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박효준(28·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게 메이저리그(ML) 복귀는 정녕 꿈이었을까. 2년 만에 빅리그 재데뷔를 노렸던 박효준이 무려 시범경기 타율이 5할에 육박하는 0.488임에도 트리플A행 통보를 받아들였다.
오클랜드 구단 리포터 제시카 클라인슈미트는 27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박효준이 2024시즌을 트리플A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짙은 아쉬움이 남는 소식이다. 시범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박효준은 콜업 1순위였다. 올해 오클랜드와 스프링캠프 초청권을 포함한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던 박효준은 이날(27일) 경기 전까지 시범경기 타율 0.488(43타수 21안타), 1홈런 9타점 5득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163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7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지난 17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는 2루타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자연스레 호평도 이어졌다. 마크 캇세이 오클랜드 감독은 "박효준은 이번 캠프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빅리그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 중 깊은 인상을 심어준 선수"라며 칭찬했다.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25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으로부터는 오클랜드 26인 로스터에 포함될 것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MLB.com은 "미겔 안두하가 오른쪽 무릎 반월판 파열로 인해 부상자 명단(IL)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 유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스프링캠프 논-로스터(non-roster) 초청선수로 합류해 최고의 타격 성적을 낸 박효준에게 기회는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오클랜드는 최근 2년 연속 100패 이상을 기록, 올해도 메이저리그 최약체로 여겨지는 팀으로 주전 자리가 확고하지 않다. 최근 영입된 J.D.데이비스가 있는 3루를 제외하면 박효준의 주 포지션인 2루와 유격에는 마땅한 선수가 없다. 2루수 잭 겔로프(25)가 지난해 69경기 타율 0.267, 14홈런 14도루, OPS 0.840으로 가능성을 보여줬을 뿐이다. 그 외에는 메이저리그 5년 통산 타율 0.211에 불과한 에이브러햄 토로(28), 빅리그 데뷔를 못한 대럴 에르나이스(23), 빅리그 통산 타율 0.214의 닉 알렌(26) 등 경쟁력 있는 선수가 없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새로운 가능성에 더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클라인슈미트는 "캇세이 감독은 박효준의 트리플A행 이유는 퍼포먼스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다. 확실히 팀 구성을 생각한 결정(Mark Kotsay said it wasn't from a performance standpoint, definitely a roster construction scenario)"이라고 전했다.
사실 오클랜드 입장에서 박효준은 이미 어느 정도 빅리그에서 긁어본 복권이다. 야탑고 시절 박효준은 선배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를 차지할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2014년 뉴욕 양키스와 국제 계약을 통해 미국으로 향했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2021년 7월 16일 택시 스쿼드(유사시 명단)에 포함, 다음날 보스턴과 홈 경기에서 7회 팀 로카스트로의 대타로 나와 내야땅볼을 기록하며 꿈에 그리던 빅리그 데뷔를 이뤘다. 25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콜업 5일 만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박효준은 강등 하루 만에 2대1 트레이드를 통해(박효준+디에고 카스티요↔클레이 홈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팀을 옮겼다. 피츠버그에서 8월 빅리그에 다시 올라온 박효준은 6경기 연속 안타를 포함 그해 메이저리그 45경기 타율 0.195, 3홈런 14타점 1도루 OPS 0.633으로 기분 좋은 데뷔 시즌을 보냈다.
그뿐이었다. 2022년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되는 건 성공했으나, 부진으로 인해 5경기 만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갔고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그해 9월 8일 뉴욕 메츠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으로 몇 차례 팀을 옮겼고 오클랜드가 그에게 있어 5번째 팀이었다.
오클랜드는 박효준에게 있어 희망의 땅으로 보였다. 그동안 거친 팀 중 가장 최약체에 경쟁이 심하지 않기도 했고 시범경기에서 월등한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연고지 이전을 앞두고 리빌딩과 새로운 코어 자원을 찾아야 하는 구단의 방향과 맞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박효준 대신 기회를 받은 선수는 2001년생 에르나이스다. 에르나이스는 빌리 빈 사장이 구단 고문으로 한발짝 물러난 후 처음 전권을 쥔 데이비드 포스트 오클랜드 단장이 야심 차게 데려온 유망주 중 하나다. 지난해 1월 팀 내 3선발 역할을 하던 콜 어빈과 마이너리그 투수 카일 버비츠키를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주고 데려와 대가도 절대 가볍지 않은 유망주다.
