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배우 이유영이 ‘세기말의 사랑’을 통해 1년 반만에 대중앞에 선 소감을 전했다.
2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세기말의 사랑’(감독 임선애) 주연 배우 이유영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세기말의 사랑’은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던 1999년, 짝사랑 때문에 모든 걸 잃은 영미(이유영 분)에게 짝사랑 상대의 아내 유진(임선우 분)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뉴 밀레니엄 드라마. 이유영은 영화를 통해 오랜만에 대중에게 인사한 것에 대해 “너무 좋다. (영화가) 오래 갔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긴장도 된다. 요즘은 영화가 너무 귀하지 않나. 제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더라. 훨씬 더 경쾌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라서 더 좋았다”라면서도 “저의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당연히 아쉬움이 많다. 아쉽지 않은 작품은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극중 영미는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진 소심한 인물. 이유영은 영미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던 지점이 있다”고 밝혔다. 영미에 대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 그는 “힘든 상황 속에서 왜 자신을 위한 삶을 살지 않고, 부양하지 않아도 될 가족을 부양하면서 힘든 상황속에서 꿋꿋하게 버티며 살아가는지. 그런게 답답하기도 하고, 왜 세상에 두려움을 안고 숨어지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영미를 보며 수근거리고 별명을 부르며 놀리기도 하고 안좋은 시선으로 보는데, 영미 스스로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매력이나, 자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모르는 인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출소하고 나서는 그 전의 영미와는 다른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잃을거 다 잃고 무서운 것도 없어지고 그런 시점에서 변화하는 인물로 영미를 그리고 싶어서 밝은 모습, 사랑스러운 모습을 많이 넣어서 연기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원래 영미의 모습을 너무 다 잃어버렸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적절하게 더 섞었으면 어떨까 싶더라. 그래도 지금의 영미를 사랑스럽게 봐주시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위안이 됐다”고 전했다.
이유영은 ‘세기말의 사랑’ 첫 느낌에 대해 “초반 인트로 부분에 나오는 영미의 이야기를 읽고 ‘이 시나리오 장난 아니다’ 싶었다”고 밝혔다. 10분, 15분 가량의 인트로가 영화 한편 같았다고 떠올린 그는 “영미가 너무 극적인 상황들을 겪다 보니 비현실적인 이야기같아서 반했다. 그 후에 감독님의 전작을 찾아보게 됐는데, ‘69세’ 작품이 너무 좋더라. 그래서 출연 결심하게 됐다”며 “감독님을 만나뵙게 됐는데, 첫 만남에도 애정을 듬뿍 주셨다. 저한테 너무 같이 하고싶고, 제가 얼마나 매력적인 배우인지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시다는 걸 느꼈다. 시나리오 수정만 수십번 이상은 하셨던 것 같다. 저를 만나고 나서도 시나리오가 엄청 많이 바뀌었다. 촬영 후에 편집으로도 많이 바뀌었고, 모든걸 영화에 쏟아부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세기말의 사랑’에서는 이유영의 외적인 변화가 돋보였다. 파격적인 빨간 머리에 덧니 분장까지 선보인 그는 “영미가 사람들로부터 숨어지내고 큰 콤플렉스를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어떤 콤플렉스를 만들어야하나 계속 고민을 했다. 특수분장도 하고싶었는데 그건 저만의 꿈이었다. 그런게 불가능하면 주근깨나 가리고 싶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생각도 못했던 덧니를 말씀해 주시더라. 덧니가 있으면 웃을 때 가리고 싶지 않나. 영미가 자신의 콤플렉스라고 생각할만한 요소같아서 덧니를 맞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덧니를 착용한 채 연기를 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어려움이 따랐다. 이유영은 “덧니를 끼고 촬영한 배우가 지금까지 없는걸로 알고 있다. 치과 의사선생님도 덧니 제작을 처음 해보시는거라서 같이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제작해나갔다. 처음 꼈을땐 아예 발음 안 돼서 감독님께 ‘이러고 연기 못 할것 같다’고 했다. 발음이 다 새서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정도였다. 그런데 덧니를 끼고서 생활하니 금방 적응 되더라. 촬영을 얼마 안 남기고 덧니를 제작해서 마음이 급하더라. 계속 집에서 끼고 있었다. 덧니가 잘 부러져서 한 10개 정도 맞춰놨다. 연습하다가도 부러지고, 촬영할 때 먹는 장면에서 덧니가 씹히거나 부러지고 빠지기도 했다”며 “덧니에 적응이 되니 어느정도 발음이 잘 됐는데, 그래도 새는 듯한 어눌한 느낌은 없어지지 않더라. 감독님이 오히려 그걸 살렸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캐릭터라고 생각하면서 부담없이 편하게 연기했다”고 전했다.
