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수연 기자] 영화 '승부'가 우여곡절 끝에 극장가를 찾는다.

7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승부’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된 가운데, 이병헌,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 김형주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 제공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제작 ㈜영화사월광, 공동제작 BH엔터테인먼트)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 분)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

이날 김형주 감독은 작품에 대해 “바둑의 레전드인 조훈현, 이창호 두 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승과 제자임에 동시에 라이벌일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대결과 성장을 담은 스토리”라고 설명했다.

윤종빈 사단 출신이기도 한 김 감독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는데. 제가. ‘청출어람’은 가당치도 않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한데, 자신만의 바둑을 두면 그것만으로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저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면 되는거 같다. 윤종빈 감독님 경우에는 영화의 기획자이자 제작자로서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 주셨다. 저에게는 사석에서는 형으로서, 좋은 이정표가 되는 사람인 거 같다. 개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동안 같이 울어주고, 토닥여주는 부분이 고마워서 ‘결초보은’이 맞는거 같다”라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이병헌 캐스팅 비하인드에 대해서 전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첫 줄을 쓰기 전부터 이병헌 선배님이 해야 한다, 는 생각을 했다. ‘아스팔트 사나이’ 때부터 오랜 팬이었다. 전 그때 중학생이었다. 오랜 팬심도 있었고, 조훈현이라는 캐릭터가 감정의 진폭이 크다. 대부분의 연기를 바둑판 앞에 앉아 펼쳐야 하는 제약도 많아서, 연기적으로도 보법이 다르신 이병헌 선배님이 하셔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작사에서도 이견이 없었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주연배우 '유아인 리스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승부'는 주연 배우 유아인이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공개가 무기한 연기됐다. 특히 당초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영화로 전 세계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의 마약 보도 이후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작품은 다시 극장에서 개봉하기로 했고, 오는 3월 개봉을 확정 지은 것. 이후 '승부' 측은 예고편, 포스터 등을 공개했지만 유아인의 분량을 모두 편집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본편 안 유아인의 분량에 대해 김 감독은 "예고편이나 홍보물에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이 될 수밖에 없어서 고려했다. 본편의 경우에는, 이야기 구조나, 애초에 기획 의도상에 비춰볼 때, 이미 완성된 영화를 다시 편집하는 게, 저로서는 이야기가 성립이 안 될 거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두 사람의 이야기고, 물론 이야기의 무게추가 조훈현에게 있지만, 언급을 안 하고 이야기를 진행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아마 영화가 공개되고 나면 그런 부분들을 충분히 납득하실 수 있을 거라 믿고 싶다. 감독 입장에서는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입었는데, 제가 또 거기에 생채기를 내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었다. 극장을 찾아주시는 분들께 의도대로 영화를 보이는 게 도리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라고 조심스레 생각을 전했다.

이병헌은 살아 있는 바둑 레전드 조훈현 역을 맡았다. 예고편부터 2:8 가르마로 등장한 그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2:8이 아니라 10:0 가르마도 했을 거다. 어쨌든 간, 캐릭터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최대치를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큰 목표라, 저에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라고 웃었다. 캐릭터 ‘조훈현’에 대해서는 “조훈현 국수는 바둑의 레전드이고, 전 세계 대회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우승했던 역사적인 기록을 하고 계신 분이다. 저도 조훈현 국수님을 촬영 전에 뵙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정말 저런 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역사를 쓰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만큼 승부욕이나 본인의 생각에서 배울 점이 많더라”라고 설명했다.

작품 선택 이유에 대해서도 전했다. 이병헌은 “저는 바둑에 대해 전혀 모르기도 했고,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받고 읽어 보고,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단번에 결정을 내렸을 만큼, 바둑이라는 룰을,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드라마 자체를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겠더라. 저 또한 완전히 빠졌다. 어떻게 이렇게 드라마틱한 일이 실제로 있었을까, 굉장히 놀라우면서, 내가 직접 조훈현 국수가 되어 연기가 할 것이라는 것에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라고 전했다.

