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클라시코] 벼랑 위의 무리뉴, 바르사 잡을 카드 있을까?
입력 : 2012.01.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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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포르투갈과 잉글랜드, 이탈리아에서 승승장구해온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이 벼랑 위에 서있다. 사상 최고의 적수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의 엘클라시코 전쟁에서 연이어 패배하며 명성의 흠집이 깊어지고 있다. 코파 델레이 우승과 라리가 연승 행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6전 전승 돌파라는 화려한 위업은 모두 엘클라시코 더비에서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제 홈팬들도 야유하고 있다. 마드리드 언론은 무리뉴감독의 능력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또 한 번의 패배는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과연 무리뉴 감독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카드를 찾을 수 있을까?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사는 26일 새벽 6시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 경기장에서 ‘2011/2012 스페인 코파 델레이(국왕컵) 8강 2차전 경기를 치른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는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다. 1차전 홈 경기에서 1-2로 패배했기 때문에 적지에서 2골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한다. 지난 몇 년간 바르사가 보여온 기세를 감안한다면 ‘미션 임파서블’이다. 앞서 열린 3부리그 클럽 미란데스가 1부리그 클럽 에스파뇰을 상대로 연출한 역전 드라마처럼 ‘기적’이 필요한 일이다.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 파비오 카펠로는 스페인 일간지 ‘아스’와 인터뷰에서 “무리뉴가 바르사를 잡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2010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한 무리뉴 감독은 총 9차례의 엘클라시코 더비에서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바르사를 상대했다. 평소 라리가에서 사용하는 기본 전술, 페페를 중원으로 전진배치한 변칙 트리보테, 전방에 무게 중심을 둔 전진 압박 및 공격 축구, 팀의 속도를 이용한 선수비 후역습 등 많은 전술적 고민과 시험을 했다.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첫 엘클라시코 더비에서 0-5로 패배했던 무리뉴 감독은 점점 점수 차를 줄였다. 득점은 늘어났다. 지난 시즌 코파 델레이 결승전에선 승리를 거두기도 했고, 캄노우 원정에서는 연패의 사슬을 끊고 무승부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차례 홈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무리뉴 감독이 지속적으로 언급해온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라리가 우승 경쟁에서 승점 5점을 앞서고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사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리뉴 감독 외에 없을 것이다. 사실은 본인도 바르사가 더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10번째 엘클라시코, 다채로운 방식으로 나섰던 무리뉴

바르사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한 무리뉴 감독은 두 시즌 만에 10번째 엘클라시코 대결을 벌인다. 현재까지 전적은 과르디올라 쪽이 절대 우위다. 9차례 경기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5승 3무 1패로 앞서있다. 인터 밀란 감독 시절까지 포함해도 열세다. 7승 4무 2패로 과르디올라 감독이 전적에서 앞선다.

하지만 인터 밀란 시절의 승자는 무리뉴 감독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인터 밀란을 이끌던 2009/2010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와 준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과르디올라의 바르사와 만났다. 조별리그에서 바르사가 1승 1무로 앞섰고, 준결승전에서는 1승 1패를 나눠가졌다. 조별리그에서 완패를 경험한 무리뉴 감독의 인터 밀란은 준결승전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당시 준결승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골 득실에서 앞서 결승에 올랐다. 바르사에 3골을 넣은 팀, 2점 차 승리를 거둔 팀은 무리뉴의 인터 밀란이 처음이었다. 이때 인터 밀란이 사용한 전술은 문전을 가득 메운 10백 수비와 역습 공격이었다.

과연 두 감독의 10번째 엘클라시코 대결에서는 어떤 전술이 펼쳐질까? 먼저 과르디올라 감독의 경우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다. 최근 2013년까지 연장 계약을 체결한 ‘넘버 투’ 호세 핀토가 골문을 지킬 예정이다. 포백 수비 라인은 주말 리그 경기에 휴식을 취한 카를라스 푸욜을 중심으로 다니 아우베스, 제라르 피케, 에릭 아비달 등 주전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미드필드진 역시 주말 휴식으로 체력을 회복한 차비 에르난데스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삼각편대를 이룬다.

