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채준 기자]
전 세계 항공의 역사에서 기존항공사들의 운임 인하라는 것은 애초에 없었다.
오르기만 할 뿐 내려가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일 따름이었다. 그런데 1971년 11월말 신생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취항 초기에 기존항공사의 가격대응이 처음 시작되었고, 약 30년 후 아시아 최초의 LCC 진입시에도 똑같이 되풀이되었다.
아시아 최초의 LCC이자 신생항공사였던 에어아시아가 말레이시아 국내선에서 운항에 들어간 2001년 하반기 말레이시아항공과는 다윗과 골리앗의 관계였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영항공사였으며 항공기 120대를 보유했고 국내선 모두를 독점하고 있었다. 그래서 에어아시아의 말레이시아항공과 경쟁은 가능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신생항공사 에어아시아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국내선 항공료를 절반으로 낮췄다. 그동안 말레이시아에서 기존항공사의 운임 인하는 없었다. 기존항공사의 운임 50% 인하라는 비정상 상황에 에어아시아가 받은 충격은 대단히 컸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에어아시아와 가격경쟁을 하려 했다기보다는 고사시키려는 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국내선 비중이 말레이시아항공은 미미했지만 에어아시아는 100%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영항공사 말레이시아항공은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됐기에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반면 에어아시아는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에어아시아는 분노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에어아시아 경영진은 말레이시아 일간지에 '말레이시아항공이 경쟁자를 말살시키려 한다'는 기사를 내보내며 여론에 호소했다. 그리고 토니 페르난데스 대표는 교통부장관에게 쫓아가 말레이시아항공의 판매정책이 불공정하다고 항변했고, 장관은 말레이시아항공에게 일단 해당활동을 멈추게 했다. 에어아시아의 LCC 전략이 국민들에게 유명해지고 차츰 명성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말레이시아항공이 에어아시아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도록 내버려두기에는 곤란했다. 저운임에 열광하는 유권자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할까 우려했다.
얼마 후, 총리는 말레이시아항공에게 지급했던 국내선 보조금을 취소해 버렸다. 그 바람에 말레이시아항공은 에어아시아와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말레이시아항공이 미처 대비하지 못한 일이었다. 결국 에어아시아의 성공은 말레이시아항공을 곤경에 빠뜨리는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이처럼 기존항공사의 국내선 운임인하 카드는 급성장하려는 신생 LCC의 초기성장세를 저지시키기 위해 꺼내 드는 전 세계 항공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작은 신생항공사였던 시절의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에어아시아가 미국과 말레이시아에서 겪어야 했던 기존항공사의 가격대응은 K-LCC가 막 취항을 시작한 2006년 국내 항공시장에서도 예외없이 재연되었다.
2006년 6월5일 취항을 예고한 제주항공은 4월17일에야 운항계획을 발표했다. 기본운임은 김포~제주 노선에서 5만9100원으로 정했다. 대한항공이 마지막으로 인상한 2004년 7월16일부터 해당노선 운임이 8만4400원이었으니 2만5300원 저렴했다. 제주항공의 초창기 운임정책은 기존항공사 대비 약 30% 저렴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움직였다. 제주항공 운항시점인 6월 한 달간 김포∼제주 노선에서 '특정시간대'를 선별해 인터넷 판매가를 30%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시간대는 제주항공 운항시간대와 비슷한 시간에 운항되는 아시아나항공편이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5분까지 김포발 제주행 항공편 총 22편 중 오후 2시25분과 5시30분 출발하는 항공편의 인터넷 구입 고객에게 정상요금인 8만4400원보다 30% 할인된 5만9080원을 받는 식이었다. 5만9080원은 제주항공의 5만9100원보다 20원 더 쌌다. 아주 작은 신생항공사 입장에서는 항공대기업의 쪽집게 견제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항공은 김포발 제주행 전체 항공편 5편 가운데 오후 2시50분과 6시10분에 출발하는 2편의 항공편은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수많은 노선 중 하나인 김포~제주 노선의 22편 중 2편에 불과했지만 제주항공은 전체 노선 5편 중 2편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 같은 대응은 '제주항공을 탈 필요 없다'는 타깃전략이었고, 제주항공이 받은 상처는 치명적이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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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
오르기만 할 뿐 내려가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일 따름이었다. 그런데 1971년 11월말 신생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취항 초기에 기존항공사의 가격대응이 처음 시작되었고, 약 30년 후 아시아 최초의 LCC 진입시에도 똑같이 되풀이되었다.
