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보라 기자] 하준원 감독이 “세 캐릭터가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하나의 이름을 놓고 세 사람이 서로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하 감독은 19일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데드맨’의 제작보고회에서 “제가 극의 이야기를 설계할 때 하나의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했다. 이만재가 감정의 증폭을 끌어올리는 악기, 심 여사가 지휘자, 공희주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람하는 청중이라고 생각하고 극을 구성했다”라며 이 같이 각본을 쓴 과정을 밝혔다.
‘데드맨’(감독 하준원, 제공 콘텐츠웨이브㈜, 제작 ㈜팔레트픽처스·㈜사람엔터테인먼트)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
이날 제작보고회는 하준원 감독과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 등 출연배우들이 참석했다.
하준원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2006) 스크립터 출신으로, 독립 단편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2007)와 ‘992’(2012)의 프로듀서를 맡은 후 ‘데드맨’으로 연출 데뷔했다.
이날 하 감독은 바지사장에 대해 “바지사장은 명의만 대여해주고,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영화 속 이만재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고 팔면서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지사장이라는 소재를 영화에 처음 사용하면서 취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범죄 영화를 만들면서 취재하다가 보면 취재원을 노출시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언급할 때도 부담되는 면이 있어서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다. (바지사장들의) 명의가 드러나지 않아서 취재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취재가 길어지다보니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쌓아온 방대한 자료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각본을 직접 쓴 하 감독은 “사인을 할 때, 인감을 팔 때 자신의 이름으로 하는데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을 팔거나 대리인의 이름으로 살며 어떤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이자, 감독으로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대중적인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어서 고민을 하다가 ‘바지사장’이 떠올랐다. 이름을 판다는 화두와 (바지사장이) 붙었을 때 굉장히 조화로운 궁합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소재를 선정한 과정을 설명했다.
조진웅은 바지사장계 에이스 이만재 역을 소화했다. “굉장히 급변한다. 그래서 그 상황에 저를 100% 던져서 맞닥뜨려보자 하는 생각이었다. 상황 속에서 느낀 여러 가지 감정을 날 것으로 표현해보자 싶더라”고 미리 준비한 연기보다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진웅은 “관 속에서 (이만재가) 깨어나는데 그런 상황이 캐릭터를 더 처절하게 만들었다. 상황에서 느낀 감정이 인물을 더 끈적하게 만든 거 같다”고 덧붙이며 “바지사장은 만연한 단어지만 (바지사장계는) 감독님이 취재가 어렵다고 하니 드러나지 않은 세계 같다. 저는 시나리오로 처음 접하고 잘 꾸며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서 접하긴 했기에 실제로 발생할 수도 있었을 사건이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나올 정도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할 거 같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김희애는 타고난 지략으로 이름을 알리는 데 정평이 난 정치판 최고의 컨설턴트 심 여사를 연기했다.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 깜짝 놀랐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너무 전문적인 얘기가 많이 나와서다. 감독님이 직접 찾아다니면서 조사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드라마틱하다.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면서 어떤 게 진짜이고, 가짜인지 헷갈릴 정도다.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하 감독님이 봉준호 감독님과 인연이 있어서 시나리오를 보여 드렸다고 하더라. 봉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신 뒤 ‘우리나리에서 어느 여자배우가 심 여사를 맡아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셨다더라. 그 정도로 심 여사가 너무 매력적이다. 여배우라면 너무나 탐낼 만한 역할이다.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심 여사는 정말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굉장히 파워가 있다. 파워라고 하면 ‘돈’인데 심 여사는 자가용에 비행기도 있다.(웃음)”
비주얼에 큰 변신을 감행했다는 김희애는 “제가 그간 다른 역할을 많이 맡아왔지만 외적으로도 다르게 보이고 싶었다. 배우는 이전 인물과 다르게 보이는 게 가장 신나고 재미있는 작업이라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희애는 조진웅에 대해 “조진웅은 지금까지 좋은 작품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데, ‘데드맨’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 같다”고 기대했다. 조진웅도 이에 “김희애 선배님은 워낙 아성 있는 배우다. 이수경도 연기 잘하는 후배라서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추는데 좋았다”고 밝혔다.
이수경은 이만재(조진웅 분)의 행방을 쫓는 ‘이만재는 살아있다’ 채널 운영자 공희주 역을 맡았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바지사장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세 캐릭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게 재미있었다”고 출연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그러나 실제 성격과 공희주가 다른 선상에 놓여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한다. “평소 미적지근한 저의 성격을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지 노력했다. 온도를 끓어올리고 싶었다”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과한 분장을 받으면서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이 ‘데드맨’을 통해 처음 만났지만 예고편만 봐도 연기 시너지가 극대화해 기대를 높인다. 올 설 연휴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범죄극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데드맨’의 극장 개봉은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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