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기생충'으로 세계를 휩쓴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미키17'으로 봉준호 감독이 돌아왔다.
오는 27일 영화 '미키17'(감독 봉준호,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이 국내 개봉한다. 북미 개봉은 한주 뒤인 오는 3월 7일, 글로벌 영화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한국에서의 반응에 영화계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영화는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서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 같은 삶을 살던 남자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17번째 죽음의 위기에서 되살아난 채, 자신의 18번째 삶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원작 삼아, 그보다 10번의 죽음을 더해 더욱 비인간적인 소모품이 된 미키의 이야기를 영화로 구현했다.
# 노골적이고 적나라해진 봉준호식 사회 비판
빚쟁이를 피해 지구를 넘어 우주로까지 도망친 남자 미키. '익스펜더블'은 살아남기 위해 우주선을 꼭 타야만 했던 그가 선택한 일종의 직업이다. 모든 생의 기억을 벽돌 하나 만 한 드라이브에 저장하고, 우주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신체로 죽을 때마다 다시 프린팅 되는 삶. 죽지 않은 부활이 영광스럽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처절하게 깨부수는 세계관에서 미키는 인간의 존엄을 잃어버린 반영구적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기발한 원작의 세계관을 차용했으나, 미키의 삶은 결코 낯설지 않다. '기생충'에서 일생을 반지하에 의탁한 사람들이 그와 같았고, '설국열차'에서 꼬리칸 사람들이 그와 닮았고, '괴물'에서 한강 공원 컨테이너 편의점에서 살던 사람들이 그러했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자본주의적 계급과 승패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성공에 대한 우월감은 게속해서 존재했다. 이 규칙의 패배자들을 조명하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비판적 메시지는 '미키17'에서 한층 더 노골적으로 묘사된다.
# 불편해질 때 쯤 터지는 웃음과 이상의 미학
'익스펜더블'이라는 존재가 인간성을 망각한 시스템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가운데, 웃음은 '미키17'의 불쾌한 현실을 불편하지 않게 표현해내는 주요 요소다. 분명히 할리우드 미남 스타 로버트 패틴슨이 똑같이 연기하는 인물이지만 17번째 미키와 18번째 미키는 전혀 다른 인격의 소유자다. 가스라이팅에 절여진 '찌질남' 미키17, 패배한 자신의 전신을 보며 각성한 듯한 과격한 미키18. 판이한 두 인물을 보여주는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쇼가 시종일관 유쾌함을 선사한다.
모두가 '익스펜더블'을 소모품처럼 대할 때 공동체의 사랑을 잃지 않고 대해주는 연인 나샤(나오미 애키)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둘이 돼버린 미키의 존재마저 사랑으로 품는 나샤의 애정은 헌신보다는 그저 유쾌하고 저돌적인 사랑이다. 그 이상적인 인간성의 결정체는 다소 음울한 작품의 설정을 마지막까지 불편함 없이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 '기생충'보다 낫다고, 낮다고?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까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작품상과 감독상을 석권해버린 '기생충'과 '디렉터 봉' 봉준호 감독. 이들의 아성이 '미키17'에서 재현될 수 있을지를 묻는다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긴 힘들다. 당장 6년 사이 박살나버린 한국 영화 시장은 어떤 거장 한 명의 수작으로 회복될 수준이 아니다.
물론 우열을 매길 수 없는 영화를 수상이나 흥행 성적과 같은 것들 늘어트릴 수야 있기야 하겠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줄곧 그러한 줄 세우기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로 작품을 선보여왔다. 다만, 적어도 그 소신이 가장 화려했던 수상 결과의 뒤에도 흐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키17'에서도 여전한 봉준호 감독의 컴백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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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