에르나이스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21경기 타율 0.308(52타수 16안타), OPS 0.672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더블 A 타율 0.338, OPS 0.879를 시작으로 트리플A에서도 60경기 타율 0.300, OPS 794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고, 박효준 대신 개막전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내게 됐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은 박효준. /AFPBBNews=뉴스1 |
오클랜드 구단 리포터 제시카 클라인슈미트는 27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박효준이 2024시즌을 트리플A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짙은 아쉬움이 남는 소식이다. 시범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박효준은 콜업 1순위였다. 올해 오클랜드와 스프링캠프 초청권을 포함한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던 박효준은 이날(27일) 경기 전까지 시범경기 타율 0.488(43타수 21안타), 1홈런 9타점 5득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163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7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지난 17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는 2루타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자연스레 호평도 이어졌다. 마크 캇세이 오클랜드 감독은 "박효준은 이번 캠프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빅리그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 중 깊은 인상을 심어준 선수"라며 칭찬했다.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25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으로부터는 오클랜드 26인 로스터에 포함될 것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MLB.com은 "미겔 안두하가 오른쪽 무릎 반월판 파열로 인해 부상자 명단(IL)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 유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스프링캠프 논-로스터(non-roster) 초청선수로 합류해 최고의 타격 성적을 낸 박효준에게 기회는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오클랜드는 최근 2년 연속 100패 이상을 기록, 올해도 메이저리그 최약체로 여겨지는 팀으로 주전 자리가 확고하지 않다. 최근 영입된 J.D.데이비스가 있는 3루를 제외하면 박효준의 주 포지션인 2루와 유격에는 마땅한 선수가 없다. 2루수 잭 겔로프(25)가 지난해 69경기 타율 0.267, 14홈런 14도루, OPS 0.840으로 가능성을 보여줬을 뿐이다. 그 외에는 메이저리그 5년 통산 타율 0.211에 불과한 에이브러햄 토로(28), 빅리그 데뷔를 못한 대럴 에르나이스(23), 빅리그 통산 타율 0.214의 닉 알렌(26) 등 경쟁력 있는 선수가 없다.
박효준(오른쪽)이 지난달 27일(한국시간) 오클랜드의 스프링캠프 홈구장인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호호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 6회 말 3점 홈런을 터트린 후 3루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구단 공식 SNS |
하지만 오클랜드는 새로운 가능성에 더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클라인슈미트는 "캇세이 감독은 박효준의 트리플A행 이유는 퍼포먼스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다. 확실히 팀 구성을 생각한 결정(Mark Kotsay said it wasn't from a performance standpoint, definitely a roster construction scenario)"이라고 전했다.
사실 오클랜드 입장에서 박효준은 이미 어느 정도 빅리그에서 긁어본 복권이다. 야탑고 시절 박효준은 선배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를 차지할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2014년 뉴욕 양키스와 국제 계약을 통해 미국으로 향했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2021년 7월 16일 택시 스쿼드(유사시 명단)에 포함, 다음날 보스턴과 홈 경기에서 7회 팀 로카스트로의 대타로 나와 내야땅볼을 기록하며 꿈에 그리던 빅리그 데뷔를 이뤘다. 25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콜업 5일 만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박효준은 강등 하루 만에 2대1 트레이드를 통해(박효준+디에고 카스티요↔클레이 홈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팀을 옮겼다. 피츠버그에서 8월 빅리그에 다시 올라온 박효준은 6경기 연속 안타를 포함 그해 메이저리그 45경기 타율 0.195, 3홈런 14타점 1도루 OPS 0.633으로 기분 좋은 데뷔 시즌을 보냈다.
피츠버그 시절 박효준. /AFPBBNews=뉴스1 |
그뿐이었다. 2022년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되는 건 성공했으나, 부진으로 인해 5경기 만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갔고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그해 9월 8일 뉴욕 메츠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으로 몇 차례 팀을 옮겼고 오클랜드가 그에게 있어 5번째 팀이었다.
오클랜드는 박효준에게 있어 희망의 땅으로 보였다. 그동안 거친 팀 중 가장 최약체에 경쟁이 심하지 않기도 했고 시범경기에서 월등한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연고지 이전을 앞두고 리빌딩과 새로운 코어 자원을 찾아야 하는 구단의 방향과 맞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박효준 대신 기회를 받은 선수는 2001년생 에르나이스다. 에르나이스는 빌리 빈 사장이 구단 고문으로 한발짝 물러난 후 처음 전권을 쥔 데이비드 포스트 오클랜드 단장이 야심 차게 데려온 유망주 중 하나다. 지난해 1월 팀 내 3선발 역할을 하던 콜 어빈과 마이너리그 투수 카일 버비츠키를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주고 데려와 대가도 절대 가볍지 않은 유망주다.
에르나이스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21경기 타율 0.308(52타수 16안타), OPS 0.672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더블 A 타율 0.338, OPS 0.879를 시작으로 트리플A에서도 60경기 타율 0.300, OPS 794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고, 박효준 대신 개막전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내게 됐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