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한 선수'' 단장도 감탄한 김혜성 워크에식, ML 포스팅 허락 순간까지 특별했다
입력 : 2024.01.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키움 김혜성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키움 김혜성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혜성. /사진=뉴스1
김혜성. /사진=뉴스1
김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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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입장에서 김혜성(25)은 메이저리그(ML)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선수였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16일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도전을 수락한 직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참 희한한 선수에요"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앞서 키움 구단은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날 오전 김혜성은 고형욱 단장과 면담에서 이번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구단은 내부 논의를 통해 선수의 의지와 뜻을 존중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로써 김혜성은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에 이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다섯 번째 히어로즈 선수가 됐다.

자격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문촌초(고양시리틀)-동산중-동산고를 졸업한 김혜성은 2017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7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했다. 김혜성은 데뷔 첫해부터 1군에서 활약하면서 통산 8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0(3252타수 877안타), 26홈런 311타점 501득점 181도루, 출루율 0.360 장타율 0.393을 기록했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성장하는 선수 중 하나였다. 풀타임 유격수로 활약한 2021년 46도루로 도루왕과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 태극마크까지 달면서 KBO리그 대표 선수로 우뚝 섰다.

이후에도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에는 137경기 타율 0.335(556타수 186안타) 7홈런 57타점 104득점 25도루, 출루율 0.396 장타율 0.446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꾸준히 승선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거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는 주장으로서 각각 금메달과 준우승이라는 굵직한 성과를 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한 병역 혜택과 함께 국가대표 참여 점수로 2024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친다면 포스팅을 위한 '1군 등록 일수'를 채울 수 있게 되면서 겹경사를 맞았다.

김혜성.
김혜성.
김혜성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결승전이 끝난 후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임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김혜성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결승전이 끝난 후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임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홍원기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김혜성(오른쪽)을 격려하고 있다.
홍원기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김혜성(오른쪽)을 격려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김혜성은 지난해부터 메이저리그에 대한 열망을 꾸준히 드러냈고, 연말 골드글러브 시상식에서는 그 목표를 공론화했다. 뒤이어 홍원기 키움 감독과 면담을 통해 그 의지를 다시 드러냈고 이날 구단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았다.

김혜성은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까지 떠난 키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선수였다. 그럼에도 키움 구단은 흔쾌히 김혜성의 도전을 응원했다. 그 이유를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허락하는 순간에도 특별했던 워크에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고 단장은 "면담할 때 김혜성이 '올해 정말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나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매해 거듭할수록 기량이 떨어지지 않고 신인 때부터 발전하고 있는 선수였고, 올해도 부상 없이 한 해를 치르다 보면 좋은 성과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참 희한한 것이 보통 이런 상황에서 '주장을 맡아달라'고 하면 선수는 '부담스럽다'고 핑계를 댈 수 있다. 그런데 김혜성은 '맡겨 주시면 하겠다'고 바로 답했다. 어떻게 보면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있는 거지만, 그만큼 멘털도 강한 것"이라고 감탄했다.

김혜성의 남다른 워크에식(직업윤리 및 태도)은 동료 선·후배뿐 아니라 저 멀리 메이저리그에도 잘 알려졌다. 김혜성이 술은 물론이고 평소 당이 있는 음료, 카페인 등 몸에 안 좋은 음식은 일절 하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과 훈련에 매진하는 것은 유명한 사실. 그 덕분에 2021년 당시 만 22세의 어린 나이인데도 박병호(38·KT 위즈)를 대신해 임시 주장을 맡을 때 선수들의 반대가 없었고, 류중일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홍원기 키움 감독도 김혜성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흔쾌히 주장을 맡겼다.

지난해 스타뉴스와 만난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경우 "이정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김혜성이 더 관심이 간다"고 말할 정도였다. 2023 APBC 귀국 당시 팀 후배이자 대표팀 동료 김휘집(22)은 "(김)혜성이 형은 말로 하는 것보다 행동이 항상 모범이 되는 선수다. 그래서 류중일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나 생각된다. 나도 혜성이 형이랑 같은 팀에 있으면서 선한 영향력을 정말 많이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혜성. /사진=키움 히어로즈
김혜성. /사진=키움 히어로즈
김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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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량적인 측면에서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만한 선수라는 평가다. 미국 야구 통계 매체 팬그래프는 "김혜성의 콘택트 툴과 스피드 툴은 그를 메이저리그에서 유틸리티 선수로 뛸 수 있게 한다. 2021~2022년 80개의 도루를 했고 홈에서 1루까지 4초 밑으로 끊었다"며 "그는 주로 2루수로 뛰지만, 유격수에서 뛸 수 있는 어깨와 운동능력을 지니고 있다. 빅리그에서 주전 2루수로 뛰기에는 장타력이 부족하기에 수비적으로 좀 더 다재다능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성장을 기대했다.

특히 KBO리그에서도 월등한 운동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정후보다 김혜성에게 관심을 드러냈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KBO리그에서 김혜성의 운동능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극찬했고, 또 다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역시 "김혜성의 운동 능력은 국내 유격수 중에서도 최고다. 운동 신경이 정말 좋고 수비 범위가 넓다"고 눈여겨봤다.

뛰어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와 주루는 김혜성의 트레이드 마크다. 또 매해 콘택트 능력도 상승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본인도 자신의 장점을 알고 있다. 지난해 2023 히어로즈 자선카페에서 만난 김혜성은 "내가 메이저리그에 어필할 수 있는 점은 내야와 외야 모두를 볼 수 있고 주루가 괜찮다는 것이다. 수비도 가서 열심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면 풀타임 유격수가 가능한지 여부다. 지금까진 '유격수 김혜성'은 안 된다는 평가가 많다. 2021년 풀타임 유격수로 뛰면서 35개의 실책(유격수 113경기 29실책, 2루수 39경기 6실책)을 저지른 잔상이 아직 남아있다. 지난해도 다섯 경기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2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김혜성의 경우 어깨와 수비 범위는 KBO리그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지만, 포구와 송구에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많은 지적을 받은 언더핸드 송구는 오히려 크게 문제 될 건 없다는 것이 현장의 시선이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오버든 언더든 본인이 편한 대로 던지면 된다. 강하게 던져야 할 상황에서는 오버스로로 던지는 것이 좋지만, 내가 본 김혜성은 오버스로로 잘 던졌다. 또 수비 범위와 송구는 타구를 많이 처리하면서 경험이 쌓이면 실력이 늘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홍원기 감독과 면담에서 김혜성은 유격수 출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홍 감독과 키움 구단은 그 부분만큼은 확답을 주지 않은 상황이다.

김혜성은 포스팅을 허락해 준 데에 "큰 무대에 대한 도전 자체가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팀에서 지지해 주시는 만큼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해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 늘 하던 대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이어 주장 선임에 대해선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만큼 책임감을 느낀다. 좋은 선배님들이 팀에 계신 만큼 많이 도움을 구하려 한다. 처음 주장을 맡았던 2021시즌보다 나이도 들었고 팀 구성도 많이 달라졌다. 임하는 자세는 같지만 조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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