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컴백①] '1인 2역' 로버트 패틴슨이 말아주는 극한직업, '미키17'
입력 : 2025.02.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연휘선 기자] "죽을 것 같아도 해야지, 그게 네 일이잖아". 어떤 망각은 인간을 순수하면서도 무례하게, 선하지만 무력하게 만든다.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패틴슨도 일개미가 되는 순간 '찌질남'이 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미키17'이다.

'미키17'(감독 봉준호,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은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서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 같은 삶을 살던 남자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17번째 죽음의 위기에서 되살아난 채, 자신의 18번째 삶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를 휩쓴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원작 삼아 만들어졌다. 달라진 숫자에서 알 수 있듯, 원작에선 7번의 죽음을 겪던 미키가 영화에선 17번의 죽음을 겪는다. 10번이나 늘어난 죽음과 부활을 겪으며 미키의 삶은 한층 더 소모적이고 비인간적으로 추락한다. 죽기 위해 일하는 남자 미키. 누군가에겐 '인간'이 아닌 '익스펜더블'이라는 소모품으로 불리는 그의 삶을 통해 영화는 인간성에 대해 돌이키게 만든다. 

"죽을 때 기분이 어때?". 마치 "오늘 일은 어땠어?"라는 여상한 질문처럼 죽을 때 심정을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미키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할 뿐 어떤 대답도 쉽게 하지 못한다. 무지에서 시작해 순수하게 무례한 직장 동료라고 부르기도 힘든 주변인들 사이, 17번의 죽음을 통해 미키는 '한 명'의 사람이 아닌 '17개'의 프린트물로 대체된다. 

불로초를 갈망하던 진시황처럼 부활과 영생을 거머쥐게 된 미키이지만, 그의 삶은 결코 영화롭지 못하다.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면 사람은 죽어도 되나. 부활만 가능하면 인간의 죽음은 아무렇지 않은 일일까.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다면 죽음마저 특권일 수 있는 세계에서 '미키17'은 인간성이 얼마나 소중한 지 보여준다.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는 데다, 실제 미키처럼 죽었다 부활하는 모종의 기술이 불가능한 현재이지만 '미키17'은 어떤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쩌면 "죽을 것 같이 노력해도 안 죽는다"는 말이 명언처럼 읊어지는 2025년 한국에서 더욱 인간성 상실을 깨닫게 할 정도로. 

자칫 불쾌할 수 있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미키17'은 경쾌하게 다루는 편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널리 알려진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도 일품이다. 할리우드 스타마저도 일개미처럼 소모적인 직장인이 될 때 얼마나 찌질해보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기생충'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가다듬은 봉준호 감독 만의 유쾌한 코미디가 불쾌한 골짜기 마저 채우고 웃음으로 덮는다. 불편하지 않은 웃음으로 바깥과 차단된 극장에서 우주 여행을 떠나듯 현실을 돌아볼 수 있을 만큼.

국내 개봉은 오는 28일, 러닝타임은 137분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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