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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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왼쪽)와 고우석. /사진=박찬호 SNS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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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팬들에게 입단 인사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리코스포츠 에이전시 |
'리틀 돌부처'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드디어 메이저리그(MLB) 진출의 꿈을 이뤄낸 가운데, 빅리그 대선배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51)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찬호는 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LG 고우석은 새해부터 파드레스 고우석으로"라는 말과 함께 "그의 도전에 축하를 보내며 그의 시즌에 행운을 기원합니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고우석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박찬호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우리 한국선수들이 많아지는 모습에 기쁨을 느끼며 그들의 활약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것이다. 화이팅 2024!"라는 문구를 남기며 고우석과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선전을 기원했다.
박찬호가 이렇듯 격려를 남긴 것은 단순히 같은 한국인이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는 고우석에게는 샌디에이고 팀 대선배가 된다. 1994년 LA 다저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찬호는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 달러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후 2005년 7월 말 필 네빈과 맞트레이드를 통해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뛴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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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샌디에이고 시절의 박찬호. /AFPBBNews=뉴스1 |
2005년 텍사스에서 8승을 올린 후 샌디에이고에서 4승을 추가하며 4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12승)를 기록한 박찬호는 이듬해 7승 7패 평균자책점 4.81의 성적을 올렸다. 7월까지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지만 장 출혈로 인해 후반기에는 거의 등판하지 못했다. 그래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 8회 등판,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개인 최초의 포스트시즌 등판 경험을 올렸다.
이후 2007년 뉴욕 메츠와 계약을 맺으면서 샌디에이고를 떠났지만, 은퇴 후 다시 인연을 맺었다. 고(故) 피터 세이들러 구단주(2023년 별세)와 인연이 있던 박찬호는 2019년 샌디에이고의 특별 고문으로 13년 만에 팀에 복귀했다. 박찬호 본인 이후 한국 선수가 없었던 샌디에이고는 2021년 김하성(29)을 시작으로 지난해 트레이드로 최지만(33)이 입단했고, 올해 고우석까지 팀에 합류했다.
특히 김하성의 영입 당시에는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입단 당시 "경험적인 부분을 특히 많이 말씀해주셨다. 샌디에이고가 정말 좋은 도시고 멋진 곳이라고 설명해주셨다. 구단주도 좋고 모든 것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구단이라고 알려주셨다"며 박찬호의 역할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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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왼쪽)와 김하성. /사진=박찬호 SNS 갈무리 |
박찬호와 고우석은 여러 모로 다른 점이 많다. 아마추어에서 미국으로 직행한 박찬호에 비해 고우석은 KBO에서 7시즌을 뛰었다. 또한 주로 선발투수였던 박찬호와 달리 고우석은 KBO 통산 353경기를 모두 구원으로 등판했다. 하지만 최고 구속 95마일(약 152.9km) 이상의,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도 평균 이상의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타자를 압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우석은 지난 4일 샌디에이고와 2+1년 계약을 맺었다. 포스팅 마감기한(1월 4일 오전 7시)을 앞두고 극적으로 행선지가 나온 것이다. 디 애슬레틱 등에 따르면 고우석은 보장액 450만 달러(약 59억원)를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올 시즌 175만 달러(약 23억원)에 이어 2025시즌에는 연봉 225만 달러(약 29억원)를 받는다. 또한 상호 옵션 발동 시 고우석은 2026시즌 연봉으로 300만 달러(약 39억원)를 수령할 수 있다. 기록 관련 보너스 등을 충족한다면 최대 총액 940만 달러(약 123억 2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갈산초-양천중-충암고를 졸업한 고우석은 2017년 LG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첫 시즌부터 1군 25경기에 등판해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이듬해 56경기에서 3승 5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1의 성적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이어 2019년에는 팀의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아 65경기(71이닝)에서 8승 2패 35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52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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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
2020년에는 평균자책점이 4.10으로 상승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고우석은 다음 시즌 63경기에서 1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2년에는 61게임에서 60⅔이닝을 던지며 4승 2패 42세이브 1.48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특히 세이브에서는 2위 김재윤(당시 KT, 33세이브)을 큰 차이로 제치고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했다.
고우석은 지난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3월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우측 어깨 회전근개 근육 염증으로 인해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고, 시즌 중에도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는 4패를 기록했다. 이에 결국 고우석은 시즌 44경기에서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이라는 성적을 냈다. KT와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패전에 이어 3차전에는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지만, 5차전에서 끝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팀의 29년 만의 우승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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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2023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팀의 우승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
LG에서 이번 시즌을 맞이할 것으로 보였던 고우석은 지난해 11월 중순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으며 빅리그 도전을 시작했다. 결국 구단과 상의 후 해외 진출 허락이 떨어졌고, 친구이자 처남인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같은 날 포스팅 신청에 들어갔다. 한동안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았지만 극적으로 메이저리그행이 확정됐다.
원소속팀 LG 차명석 단장은 "축하한다. 고우석 선수는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길 기대한다. 고우석 선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고우석은 LG 구단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LG트윈스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샌디에이고 구단에도 감사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좋은 모습으로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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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 공식 SNS |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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