공격진에는 주말 말라가전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리오넬 메시가 휴식을 취한 세스크 파브레가스, 알렉시스 산체스와 스리톱을 구성한다. 1차전과 완벽하게 같은 포진이다. 페드로 로드리게스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티아고 알칸타라, 아드리아누 등 백업 요원도 탄탄하다. 바르사는 평소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

문제는 ‘최강’으로 불리는 바르사를 무리뉴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가 어떻게 상대하느냐다. 1차전에서 여러 변칙 기용을 시도한 무리뉴 감독은 공격진을 정상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트리보테 시스템이 가동된 지난 경기가 끝나고 공격수 카림 벤제마는 “이 시스템 속에서는 공격진이 힘을 받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벤제마는 또 한번 곤살로 이과인과 투톱을 이룰 것으로 보이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메주트 외칠이 2선에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벤제마-이괴인 투톱에 희망, 전방에서 승부 걸까?

징계에서 돌아온 알바로 아르벨로아가 라이트백으로 나서고, 1차전에 결장한 마르셀루가 레프트백으로 복귀한다. 세르히오 라모스는 성공적으로 부상에서 복귀한 히카르두 카르발류와 센터백 콤비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중앙 미드필드 한 자리는 사비 알론소의 몫이다. 무리뉴 감독이 결정하지 못한 것은 알론소의 파트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페페, 라스 디아라, 에스테반 그라네로가 모두 100%가 아니다”라며 마지막까지 컨디션을 체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것은 라스 디아라다. 페페는 심리적 부담이 크며 전국적인 지탄을 받고 있어 이번 경기에서 엄한 판정 기준을 적용받게 될 것이다. 퇴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라네로는 무리뉴 감독이 주요 경기에서 투입한 역사가 없다. 결국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며 바르사 중원을 괴롭힐 수 있는 라스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앙헬 디마리아와 자미 케디라는 컨디션 회복에 실패했다. 골문을 이케르 카시야스가 지킨다는 이야기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무리뉴 감독의 전술은 새로울 것이 없다. 최근 경기에서 가장 큰 효력을 본 벤제마-이과인 투톱의 화력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두 선수는 지난 1차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외칠의 부재 속에 적절한 볼 배급을 받지 못해 고립된 바 있다. 호날두와 외칠은 볼 운반 능력과 킬러 패스를 연결할 수 있는 창조성을 갖췄다. 알론소의 장거리 패스 능력도 일품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사의 볼을 차단하는 즉시 벤제마-이과인 투톱이 전방에서 콤비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볼을 넘겨줘야 한다.

바르사는 이번 경기에서도 중원을 장악할 것이다. 바르사가 중원에서 게임을 만들어가기 전에 압박해야 한다. 벤제마, 이과인, 호날두와 외칠, 라스 디아라는 강한 전진 압박으로 중원 싸움 자체를 저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좌우 풀백도 더 위로 올라와 볼 다툼을 벌여야 한다. 배후를 내줄 위험이 있지만 중원을 내준다면 배후에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바르사의 현란한 플레이에 무너질 수 밖에 없다. 트리보테 시스템으로 실패를 맛본 무리뉴 감독은 자신의 진영이 아닌 상대 진영에서 승부를 걸 가능성이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예상이다. 매 경기 마다 각종 예상을 깬 전술 카드를 들고 나온 무리뉴 감독은 어떤 묘안을 들고 나올까? 그리고 그 묘안은 적중할 수 있을까?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무리뉴 감독의 가세 이후 엘클라시코의 전술 싸움은 21세기 축구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비록 패배하더라도 무리뉴 감독의 도전은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는 벼랑 위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고, 아직까지 물러설 생각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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