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채연 기자]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트로피는 대이변 끝에 ‘아노라’가 차지했다. '아노라'는 2024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까지 수상하며 두 영화제 모두 섭권한 세번째 작품이 됐다.
3월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됐다. 유쾌한 입담을 자랑하는 미국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이 처음으로 사회를 맡았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와 신시아 에리보의 축하공연으로 시상식의 문을 열었고, 코난 오브라이언의 유머 가득한 오프닝 멘트가 웃음을 자아냈다.
올해는 프랑스 거장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등 최다인 13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이어 '브루탈리스트' '위키드'는 10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됐고, '컴플리트 언노운' '콘클라베'는 8개 부문 후보, '아노라'는 6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최고의 영예 작품상 후보는 '브루탈리스트', '서브스턴스', '아노라', '컴플리트 언노운', '콘클라베', '듄: 파트2', '에밀리아 페레즈', '아임 스틸 히어', '위키드', '니켈 보이즈'까지 총 10작품이 경합을 벌였다.
본격적인 투표를 앞두고 ‘브루탈리스트’와 ‘에밀리아 페레즈’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으나, ‘브루탈리스트’는 생성형 AI를 사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렸고, ‘에밀리아 페레즈’는 멕시코 및 트랜스젠더에 대한 모멸적인 표현이 들어가 논란이 됐다. 더불어 주연 배우인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과거 혐오 발언이 파묘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작품상은 ‘아노라’가 차지했다. 무대 위로 오른 ‘아노라’의 주역들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서맨사 콴은 “우리는 6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었다. 저희는 독립적으로 만들었다.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계신다면 계속 제작해달라. 더 필요하다. 이게 그 증거다”라고 말했다.
알렉스 코코 역시 “이게 어떻게 현실이 될 수 있는 지 모르겠다. 지난 10개월간 정말 놀랍고 불가능한 여정이었다. 우리는 아주 적은 돈을 들여 만들었지만, 모든 꿈나무와 젊은 영화 제작자에 진심을 담아 전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감독이 있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영화는 놀라운 인디 아티스트의 피와 땀, 눈물로 만들어졌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아노라’는 2024 황금종려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아카데미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에 작품상을 안긴 것은 이번이 겨우 세번째다. 1956년 델버트 만 감독의 영화 '마티’를 시작으로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두번째 기록을 세웠고, 2025년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작품상 유력 후보로 올랐던 ‘브루탈리스트’와 ‘에밀리아 페레즈’가 수상이 불발된 것은 2023년 할리우드 파업을 일으켰던 생산형 AI 사용과 혐오 발언 등이 재조명되며 논란이 커졌기 때문으로 추측되고 있다.
더불어 감독상에는 션 베이커(‘아노라’), 브래디 코베(‘브루탈리스트’), 제임스 맨골드(‘컴플리트 언노운’), 자크 오디아르(‘에밀리아 페레즈’), 코랄리 파르쟈(‘서브스턴스’) 등이 후보로 노미네이트됐다.
감독상 역시 ‘아노라’에게 향했다. 무대 위로 오른 션 베이커 감독은 “아카데미에 감사드린다. 저의 동료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우리는 모두 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걸 시청하고 있다. 우린 어디서 영화를 사랑에 빠졌을까요. 그건 영화관이다”라며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남우주연상은 '브루탈리스트' 애드리언 브로디, '컴플리트 언노운' 티모시 샬라메, '어프렌티스' 서배스천 스탠, '콘클라베' 레이프 파인스, '씽씽' 콜먼 도밍고 등이 경쟁을 펼쳤고, 애드리언 브로디가 트로피를 가져갔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29세였던 2003년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고, '피아니스트' 이후 두 번째 아카데미에 도전했다. 다만 이번 아카데미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수상한다면 최연소 남우주연상 기록이 바뀌는 것. 그러나 애드리언 브로디는 두 번째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자신의 최연소 기록 역시 지켰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연기는 매우 연약한 직업이다. 매우 화려해 보이고 어떤 순간에는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곳에 들어와서 얻은 한가지 특권은 관점을 갖는 것이다. 커리어의 어느 단계에 있든, 무엇을 성취했든 상관없다.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여전히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것은 목적지가 있다는 뜻”이라며 “영화에서 제 캐릭터가 언급하는 것이지만, 저에게도 마찬가지다. 커리어의 정점, 그것은 기회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브루탈리스트'는 전쟁의 상처와 흔적에서 영감을 받아 혁신적인 디자인을 창조해 낸 천재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압도적인 연기력을 펼친 애드리언 브로디가 '피아니스트' 이후 22년 만에 다시 한번 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 여우주연상은 '서브스턴스' 데미 무어, '아노라' 미키 매디슨, '아임 스틸 히어' 페르난다 토레스, '위키드' 신시아 에리보, '에밀리아 페레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아임 스틸 히어' 페르난다 토레스 등이 올랐다. 유력 후보로 데미 무어가 점쳐졌으나, 수상의 영광은 ‘아노라’ 매키 매디슨이 차지했다.
