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미키 17' 거장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함이 할리우드 배우들까지 사로잡았다.

20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미키 17'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 배우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제작자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의 최두호 프로듀서 등이 참석했다. 앞서 주연 로버트 패틴슨은 지난달 먼저 한국을 방문해 3박 4일간의 홍보 일정을 소화한 바 있다. 

'미키 17'(각본감독 봉준호, 제작 플랜B엔터테인먼트,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로버트 패틴슨)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봉준호 감독이 새롭게 각색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았다.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옥자' '설국열차'에 이은 세 번째 해외 프로젝트다. 

'트와일라잇' '해리포터' 시리즈로 하이틴 스타에서 연기파로 거듭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주인공으로 열연했고, 여기에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 토니 콜렛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은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돼 관련 스케줄을 마치고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마크 러팔로는 극 중 우주 식민지 개척에 나선 우주선의 독재자 정치인 케네스 마셜로 분해 열연했다. 공개 직후 수많은 외신들이 캐릭터가 특정 정치인을 연상케 한다며,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모델로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어벤져스' 시리즈 이후 10년 만에 한국에 온 마크 러팔로는 "헬로우 코리아"라며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기쁘다"며 첫 인사를 건넸다.

그는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도 환대를 받아서 '어벤져스' 다른 출연진이 특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날 질투했다. 그래서 더 기뻤다. 그 분이 누굴 질투하는 걸 처음 봤다"며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여기 오는 길에 오토바이를 타고 왔는데 이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님과 함께 있다는 게 좋다. 살아 있는 감독님들 중에 위대한 감독이다. 그리고 위대한 동료분들과 일 하고, 봉 감독님의 고국에 오게 돼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배우 인생에서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마크 러팔로는 "우선 가장 먼저 놀랐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나한테 주어진게 맡는가?' 주의 깊게 봤다.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 자신도 날 의심하고 있을 때 날 믿어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당연히 내 연기를 보고 만족할 순 없다. 내가 봤을 때 미완성인 부분이 있고 잘할 수 있었는데, 다르게 할 수 있었는데 생각한다. 결국에는 영화가 나오는 결과물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다. 겁도 난다. 처음 시도하기 때문이다. 아직 리뷰를 읽지 않았다. 어떻게 반응이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영화의 취지에 맞게 연기하는게 배우로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캐릭터가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연상케한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저희가 얘기를 좀 많이 했다. 이 인물이 과거에 어떤 인물이고 무엇을 했는지. 특정인을 연상시키지 않길 바란다. 전형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째째하고 그릇이 작은 독재자들을 오랜 세월동안 봐오지 않았나. 계속 반복된다. 그런 독재자들끼리 자기 자신만 알고, 본인 이익만 원하고, 굉장히 연약한 자화상도 있고, 실패하는 독재자들이다. 아마도 다양한 인물들이 의도적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물이 말을 하게 될 때 액센트나 말하는 방식이 변화한다.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고 싶었다. 사람들이 더 많은 해석을 하게 되길 바란다. 전 세계에 있는 지도자들, 과거에 있는 지도자들을 연상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개봉 후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다"며 "우리 영화에는 많은 것들이 나온다. 촬영을 끝낸 2년 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예언자처럼 나중에 나타나게 된 것도 있다. 관객들이 보게 됐을 때 '아 뭔가 소름끼치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닮았다'고 생각하게 될 여지가 있다. 2년 전에 촬영했으니까 이렇게 될지 몰랐다. 아마 신께서 현실을 만들어냈을 수도 있다. 3년이 더 지나고 나면 더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여러나라 기자님들이 다 같이 모여 있었다. 거기서도 기자분들과 인터뷰 했는데, 나이가 상당히 많은신 이탈리아 기자분이 물어보셨는데 마셜 캐릭터가 무솔리니에서 영감 받은 거 아니냐, 파시스트 군복을 입은 것도 그렇다고 하더라"며 "아까 마크 러팔로가 얘기한 것처럼, 역사 속에 존재한 다양한 정치적인 악몽들, 독재자의 모습들이 많이 녹아들어 있으니까, 여러 나라마다 자기네 상황과 역사에 투사시켜서 보는 듯하다. 인류 역사에 전 세계 여러 다양한 정치적 악몽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융합시켜서 하나의 보편적인 걸 마크 러팔로가 훌륭하게 소화해줬다. 그걸 각 나라마다 해석하는 것"이라고 보충 설명했다.

