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거가 박주영 외면하는 근본 이유는...''
입력 : 2012.01.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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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이민선 기자=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왜 박주영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일까. 박주영이 축구 인생 최대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간단하지만 무척 중요한 이 의문에 대해 아스널 리저브 팀 감독이 해답을 줬다.

지난해 여름 프랑스 모나코에서 잉글랜드 아스널로 둥지를 옮긴 박주영은 칼링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총 4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 중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있고, 12월 10일 에버턴전부터는 아예 6경기 연속 엔트리 제외라는 굴욕을 당했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벌어지는 1월에는 포지션 경쟁자인 마루아네 샤마흐가 대표팀에 차출 돼 출전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벵거 감독은 티에리 앙리를 2개월 단기 임대로 데려와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벵거 감독의 냉혹한 외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외의 인물이 박주영의 입지를 둘러싼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를 전했다. 바로 일본 사간 토스의 윤정환 감독이다. 윤 감독은 지난 달 말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로 열흘짜리 축구여행을 떠났다. 시즌이 끝난 후 머리를 식히고 선진 축구를 눈으로 보자는 의미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스널 클럽 하우스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리저브 팀 감독인 닐 밴필드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윤 감독은 밴 필드 감독으로부터 현재 박주영이 출전을 좀처럼 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들었다. 벵거 감독이 직접 언급한 내용은 아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귀 담아 들을만한 내용이었다. 4일 '스포탈코리아'와 만난 윤 감독은 “밴 필드 감독이 주영이와 미야이치 료를 비교했다. 주영이는 좋은 선수고, 지시한 내용을 굉장히 잘 수행하며, 열심히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야이치 료는 나이가 어려도 시키는 것 이외에도 ‘또 다른 것’을 한다면서 그런 부분을 주영이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감독은 ‘박주영의 소극적 자세’를 한국 선수에게 보이는 공통적인 단점으로 풀이하고, 이것이 공격 작업에서의 창조성과 모험적 시도의 결핍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선수들은 시키는 것은 정말 잘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뭔가 하려고 굉장히 노력함에도 그게 안 됐을 때 다른 방법을 찾지를 못한다. 닐 밴필드 감독의 말을 조금 생각해보면 주영이에게 그런 점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내가 우리 선수들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공격수는 A라는 공격 시도가 안 되면 돌아가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벽에 부딪혀도 계속 한 곳만 판다. 그렇다 보니 그쪽(아스널) 지도자들이 결국 주영이를 쓰지 못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다.”

윤 감독은 ‘외국인 선수’로서 박주영이 받고 있는 압박감을 이해한다며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돼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지금 선수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을 것이다. 더구나 그 친구는 축구 밖에 모르지 않는가. 그렇다 보니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을 것이다. 뭔가를 시도 하고 싶어도 굉장히 겁이 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안타깝더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마침 마사지를 받고 있어서 대화를 못 나눴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주영이 현재의 난관을 돌파할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윤 감독은 훈련장에서부터 움직임을 개선해 벵거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으라고 조언했다.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전 기회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훈련장에서 어떻게 훈련하느냐가 중요하다. 주영이가 뛰는 경기를 한 번 봤다. 중앙에 있는 게 아니라 측면으로 나가 있는 경우가 많더라. 그만큼 상대 수비에 대해서 많이 힘에 부치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사이드로 빠지고, 결정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는 중앙이 비어 골을 넣을 선수가 없더라. 벵거 감독이 그래서 중용하지 않는 것 같다. 어서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로 뛰어야 한다."

윤 감독은 "벽을 빠르게 알고 넘기는 사람만이 성공하지 않을까. 박지성도, 이영표도 마찬가지였다”며, 박주영이 현재의 고비를 지혜롭게 넘기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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