덧니 외에도 작중 오준 역을 맡은 문동혁과 함께 ‘가발 투혼’을 펼쳤던 그는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이거 괜찮은건가?’ 싶었다. 현장에서 만나면 서로 컨셉이 재밌으니까 초반엔 계속 사진만 찍었다. 해보기 쉽지않은 색깔이니까. 영화에서 이렇게 컬러가 다양해도 되나 걱정이었는데 ‘설정이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촬영을 했다. 영화를 보니 훨씬 컬러풀하고 귀여운 느낌의 영화라서 괜찮더라”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비호감’ 외모를 연출하는 것에 대해 이유영은 “도전하는것 같아서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해본 걸 하는 것보다 안해본 걸 하는 게 더 재밌지 않나. 그래서 설레고 재밌었다. 당연히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캐릭터로서 망가지는거니까 망가진다는 생각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캐릭터로서 보여지는거니 두려움도 없고 오히려 더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미에 대해 “천성이 착하고 책임감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는 그는 캐릭터와의 닮은점을 묻자 “제 어린시절이랑 많이 닮아 있다. 저는 어렸을때 사회성이 많이 부족했다. 친구도 없고, 중학교때 복도를 지나가면 애들 눈을 못 쳐다봐서 피해다녔다. 너무 소심하고 말도 못해서 ‘쟤는 왜 인사안해?’라는 오해도 많이 받고 놀림도 받았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나 수련회에서 장기자랑 하는 친구들을 너무 동경하고 부러워했다. 그런 면이 제 어린시절 모습이랑 영미 초반 모습과 닮아있다”며 “그때 억눌렸던 욕망을 배우 일을 하면서 분출하고 있는 것 같다. 잘 성장했지 않나 싶다. 어떻게 그렇게 사회성이 없었는 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게 싫었다. 어린시절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마음도 약하고 그렇게 지내니까 놀림도 많이 받았다. 친구도 없고, 괴롭힘도 당하고 그랬다. 그때는 어린시절의 상처였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털어놨다.
작품 속 엔딩 이후의 이야기도 전했다. 영미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도영(노재원 분)을 위해 그가 횡령한 돈을 몰래 메꿀 정도로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뒤늦게 도영이 이미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되고, 도영의 횡령이 발각돼 덩달아 옥살이를 하게 됐지만 이유영은 “그걸로 도영에게 배신감을 느낄 영미였으면 횡령한 돈도 대신 메꿔주지 않았을 거다. 아내가 있었던 건 실망이었겠지만, 본인이 몰랐던 것이니 도영에 대한 배신감이 생기거나 짝사랑이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도영이는 그 어떤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변함없는 절대적인 짝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엔딩에서도 도영에게서 돈을 받기 위한것도 있지만, 계속 보고싶어서 매일 도장을 찍으면서 만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한번이라도 더 보고싶기 때문”이라며 “인터뷰를 다니면서 도영과 유미(임선우 분) 두 사람이 더 질투나더라. 도영이가 유진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각보다 깊더라. 그래서 엔딩 후에도 도영과 유미는 이혼하지 않을 것 같다. 도영이 이혼을 해주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영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짝사랑을 하면서도, 자기의 삶도 챙길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영미가 네일도 하고 꾸미고 나오지 않나. 그렇게 자신도 좀 꾸미면서 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특히 이유영은 영화 공개에 앞서 지난해 3월 비연예인 남성과의 열애 사실을 깜짝 발표회 화제를 모았던 바 있다. 그는 사랑에 대해 달라진 생각을 묻자 “어렸을때는 로맨틱한 운명 같은 사랑이 있을것 같고, 그런걸 꿈꾸기도 했는데 지금은 없다. 그렇지만 사랑은 저한테 산소같은 거다. 없어선 안될 절대적인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세기말의 사랑’에는 남녀간의 사랑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사랑, 사람대 사람으로서 여자끼리의 사랑, 부모의 사랑 등 여러 사랑의 형태가 나온다. 그런 사랑과 삶에 대해 생각할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어떤 형태든 사랑의 힘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2014년 영화 ‘봄’을 통해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한 이유영은 어느덧 데뷔 10년을 맞았다. 데뷔 연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밝힌 그는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은 든다”며 “잘 해온 것 같다. 대견스럽다”고 스스로를 도닥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연기할 날이 훨씬 더 많으니까, 더 길게길게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데뷔했을 때를 생각하면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변해가고 있다. 예전엔 자신한테 엄격하고 철저하고 한치의 오차도 용납할수 없었다. 배우는 연기를 빈틈없이 잘 해야 된다는 압박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이 자유로워졌고 그래서 예전보다 마음이 편해진것 같다. 뭔가를 정하고 계획하기 보다는 순간순간 즐기며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기말의 사랑’은 지난 2022년 7월 종영한 JTBC 드라마 ‘인사이더’ 이후 약 1년 반만에 선보이는 작품. 차기작까지 공백이 있었던 만큼 그의 부재에 대한 궁금증도 쏟아졌다. 이에 이유영은 “나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유영 안 보이네’라고 하시니 의외였다. 영화 찍고 6개월정도 쉬었는데, 공개된 작품이 없어서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 같다.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라 ‘열심히 해야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6개월간의 휴식 끝에 ‘세기말의 사랑’을 통해 대중과 인사를 하게 된 그는 현재 다음 작품인 KBS2 월화드라마 ‘함부로 대해줘’ 촬영에 한창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함부로 대해줘’는 뼛속까지 유교를 장착한 성산 마을 출신 철벽남 제자 신윤복(김명수 분)과 직진 밖에 모르는 저돌적 현대 여성 스승 김홍도(이유영 분)의 본격 디펜스 로맨틱 코미디.
이유영은 차기작에 대 해 묻자 “정말 사랑스럽고,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저의 가장 밝은 모습을 한껏 보여드릴 예정”이라며 “철벽치고 예의지키고 겸상도 하지 않는 신윤복을 좋아하게 되면서 ‘나좀 함부로 대해달라’고 말하는, 저돌적인 현대 여성이다. 밝고 사랑스러운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원래 6개월간 쉰 이후에 더 쉬려고 했는데, ’함부로 대해줘’ 대본을 받고나서 ‘이렇게 밝은 작품을 또 할수 있을까? 너무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정도로 밝은 역할을 안 해봐서 몰랐는데, 마음이 계속 밝아지는 느낌이 들더라. 밝은 작품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에너지를 엄청 쓰는 인물이다. 목소리도 크고 행동도 크고 말도 많다 보니 체력이 달리더라. 몇마디 대사 찍고 나면 금방 에너지 소진돼서 초콜릿으로 당 채우며 연기하고 있다”며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으로 만나뵐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해 기대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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