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미키 17' 봉준호 감독이 '마더' 원빈에 이어 로버트 패틴슨까지 "꽃미남 파괴자로 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는 영화 '미키 17'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미키 17'(각본감독 봉준호, 제작 플랜B엔터테인먼트,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로버트 패틴슨)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봉준호 감독이 새롭게 각색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았다. 

'트와일라잇' '해리포터' 시리즈로 하이틴 스타에서 연기파로 거듭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주인공으로 열연했고, 이 밖에도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 토니 콜렛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이 칸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옥자' '설국열차'에 이은 세 번째 해외 프로젝트다. 

'미키 17'은 현재 독일에서 열리는 '제7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돼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엔딩 크레딧 공개와 함께 객석의 뜨거운 환호와 기립박수가 터졌고, 특히 영미권에선 호평이 주를 이뤘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평점 100점을 줬고, 미국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는 100점 만점에 91점을 주기도 했다.

국내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하이틴 무비 '트와일라잇'으로 꽃미남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그러나 '미키 17'을 통해 180도 연기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미국 현지에선 다양한 인디 영화와 필모그래피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로버트 패틴슨의 어떤 면에서 미키의 모습을 봤나?"라는 질문에 "날 자꾸 꽃미남 파괴자로 보는데 그러고 싶지 않다.(웃음) '마더'때 너무 고생했다. 원빈 씨를 안 잘생기 게 찍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나랑 홍경표 촬영 감독님도 찍다가 '잘생겼어..'라고 했다. 옆에서 '조명이라도 바꿔보세요' 그러더라.(웃음) 되게 어렵다"며 "로버트 패틴슨은 '트와일라잇'에서 '저 청년은 어쩜 저렇게 새하얄까? 분장일까?' 궁금했다. 창백하고 멋졌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본인도 연기 욕심이나 캐릭터 욕심이 많아서 미국 인디 영화에 많이 나왔다. 과감하게 그런 것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정적으로 좋았던 건 '굿타임'이라는 영화가 있다. '라이트하우스'도 영화제에서 각광받고 큰 호평을 받은 인디 영화들이다. 리얼하고 구질구질하고 땀에 쩔은 캐릭터로 나온다. 특히 '라이트하우스'를 보면 등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윌렘 대포랑 미쳐가는 모습, 엄청난 광기와 에너지가 폭발하는 느낌이 있다"며 "사실 '미키 17'에서 1인 2역이다. 소심하고 찌질한 17도 해야하고, 광기가 폭발하는 예측불가능한 또라이 캐릭터도 해야한다. 17은 잘할 거 같았다. 지금 당장 촬영 시작해도 잘할 거 같았고, 처음 LA 카페에서 걸어 들어올 때도 ''미키 17'이네~ 잘하겠네' 싶었다. '라이트하우스' 보고 더 마음이 놓였다. 역시 행운인 거 같다. '다른 배우가 했다면..'을 상상해 볼 여지가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간 로버트 패틴슨에 대해서도 "요즘 손가락 하트에 재미가 들려서 나한테도 자꾸 한손으로 하트를 만들면서 하자고 한다.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손하트를 먼저 하자고 제안하더라. 옆에서 먼저 하트를 만들고 서 있었다. 그게 재밌나 봐.(웃음) 거기는 한국도 아니었다. 계속 저럴 건가 싶다.(웃음) 한국에서 그게 재밌었나 보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봉준호 감독은 "그의 실제 성격은 조용하고 착한 편이다. 할리우드 스타적인 특유의 그런 모습이 없다. 이번에 워너 브러더스 스태프한테도 힘들게 한다거나 까다롭게 하는 게 없었다"며 "영국에서 촬영할 때도 이전에 모 배우에게 시달렸던 한 스태프가 '이번에는 하루하루가 행복했다'고 얘기하더라. 배급사 분들도 한국 홍보 왔을 때 불평 불만이 하나도 없이 다 즐겁게 해줬다고 했다. 내한해서 한국 시장 갔다가 '런닝맨' 팀을 만났는데, 하필 재석 씨가 옷을 이상하게 입고 있을 때 만났다.(웃음) 그때도 피하지 않고 즐겁게 해줬다고 들었다. 결론적으로 동서양을 떠나서 개인이 나이스한 사람"이라며 인성도 극찬했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8일 전 세계 최초 한국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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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