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졸리] 지동원의 선덜랜드 경력은 지금부터
입력 : 2012.01.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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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볼턴(영국)] 지동원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없었던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골키퍼를 멋지게 제쳤고 텅 빈 골문 안으로 볼을 밀어 넣었다. 열광적인 환호가 끝난 뒤 주심은 경기 종료 휘슬을 길게 불었다. 새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다’라는 표현의 정의를 내려주는 듯한 결과였다.

알다시피 이 골은 지동원의 프리미어리그 2호 골이었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라는 강팀을 상대로 기록한 득점이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주목한다. 그러나 그 두 골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첼시전 골은 지동원 개인만의 기쁨이었지만 두 번째 골은 팀에게 귀중한 승점 3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지금의 선덜랜드 상황을 감안하면 승점 3점이 얼마나 귀중한지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무엇보다 지동원이 그 순간에 볼을 골라인 너머로 보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쉬워 보일지도 모르는 장면이다. 축구 규정상 반칙이라고 표기되어있는 상황적 이점을 바탕으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프리미어리그 선수라면 어렵지 않게 골을 넣어야 한다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보자. 주전 경쟁에서 밀려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고, 자신을 영입해준 사람은 해고되었고, 또 다른 경쟁자들이 합류할 예정인 이적시장이 열렸다. 상대는 무시무시한 맨체스터 시티, 골키퍼는 잉글랜드 대표팀 주전 수문장이다. 그 골의 성공 여부에 의해 지동원의 운명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그런 부담 백배 상황이었다. 다행히 지동원은 골을 넣었다.

올 시즌 전반기 내내 선덜랜드는 하위권에서 고전했다. 하지만 영국 축구계에서 선덜랜드가 강등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적었다. 부상과 각종 문제로 선덜랜드에는 현재 경기 출전이 가능한 풀백이 아예 없다. 측면 자원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다. 1순위 센터백도 부상 중이고 골키퍼는 부러진 안와(안구 주위 뼈)를 마스크로 보호한 채 문전에서 몸을 던지고 있다. 마틴 오닐 감독이 토로한 “너무 많은 문제들”을 일일이 세려면 끝이 없을 정도로 선덜랜드는 심각한 상태다.

지동원 개인적으로도 맨체스터 시티전 결승골의 시점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선덜랜드를 재건시켜야 할 오닐 감독은 1월 이적시장에서 최전방 공격수 영입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셀틱과 애스턴 빌라에서 보여줬던 성향답게 오닐 감독은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장신 공격수를 물색 중이다. 어떤 공격수가 오더라도 니클라스 벤트너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동원은 다르다. 누가 오느냐에 따라 선덜랜드 생활을 접어야 할 수도 있는 위태로운 입장이었다. 아주 쉬운 논리다. 새 공격수가 오면 벤트너와 코너 위컴은 괜찮지만 그 뒤에 있는 지동원은 더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4순위 공격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맨체스터 시티전 득점은 현 상황을 바꿔놓을 수 있다. 적어도 지동원은 자기가 왜 벤치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그리고 지금보다 출전시간이 더 길어져야 하는지를 오닐 감독에게 분명히 보여줬다. 이 경기에서 벤트너는 팀을 위해서 뛰었지만 지동원은 자기자신을 위해서 뛰었고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선덜랜드 유니폼을 입은 물리적 시간은 반 년이 흘렀지만 지동원의 선덜랜드 경력은 이제서야 시작되었다.

글=리차드 졸리
번역=홍재민
사진=ⓒ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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