아시아 최초의 LCC이자 신생항공사였던 에어아시아가 말레이시아 국내선에서 운항에 들어간 2001년 하반기 말레이시아항공과는 다윗과 골리앗의 관계였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영항공사였으며 항공기 120대를 보유했고 국내선 모두를 독점하고 있었다. 그래서 에어아시아의 말레이시아항공과 경쟁은 가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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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항공은 신생항공사 에어아시아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국내선 항공료를 절반으로 낮췄다. 그동안 말레이시아에서 기존항공사의 운임 인하는 없었다. 기존항공사의 운임 50% 인하라는 비정상 상황에 에어아시아가 받은 충격은 대단히 컸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에어아시아와 가격경쟁을 하려 했다기보다는 고사시키려는 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국내선 비중이 말레이시아항공은 미미했지만 에어아시아는 100%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영항공사 말레이시아항공은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됐기에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반면 에어아시아는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에어아시아는 분노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에어아시아 경영진은 말레이시아 일간지에 '말레이시아항공이 경쟁자를 말살시키려 한다'는 기사를 내보내며 여론에 호소했다. 그리고 토니 페르난데스 대표는 교통부장관에게 쫓아가 말레이시아항공의 판매정책이 불공정하다고 항변했고, 장관은 말레이시아항공에게 일단 해당활동을 멈추게 했다. 에어아시아의 LCC 전략이 국민들에게 유명해지고 차츰 명성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말레이시아항공이 에어아시아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도록 내버려두기에는 곤란했다. 저운임에 열광하는 유권자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할까 우려했다.
말레이항공/사진제공=pixabay |
얼마 후, 총리는 말레이시아항공에게 지급했던 국내선 보조금을 취소해 버렸다. 그 바람에 말레이시아항공은 에어아시아와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말레이시아항공이 미처 대비하지 못한 일이었다. 결국 에어아시아의 성공은 말레이시아항공을 곤경에 빠뜨리는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이처럼 기존항공사의 국내선 운임인하 카드는 급성장하려는 신생 LCC의 초기성장세를 저지시키기 위해 꺼내 드는 전 세계 항공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작은 신생항공사였던 시절의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에어아시아가 미국과 말레이시아에서 겪어야 했던 기존항공사의 가격대응은 K-LCC가 막 취항을 시작한 2006년 국내 항공시장에서도 예외없이 재연되었다.
2006년 6월5일 취항을 예고한 제주항공은 4월17일에야 운항계획을 발표했다. 기본운임은 김포~제주 노선에서 5만9100원으로 정했다. 대한항공이 마지막으로 인상한 2004년 7월16일부터 해당노선 운임이 8만4400원이었으니 2만5300원 저렴했다. 제주항공의 초창기 운임정책은 기존항공사 대비 약 30% 저렴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움직였다. 제주항공 운항시점인 6월 한 달간 김포∼제주 노선에서 '특정시간대'를 선별해 인터넷 판매가를 30%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시간대는 제주항공 운항시간대와 비슷한 시간에 운항되는 아시아나항공편이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5분까지 김포발 제주행 항공편 총 22편 중 오후 2시25분과 5시30분 출발하는 항공편의 인터넷 구입 고객에게 정상요금인 8만4400원보다 30% 할인된 5만9080원을 받는 식이었다. 5만9080원은 제주항공의 5만9100원보다 20원 더 쌌다. 아주 작은 신생항공사 입장에서는 항공대기업의 쪽집게 견제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항공은 김포발 제주행 전체 항공편 5편 가운데 오후 2시50분과 6시10분에 출발하는 2편의 항공편은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수많은 노선 중 하나인 김포~제주 노선의 22편 중 2편에 불과했지만 제주항공은 전체 노선 5편 중 2편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 같은 대응은 '제주항공을 탈 필요 없다'는 타깃전략이었고, 제주항공이 받은 상처는 치명적이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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