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이후광 기자] 우승후보 흥국생명을 넘어 선두를 질주 중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지난날의 아쉬움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3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흥국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0, 25-20, 25-19) 완승을 거뒀다.
지난 3라운드에서 주전 세터 김다인의 독감 격리에도 흥국생명을 잡는 이변을 연출했던 현대건설은 이날 역시 김연경, 옐레나, 김수지, 김미연 등으로 이뤄진 스타군단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외국인선수 모마가 양 팀 최다인 18점(공격성공률 40%)으로 공격을 이끈 가운데 정지윤과 양효진이 12점, 위파위가 10점으로 지원 사격했다. 팀 블로킹 9-4 우위와 함께 수비에서 우승후보로 꼽히는 상대와 격이 다른 클래스를 선보였다.
적장인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상대가 대단히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이길 자격이 있다. 우리 경기력이 3라운드와 비교해 좋아졌지만 상대가 너무 잘했다. 블로킹, 수비는 물론 공격 효율도 좋았다”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선두 현대건설은 이날 결과로 2연승을 달리며 2위 흥국생명과의 격차를 승점 5점으로 벌렸다. 시즌 15승 5패(승점 47). 흥국생명이 리그를 지배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오프시즌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었던 현대건설이 조직력을 앞세워 독주 채비를 갖췄다.
하지만 현대건설 선수단은 지금의 순위를 즐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사령탑인 강성형 감독을 비롯해 주전 세터 김다인, 캡틴 김연견 모두 “마무리가 중요하다”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왜일까.
현대건설은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 두 차례나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우승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것도 아니었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챔피언결정전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뒷심이 부족했다. 여자부 최다 연승 기록(16연승)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지만 시즌 막바지 외국인선수 야스민, 리베로 김연견 등 핵심 선수들의 부상으로 1위를 흥국생명에 내줬고, 플레이오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패해 챔피언결정전이 또 다시 허락되지 않았다.
31일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다인은 “우리가 2년 동안 마지막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들끼리 지금은 의미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마지막까지 잘 끌고 가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라며 “마지막 6라운드까지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 (김)연견 언니, (양)효진 언니가 뒤에서 잘해주기 때문에 믿고 따르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갑진년 새해 소망은 당연히 우승이었다. 강성형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 가서 올해만큼은 놓치지 않고 꼭 챔피언이 되고 싶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 모두 건강하게 부상 없이 잘했으면 좋겠다. 우리 코칭스태프도 건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다인도 “부상 없이 꼭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우승을 언급하며 “개인적으로는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목표를 세워서 계속 그것을 좇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새해가 되면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캡틴 김연견은 “우리 선수들 모두 부상 없이 시즌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라며 “마무리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조금 부족했는데 새해에는 잘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개인적으로도 부상 없이 잘 마치고 싶다”라고 새해 소망을 전했다.
태국에서 건너온 위파위 또한 “새해에는 행복하고 싶다. 그리고 우승하고 싶다”라며 현대건설의 2015-2016시즌 이후 통산 3번째 우승을 기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