나오미 애키는 미키의 유일한 연인 나샤를 연기했다. 4년의 항해와 얼음행성 니플하임에 도착한 뒤에도 늘 미키를 지켜준 여자친구다. 스티븐 연은 미키의 친구 티모를 소화했다. 둘은 마카롱 가게를 오픈하지만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지고, 미키는 못 갚으면 죽이겠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게 된다. 티모는 이 순간에도 착한 미키의 뒤통수를 치는 인물이다.

한국에 처음 온 나오미 애키는 "정말 감사드린다. 정말 오래전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다. 감독님과 함께 오게 돼 감사하다", 스티븐 연은 "다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어서 기쁘다. 아주 훌륭한 동료분들과 할 수 있어서 기쁨이 배가 된다. 봉 감독님과 다시 일하게 돼서 더 기쁘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과 '옥자' '설국열차' 등을 함께한 최두호 프로듀서 역시 "한국에서 미키 17 홍보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디테일한 작업으로 '봉테일'이라고 불리는 봉준호. 그와 함께 작업한 소감을 묻자, 나오미 애키는 "봉테일 아이 러브 잇"이라며 "너무 좋았다. 배우로서 내가 감독님을 보게 되면 아이처럼 통제하더나 경계선을 설정해 주길 바란다. 감독님을 부모라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지 공간을 마련해 주신다. 봉테일이라고 하면, 말씀하신 대로 나한테 기대하지 못했던 방식이라서 처음에는 긴장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해 항상 얘기해주셨다. 그리고 익숙해졌다. 봉 감독님과 함께 일 하는 방식은 다양했고, 그 스타일과 봉 감독님의 방식이 좋았다"며 만족했다.

마크 러팔로도 "정말로 섬세하고 꼼꼼하다. 동시에 항상 지원을 잘해주신다.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분이다. 스토리 보드로 일 한 게 처음이다. 한국에선 영화를 할 때 감독님, 작가님이 스토리 보드를 만드는 작업이 있다고 하더라. 봉 감독님이 직접 그림을 그렸고, 스토리 보드에서 힌트가 있었다. 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방식으로 도와주셨다. 그 안에 여러가지 정보가 들어가 있었다. 꼼꼼하게 설계가 들어간, 꼼꼼하게 설계된 공간에서 연기한 것도 처음이었다. 정말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시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칭송받는 감독님인데 겸손하시고 친절하다. 나와 계속 친구로 남길 바란다"며 미소를 보였다.

국내 비상계엄령 당시 함께 작업한 외국 배우들의 반응에 대해 봉준호는 "계엄령 뉴스가 나왔을 때 마크 러팔로는 나한테 이메일을 보내서 '괜찮냐?'고 해서 '안전하게 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걱정하지마라 괜찮다'고 얘기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블랙핑크 출신 로제의 노래 '아파트' 차트 몇 위까지 올라갔냐를 궁금해 했는데 갑자기 계엄이 터져서 생경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음악도, 영화도 우리의 일상은 거침없이 계속 되고 있다"며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많이 와주시길 바란다. 그게 계엄을 이미 극복한 시민들, 국민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극복됐다고 생각하고 남은 건 법적, 형식적 절차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극장에서 안 보면 후회하실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마크 러팔로는 "즐기시길 바란다. 웃을수도 우실수도 있는 훌륭한 스토리와 비주얼에 끌릴 거다. 메시지도 발견할 수 있다", 최두호 프로듀서는 "큰 화면으로 보면 영화를 더 많이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8일 전 세계 최초 한국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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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