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윌슨] 맨시티 대처법의 정석 선덜랜드
입력 : 2012.01.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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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런던(영국)] 축구 전술사에 있어서 역방향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3~4시즌 동안 차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와 같은 선수들에 의한 매끄러운 미드필드 플레이가 현대 축구의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감탄할 만한 공감과 창조적인 각도에 의해 창조되는 매끄러운 패스로 자기보다 훨씬 크고 강한 상대를 무너트린다. 그렇지만 스페인과 바르셀로나도 영원히 천하무적일 순 없다.

지난해 스페인 국가대표팀은 네 번의 평가전에서 패했다. ‘무적함대’ 스페인의 패인 중에는 돈벌이를 위한 장거리 이동이 초래한 컨디션 부재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서 잉글랜드는 스페인을 어떻게 멈춰 세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측면을 내주고 중앙 지역에 최대한 많은 수비수를 배치하는 방법이다. 이런 수비를 상대로 스페인은 중앙 돌파에 애를 먹었다. 가끔 문전을 향한 크로스가 올라가기도 했지만 스페인에는 알다시피 공중 볼을 확실히 잡아줄 장신 공격수가 페르난도 욜렌테 한 명뿐이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서 활약 중인 실바도 비슷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맨시티는 최근 나섰던 원정 4경기에서 모두 승리에 실패했다. 웨스트 브로미치가 무실점으로 막아낸 방법 그대로 선덜랜드가 맨시티의 예봉을 꺾었다. 방법은 이렇다. 우선 포백 수비선을 최대한 아래로 내린다. 그 다음 15미터 정도 간격을 두고 네 명의 미드필더를 세운다. 한 명은 최대한 볼을 가진 상대 선수에게 압박을 가하고, 나머지 세 명은 뒤로 물러나 공간을 지킨다. 공격수 중 한 명이 이 과정을 돕는다. 선발로 나선 니클라스 벤트너가 이 역할을 수행했고, 후반 교체 투입된 지동원이 동일한 임무를 물려받았다.

이날 경기에서 맨시티의 득점 기회는 두 가지 방법에 의해 생겨났다. 우선 페널티박스 위로 크로스를 올리는 방법인데, 아쉽게도 에딘 제코가 이를 확실하게 마무리해주지 못했다. 또 한 가지는 패스 연결을 통해 생긴 틈으로 약 20미터 거리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방법이었다. 선덜랜드 선수들은 투지 넘치는 블로킹으로 후자 상황을 견뎌냈다. 수문장 시몽 미뇰렛의 선보인 몇 차례 선방도 실점 위기 탈출을 도왔다.

숫자로만 따지면 당연히 맨시티가 이겼어야 한다. 그러나 선덜랜드는 경기 전 세심하게 준비한 수비 방법을 고수했다. 맨시티의 실수를 유발하는 최적의 위치를 찾아 서있음으로써 모든 공격에 견딘 끝에 무실점 방어에 성공했다. 경기 내용상 선덜랜드는 솔직히 승자가 되기 위한 자격이 부족했다. 그들이 거둔 승리는 경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준비하고 예상했던 과제를 충실히 수행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라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지동원의 결승골도 그랬다. 득점의 미적 가치보다는 의미가 압도적으로 큰 득점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그토록 긴박한 상황 하에서 골을 넣었다는 점에 대해선 반드시 칭찬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 득점의 시발점도 선덜랜드의 끈질긴 수비였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축구계에서는 학습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앞으로 맨시티는 선덜랜드처럼 나오는 수비 전술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글=조나단 윌슨 (‘블리자드’ 매거진 편집장, http://www.theblizzard.co.uk)
번역=홍재민
사진=ⓒ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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