찾아와 애걸복걸 하거나 그러다 낸 생채기에 눈물까지 흘리기도 한다. 마치 메소드 배우처럼, 그 순간엔 진심을 다하므로 가벼움과 진성성을 가려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을 목적으로 노력할 때와 섹스를 목적으로 할 때의 행동엔 큰 차이도 없다. 섹스는 사랑의 일종이라는 모호한 줄타기도 가능하니까. 그러니 확실한 미래에의 약속 없이 목표만 달성하려 한다면 그의 목적을 섣불리 짐작해선 안 된다. 마치 영화 속 엔딩처럼, 노력의 목적은 목표를 달성하고 난 후에야 드러나는 법이다.

플러팅의 피해는 어느 정도 섹스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 나타난다. 경험이 적은 사람은 섹스를 하는 원동력이 오직 감정 뿐이라고 믿겠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단 걸 알고 있다. 그들 역시 감정이 충만한 섹스가 대단히 행복한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소량의 감정과 다량의 자극으로 이뤄지는 섹스 역시 나쁘지 않다는 걸 경험해 봤다. 그래서 가벼운 대화라고 생각 하면서도 적당히 받아 쳐주는 사람들 중엔 스스로도 자극을 즐기는 사람이 꽤 많다.

본인의 감정 컨트롤에 자신 있는 사람이 상대방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갖은 채 연락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킨십 이후 그 주도권을 확실히 빼앗겨 버린다는 거다. 자신에 대한 과신이 강할수록 카운터의 피해는 더 큰 법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극에 이끌리는 건 불가항력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그가 바라는 것이 당신의 마음인지 몸인지, 그가 원하는 관계의 정의가 지속적인 유대감인지 하룻밤 자극인지, 당신의 목적과 그의 목적이 일치하는지 아는 확실한 방법은 당신이 주도권을 잡는 수밖에 없다. 그와 당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나가는 사람이 당신이 되어야 만 당신의 목적대로 엔딩을 맺을 수 있을 테니까.

플러팅은 일종의 습관이다. 순간순간 큰 감정의 소모 없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 쉽게 빠질 수 있는, 웬만한 의지 없인 끊기 힘든 중독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즐거움을 버리지 못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유부남도 많다. 이번 이슈에서 역시 그들 간의 사정이 어떻든지 간에, 유부남의 외도와 그걸 반겼던 여성의 문제는 부정할 수 없는 잘못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서 이런 형태의 유부남과의 불륜은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더 충격적인 것 같다. 다음 주에 계속된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김정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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