손가락 관절까지 연기를 했다는 소문에도 답했다. 이병헌은 "그렇게는 못 한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저도 바둑에 대해서 전혀 모르니까, 기사님께 레슨을 받았다. 바둑을 놓는 방법. 첫수를 놓았을 때 상대방이 ‘내가 졌구나’라는 기세를 보이면 상대를 주눅 들 수 있게 한다더라. 그것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바둑을 두는 손 모양 같은 것들이 별거 아닌데? 라고 생각했는데, 계속하다 보면 바둑판이 차지 않나. 그 안에서 빈 곳에 거침없이 바둑을 둬야 하는데, 그게 정말 힘들다. 그 좁은 곳에 거침없이 바둑알을 놓는 것을 연습할 때는, NG가 엄청나겠구나, 하는 걱정도 많았다. 또 상대방의 돌을 먹을 때도, 그 좁은 곳을 빠르게 두는 기사님을 보고, ‘진짜 오랜 시간 걸리겠구나’하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힘들더라"라고 떠올렸다.

이어 "‘승부’에서 손놀림이나 기술적인 부분도 신경 써야 했지만, 그래도 역시 바둑을 두고 있을 때, 과정, 끝날 때 기사들의 심리를 무표정과 정적인 가운데 표현해야 하는 것들이 저희에게는 가장 숙제였다"라며 "영화 선택을 하고 나서도 정말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승부’라는 다큐도 있었고, 그 외에도 여러 조훈현 국수와 이창호 국수와 관련된 다큐를 보면서 그분들의 표정이나, 경기 중 눈빛 변화, 손짓, 버릇 등이 있다. 그런 모습과 행동도 심리와 연관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라며 연기를 위해 준비한 과정을 전하기도 했다.

조훈현의 절친이자 프로 기사이자 바둑 기자 천승필 역을 연기한 고창석은 “유일한 단점이라면 술을 너무 많이 드시는 거고, 바둑을 사랑하는 프로기사다. 모든 역사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함께 가슴 아파하거나, 더 기뻐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촬영 준비 비하인드에 대해 “촬영을 위해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배우는 거야 배우는데, 바둑 두는 연습을 액션 연습을 하는 것처럼 해야된더라. 무슨 말인가 했는데, 프로 기사님들 바둑 두는 거 보면, 자석 있는 거처럼 강렬하게 하더라. 뭣도 모르고 덤볐다가, 한 달 내내 바둑돌을 들고 다녔다”라고 떠올렸다.

또한 고창석은 “한편으로는 우리 영화가 바둑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미있을까? 싶었는데, 무협지같이, 세계 최고의 고수가, 자기 제자에게 졌을 때 기뻐하기도, 아파할 수도 없는 느낌을 받았다. 엄청나게 치열하다. 바둑판만이 아니라 엄청난 신경전이 있더라”라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프로 기사 이용각 역을 연기한 현봉식은 “조훈현 국수 사단의 일원으로, 조 국수를 추종하는 인물이다. 이창호 국수와는 같이 경주 이 씨로서 두 사람은 사제 지간으로 만들기 위해 기여한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바둑 기사 연기를 위해 3개월을 준비했다는 그는 “그런데 한 장면도 쓰이지가 못했다”라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베테랑2’, ‘파일럿’, ‘서울의 봄’ 등, 최근 2년간 흥행작에 출연한 ‘흥행 요정’ 현봉식은 “천만요정 이후로 요정이라는 칭호를 함부로 안주시던데, 영광이라 생각한다. 흥행 요정으로서 이 영화에 제가 제대로 한번 기세를 펼쳐보이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훈현의 아내이자 승부사들의 가장 친밀한 동반자 정미화 역을 연기한 문정희는 “이병헌 선배님과의 일심,을 보이지만, 동체는 모르겠다”라고 웃으며 이병헌과의 호흡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겨울이었는데, 춥기도 춥고, 빨리 촬영을 진행했어야 했다. 이병헌 선배님과는 처음 만나서 연기를 하느 거라 힘들더라. 아무래도 선배님이시라. 어색하게 있다가 부부라 슛하면 가까이 가야 했는데, 편하게 대해주셨다. 그런 점에서 마음이 녹은거 같다. 슛이 들어갔을 때 훨씬 마음이 편하고, 컷하면 조금 부담스러웠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배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지만 마음으로 힐링을 받았다. 물론 제 생각이다”라고 웃었다.