‘아노라’는 뉴욕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는 아노라(미키 매디슨 분)가 러시아 재벌 2세 이반을 고객으로 맞게 되고, 철저한 금전 관계를 넘어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미키 매디슨은 “할리우드는 항상 저에게 멀게 느껴졌는데 여기 서게 되니 정말 놀랍다”라며 자신을 지지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성 노동자 커뮤니티에도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지지하고 동맹이 되겠다”며 “여성들은 이 놀라운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미키 매디슨은 함께 후보로 오른 이들을 언급하며 “동료 후보자의 사려깊고 지적이고 아름답고 숨이 멎을 듯 놀라운 작품을 인정하고 싶다. 여러분 모두와 수상하게 돼꿈 이뤄질 것 같다”고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녀조연상은 예상 대로 '리얼 페인'의 키에란 컬킨, '에밀리아 페레즈'의 조 샐다나가 받았다. 국내에서 '아바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유명한 조 샐다나는 "엄마, 저희 엄마가 여기에 있다"며 눈물을 쏟았다.
도미니카계 미국인 조 샐다나는 "1961년 저희 할머니가 이 나라 미국에 온 이민자다. 이민자의 딸로서 자랑스럽니다"며 "난 도미니카계 미국인 첫 오스카 수상자가 됐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이 되진 않을 거다. 스페인어로 노래하고 연기한 끝에 상을 받는 모습을 저희 할머니가 자랑스러워하셨을 것"이라며 인상적인 소감을 남겼다.
시상식 중간에는 블랙핑크 리사가 K팝 가수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축하무대를 꾸몄다. 리사는 할리우드 팝스타 도자 캣, 레이 등과 함께 축하무대를 했고, 영화 '007' 시리즈의 주제곡을 불렀다. 리사는 'Live And Let Die', 도자 캣은 'Diamonds are Forever', 레이는 'Skyfall'을 각각 열창했다.
특히 K팝 가수 최초로 오스카 축하무대에 등장한 리사는 블랙 롱드레스를 입고 섹시한 매력을 과시했고, 놀라운 가창력도 뽐냈다. 여기에 안무까지 훌륭하게 소화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K팝 가수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리사가 처음이다.
세 사람은 각각 주제곡을 부른 뒤 다 같이 무대에 모였고,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이에 객석에 앉아 있던 일부 배우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한국 작품이 전혀 없었던 가운데, 백희나 작가의 원작으로 완성된 '알사탕'이 기대를 모았으나 단편애니메이션상 수상이 불발됐다. 이날 '알사탕'은 단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지만, 후세인 몰라예미 감독의 '사이프러스 그늘 아래'가 트로피를 차지했다.
‘알사탕’은 국민 동화 '구름빵'의 작가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백희나의 그림책 ‘알사탕’과 '나는 개다'를 원작으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토에이 애니메이션 제작 및 투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제작진들이 합류해 만든 21분짜리 작품이다. 제25회 뉴욕 국제어린이영화제 단편경쟁 애니메이션, 제50회 시애틀 국제영화제, 제57회 시체스영화제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 및 수상을 이어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다음은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리스트
▲작품상=‘아노라’
▲감독상=‘아노라’ 션 베이커
▲남우주연상=‘브루탈리스트’ 애드리언 브로디
▲여우주연상=‘아노라’ 매키 매디슨
▲남우조연상=키에란 컬킨('리얼 페인')
▲여우조연상=조 샐다나('에밀리아 페레즈')
▲각본상='아노라'
▲각색상='콘클라베'
▲편집상='아노라'
▲주제가상='에밀리아 페레즈'
▲음악상=‘브루탈리스트’ 다니엘 블룸버그
▲촬영상=‘브루탈리스트’ 롤 크롤리
▲음향상='듄: 파트2'
▲미술상='위키드'
▲의상상='위키드'
▲분장상='서브스턴스'
▲시각효과상='듄: 파트2'
▲국제장편영화상=‘아임 스틸 히어’ (브라질)
▲단편영화상='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장편다큐멘터리상='노 어더 랜드'
▲단편다큐멘터리상='온리 걸 인 더 오케스트라'
▲장편애니메이션상='플로우'
▲단편애니메이션상='사이프러스 그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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