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채준 기자]
1967년 3월15일 설립된 신생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텍사스주로부터 1968년 2월20일 일종의 지역항공사 격인 주내(州內)항공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1971년 6월18일 취항할 때까지 무려 3년여의 기간 동안 기존항공사들의 엄청난 방해를 헤쳐 나오는데 급급하느라 취항이후 적자에 시달렸다. 이익 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취항초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등 텍사스주 내의 3개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을 운항했다. 그 가운데 휴스턴은 취항 전이었던 1969년 모든 항공사가 도심에서 가까운 하비공항을 비우고 교외에 새로 지은 인터컨티넨탈공항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사우스웨스트항공도 인터컨티넨탈공항에서 운항중이었지만 기존항공사에 밀려 비행기는 텅텅 비어서 운영되었다. 심지어 승객이 한두 명만 탈 때도 있을 정도였다.
너무 장사가 안되자 이판사판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하루 12회 왕복 운항중이던 휴스턴~댈러스 노선을 텅 빈 하비공항으로 옮겨봤다. 1971년 11월14일 하비공항의 유일한 항공사가 된 사우스웨스트항공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하비공항을 이용한 휴스턴~댈러스 노선 운항 하루 만에 승객이 2배나 증가했다. 단거리 노선을 자주 이용하는 회사원들의 출장승객은 거리가 먼 신공항보다는 도심에서 가까운 작은 공항을 오히려 더 선호한 것이다.
취항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가능성을 본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휴스턴에서 출발하는 다른 노선들도 몽땅 하비공항으로 옮겼다. 그러자 기존항공사들이 이를 가만두지 않았다. 기존항공사들은 일부 항공편을 하비공항으로 이동시키고, 운임도 사우스웨스트항공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며 대대적으로 광고까지 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기존항공사에 대응하는 전단을 배포하며 맞섰다. 광고전단에 담긴 문구는 "우리가 하비공항으로 돌아와 요금을 낮추지 않았으면 기존항공사들이 결코 요금을 낮추지 않았을 것이다. 하비공항 요금인하의 공은 당연히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것이다."라는 억센 단호함을 보여줬다.
다행히 휴스턴 사람들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을 타 주었다. 그리고 수년 후 기존항공사들은 하비공항을 온전히 사우스웨스트항공에게 넘겨주고 철수했다. 이를 계기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처음으로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또 휴스턴 하비공항에 있던 항공기 1대를 매주 운항 종료 후 댈러스공항으로 이동시켜 주말정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빈 비행기로 가느니 운항원가라도 건지자는 생각에서 휴스턴~댈러스 노선의 금요일 밤 마지막 비행편을 10달러에 팔았다.
해당노선 운임은 기존항공사들이 27~28달러를 받고 있었고,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0달러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금요일 마지막편 운임을 기존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반값, 기존항공사의 3분의 1만 받는다고 하니까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전석이 매진됐다. 지역 승객들 입장에서는 10달러짜리 항공권 자체를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저운임에 승객들이 열광하는 분위기를 읽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댈러스~샌안토니오 노선에서 좌석도, 시간도, 요일도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13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파격적인 저운임이 알려지자 해당노선의 기존항공사 브래니프항공은 10일 후 댈러스~휴스턴 노선 운임을 절반으로 인하하며 반격했다.
브래니프항공은 댈러스 지역 일간신문에 휴스턴행 운임을 13달러로 내린다는 전면광고를 게재했다. 항공업 진출 40년 경력의 항공대기업 브래니프항공 입장에서 이 노선은 수많은 노선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고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에게는 유일하게 돈을 벌어주는 노선이었다. 현금 보유가 허약한 항공사가 브래니프항공과 운임경쟁을 펼치면 치명상을 입을 게 뻔했다.
항공대기업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죽이기'에 잔뜩 화가 난 작은 신생항공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생존의 대응광고를 냈다. 그리고 이 광고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가장 유명한 광고문안으로 기록되었다. 광고에는 "누구도 그 잘난 13달러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하늘에서 쫓아내지는 못한다"고 적혀 있었다.