또한 문정희는 “제가 아내이지만,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많다. 장면 중에 두 국수님의 소리들이 있다. 그 소리가 전쟁같기도 하고, 집안의 모든 소리를 들으면서 조율하는 장면이 있다. 돌 소리가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조우진은 조훈현의 라이벌 프로 기사 ‘남기철’ 역을 맡았다. 조우진은 작품 선택 이유에 대해 “리스펙이겠다. 이병헌 배우에 대한 리스펙, 감독님에 대한 리스펙. 출연진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리스펙. 또 바둑이라는 승부사의 세계에 내가 몸을 담글 수 있다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또 이전에 감독님과 이전 작품에서 같이 했는데, 정말 좋은 시나리오라고 느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당연히 출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내부자들’ 이후 이병헌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된 조우진은 “형이랑 함께하면 늘 신난다”라며 “눈만 바라봐도 없던 몰입감이 생길 정도로, 상대 배우인 저를 잘 인도해 주셨다. 사실 최근에 마주했던 어떤 장면보다도 형님께서는 미니멀하신 액팅임에도 불구, 모든 감정을 다 담아내시는구나,를 목격하며 감탄한 기억이 있다”라고 회상했다.

이에 이병헌은 “저는 사실 역할 상, 제가 조우진 씨를 보면서 무시하고 쉽게 생각하는 상대다. 그래서 제가 쉽게 대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조우진 씨 앞에 있으면 괜히 손목을 만져보게 되고, 발목도 만져보게 되고, 제가 자꾸 작아지는 느낌이 들더라. 첫 ‘내부자들’에서의 만남이 강렬해서인지, 편하지만은 않았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배우들이 전하는 '승부'의 관전포인트도 들을 수 있었다. 조우진은 "한 수 한 수가 워낙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확확 바꾸다 보니, 관절 연기를 보면서 어느 스포츠 영화 못지않은 타격감과 스펙타클함을 경험하시게 될 것"이라며 “앉아서 하는 바둑이 소재라, 혹시라도 속도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스포츠 영하 못지않게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배우들의 호흡이 있다. 저희 작품 세트와 미술은 먼지마저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그 시대의 공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런 부분을 영화를 보며 발견하시면 충분히 재미를 느끼실 것”이라고 전했다.

문정희는 "저는 이 자리가 너무 행복한 거 같다. 어느 제작보고회보다 더 기쁘고 충만한 느낌이다. 주변 분들이 이 영화에 대한 응원을 많이 해주시고, 기대해 주신다고 해서, 기쁜 건 당연하다. 여러분들도 함께 이 기쁨에 동참하셨으면 좋겠다"고 전했고, 고창석은 "저는 술을 좋아하는데, 술은 술에 맞는 잔이 있다. 그럴 때 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풍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어쨌든 극장에서 봐야지,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감성과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울컥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작품에서) 이병헌 씨가 정말 잘한다"라며 관람을 당부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병헌은 "저는 극장이라는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게 되는 것이 영화의 최종적 목표라 생각한다.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실존 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흥미로운 것이다. 그 이야기가 영화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한 힘을 가지고 있다. 바둑에 대해서도 모르고, 관심이 없었던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단순에 이 작품을 참여하고 싶었을 만큼, 드라마가 주는 힘이 저에게는 컸다. 저희 장인어른이 제가 영화를 그동안, 결혼 이후에 여러 개를 했는데도, 이 영화만큼, 저희 집에 오실 때마다 언제 개봉하냐 묻는 작품이 없었다. 그 시절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기다리는 마음이 그 어떤 영화보다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관객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고 기쁘다. 오래 기다리셨다. 드디어 저희 영화 개봉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며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의 짜릿한 연기 승부를 예고한 ‘승부’는 오는 3월 26일(수)에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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