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21. 원로예술인이 행복한 세상
입력 : 2024.02.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채준 기자]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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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는 세대별 정책을 내세우면서 청년에 대한 지원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청년에 대한 집중지원이 다른 세대를 소홀히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단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청년층에 대한 관심을 확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 예술 분야에서는 청년층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세대가 있다. 바로 원로예술인들이다.

최근에는 원로라는 용어가 노인의 높임말 정도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지어는 '꼰대'라는 표현과 맞물려 구태의연하거나 식상한 말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예전에 '원로'는 특별한 권위를 가지고 존경을 받으며 공동체를 이끌던 지도자들이었다. 사전적으로도 원로는 어떤 분야에 오래 종사하여 공로가 많고 덕망이 높은 사람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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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원로예술인을 복지의 차원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원로예술인은 기존 행정 제도가 요구하는 절차를 감당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상당수가 디지털 기기 사용과 온라인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로예술인 지원 사업 도중에 건강 문제나 사망에 따른 사업 중단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도 '원로예술인'을 오랜 기간 전문적인 예술활동을 한 '만 70세 이상의 자'로 규정하고 원로예술인으로 인정받을 경우 예술활동증명의 종신 유효 혜택을 주는 등 배려하고 있다.

그러나 원로예술인은 평생을 예술로서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인간 존재의 다층적 측면을 헤아리는데 앞장서 온 분들이다. 오랫동안 축적한 경험과 지식, 기술에 연륜과 사색의 깊이가 더해져 더욱 심오한 예술이 기대되는 계층이기도 하다. 예술을 삶의 총화라고 한다면 그분들의 예술이야말로 시대의 정수(精髓)이자 고갱이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원로예술인의 경험과 지혜는 다음 세대에 전달되어 예술의 연속성을 담보한다. 여러 번 강산이 변할 만큼의 오랜 세월 동안 뚜벅뚜벅 걸어온 그들의 예술 여정에 쌓인 작품을 경험하는 후배들은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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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는 정년이 없다. 멀리 갈 거 없이 작년 국내 공연계만 돌아봐도 그렇다. 구순을 앞둔 이순재 배우는 지난해 세계 최고령 '리어왕' 기록을 세운 바 있고, 손숙 배우는 데뷔 60년 기념작으로 창작연극 '토카타'를 무대에 올렸다. 구순의 김우옥 연출가는 '겹괴기담'을 발표하며 파격적인 실험성과 나이가 무색할 만큼의 넘치는 에너지를 선보였다. 합산 나이 315세의 신구, 박근형, 박정자 배우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하며 두 달간 매일 무대에 섰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의 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라고 한다. 한국의 경우 2000년에 이미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7.2%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예술가들의 고령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예술활동증명을 받은 분들을 기준으로 하면 전국적으로 60대 이상의 예술가는 약 18%인 3만여 명에 이른다. 원로예술인의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 자명하다.

이에 지역문화재단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문화재단은 지난해부터 만 60세 이상 원로예술인의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게다가 온라인 시스템 접근이 쉽지 않은 원로예술인들을 위해 안내창구를 운영하고, 정산을 대폭 간소화하기도 했다. 또한 예술인지원센터를 개소해 관련 문의를 상담 중에 있다.

고령화 시대, 원로예술인들의 나이를 뛰어넘은 다양한 예술이 발현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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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다양한 분야의 원로예술인을 찾아 데이터화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원로예술가의 지역 내 활동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의 경우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규모 공연물보다는 제작비도 적게 들고 내용도 알찬 소규모 공연 기회를 원로예술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각예술의 경우 기획부터 홍보까지 원스톱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긴요하다. 셋째, 기존의 젊은 층으로 구성된 예술 강사 외에 '마스터'라고 할 수 있는 원로예술인들이 예술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고학력의 노인인구 대상 예술교육의 경우 정서적인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또래집단이 보다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다.

한 원로예술인은 인터뷰에서 "여건이 되는 한, 한 번이라도 더 무대에 서는 기회"가 소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분의 소원을 복지적 차원에서 들어드리는 게 아니라, 인생의 총화를 보여주십사 정중하게 청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원로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예우야말로 문화강국으로 가는 초석이다.
-김선영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행정척척박사] 2-21. 원로예술인이 행복한 세상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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