텍사스 언론들은 처음에 대형항공사에 맞서는 작은 신생항공사의 무모함에 승산이 없어 보인다는 보도를 했지만, 나중에는 질 것이 뻔한 약자를 응원하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텍사스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브래니프항공의 노골적인 '사우스웨스트항공 죽이기'는 역효과를 일으켰고, 지역여론에 반감을 샀다. 결국 브래니프항공은 댈러스~휴스턴 하비공항 노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철수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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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취항초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등 텍사스주 내의 3개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을 운항했다. 그 가운데 휴스턴은 취항 전이었던 1969년 모든 항공사가 도심에서 가까운 하비공항을 비우고 교외에 새로 지은 인터컨티넨탈공항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사우스웨스트항공도 인터컨티넨탈공항에서 운항중이었지만 기존항공사에 밀려 비행기는 텅텅 비어서 운영되었다. 심지어 승객이 한두 명만 탈 때도 있을 정도였다.
너무 장사가 안되자 이판사판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하루 12회 왕복 운항중이던 휴스턴~댈러스 노선을 텅 빈 하비공항으로 옮겨봤다. 1971년 11월14일 하비공항의 유일한 항공사가 된 사우스웨스트항공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하비공항을 이용한 휴스턴~댈러스 노선 운항 하루 만에 승객이 2배나 증가했다. 단거리 노선을 자주 이용하는 회사원들의 출장승객은 거리가 먼 신공항보다는 도심에서 가까운 작은 공항을 오히려 더 선호한 것이다.
/사진제공=pixabay |
취항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가능성을 본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휴스턴에서 출발하는 다른 노선들도 몽땅 하비공항으로 옮겼다. 그러자 기존항공사들이 이를 가만두지 않았다. 기존항공사들은 일부 항공편을 하비공항으로 이동시키고, 운임도 사우스웨스트항공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며 대대적으로 광고까지 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기존항공사에 대응하는 전단을 배포하며 맞섰다. 광고전단에 담긴 문구는 "우리가 하비공항으로 돌아와 요금을 낮추지 않았으면 기존항공사들이 결코 요금을 낮추지 않았을 것이다. 하비공항 요금인하의 공은 당연히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것이다."라는 억센 단호함을 보여줬다.
다행히 휴스턴 사람들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을 타 주었다. 그리고 수년 후 기존항공사들은 하비공항을 온전히 사우스웨스트항공에게 넘겨주고 철수했다. 이를 계기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처음으로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또 휴스턴 하비공항에 있던 항공기 1대를 매주 운항 종료 후 댈러스공항으로 이동시켜 주말정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빈 비행기로 가느니 운항원가라도 건지자는 생각에서 휴스턴~댈러스 노선의 금요일 밤 마지막 비행편을 10달러에 팔았다.
해당노선 운임은 기존항공사들이 27~28달러를 받고 있었고,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0달러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금요일 마지막편 운임을 기존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반값, 기존항공사의 3분의 1만 받는다고 하니까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전석이 매진됐다. 지역 승객들 입장에서는 10달러짜리 항공권 자체를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저운임에 승객들이 열광하는 분위기를 읽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댈러스~샌안토니오 노선에서 좌석도, 시간도, 요일도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13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파격적인 저운임이 알려지자 해당노선의 기존항공사 브래니프항공은 10일 후 댈러스~휴스턴 노선 운임을 절반으로 인하하며 반격했다.
브래니프항공은 댈러스 지역 일간신문에 휴스턴행 운임을 13달러로 내린다는 전면광고를 게재했다. 항공업 진출 40년 경력의 항공대기업 브래니프항공 입장에서 이 노선은 수많은 노선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고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에게는 유일하게 돈을 벌어주는 노선이었다. 현금 보유가 허약한 항공사가 브래니프항공과 운임경쟁을 펼치면 치명상을 입을 게 뻔했다.
/사진제공=pixabay |
항공대기업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죽이기'에 잔뜩 화가 난 작은 신생항공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생존의 대응광고를 냈다. 그리고 이 광고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가장 유명한 광고문안으로 기록되었다. 광고에는 "누구도 그 잘난 13달러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하늘에서 쫓아내지는 못한다"고 적혀 있었다.
텍사스 언론들은 처음에 대형항공사에 맞서는 작은 신생항공사의 무모함에 승산이 없어 보인다는 보도를 했지만, 나중에는 질 것이 뻔한 약자를 응원하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텍사스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브래니프항공의 노골적인 '사우스웨스트항공 죽이기'는 역효과를 일으켰고, 지역여론에 반감을 샀다. 결국 브래니프항공은 댈러스~휴스턴 하비공항 노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철수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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