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오프시즌은 ‘바람의 손자’ 이정후(26)밖에 안 보인다. 나머지 전력 보강이 미미하다 보니 오프시즌에 평가도 박하다.
미국 ‘CBS스포츠’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오프시즌을 평가하면서 샌프란시스코에 ‘C’를 매겼다. 이정후를 영입했지만 일본의 스타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모두 LA 다저스에 빼앗긴 게 아쉽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몇 년간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 등 대형 FA 영입전에 뛰어 들었지만 패했다.
올 겨울에도 대형 선수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팬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다. CBS스포츠는 ‘샌프란시스코는 최고의 FA 선수 영입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 위험 부담이 있지만 진정한 재능으로 불리는 이정후와 포수 톰 머피를 제외하면 영입한 선수가 없다. 밥 멜빈 감독도 전력 보강이라고 해야 하나? 샌프란시스코는 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혹평을 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정후의 존재 자체가 샌프란시스코 팬들에겐 큰 위안이 되고 있다. 1일 미국 스포츠매체 ‘클러치포인트’는 ‘샌프란시스코와 1억1300만 달러 거액에 계약한 이정후는 자이언츠 팬들에게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준비가 됐다. 많은 유명 FA 선수들이 샌프란시스코를 거절했지만 이정후는 자신에게 딱 맞는 팀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정후가 전날(31일) 자신의 SNS에 올린 자이언츠 팬들을 향한 새해 인사도 전했다. 이정후는 SNS에 영어로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일원이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하루빨리 자이언츠 팬 여러분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오프시즌인데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자이언츠 팬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해피 뉴 이어, 레츠 고 자이언츠’라고 적었다.
클러치포인트는 ‘이정후는 KBO에서 7년간 활약하며 884경기에 출장했다. 타율 3할4푼에 65홈런 515타점 69도루를 기록했다. 2017년 신인상에 이어 2022년 MVP를 수상하면서 골든글러브도 5번 받았다’며 ‘이정후의 수비는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674득점으로 리그 24위에 그쳤다. 팀 타율은 28위(.235)로 삼진(1492개)은 리그에서 7번째로 많았다’고 설명한 클러치포인트는 ‘샌프란시스코 주전 중견수로서 이정후는 큰 부담을 안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됐다. 외야 수비, 타선 모두 탄탄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그 역할에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이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이정후에게 달려있다’고 기대했다.
‘MLB.com’도 같은 날 2024년 새해를 맞아 30개 구단별로 대담한 예측을 하며 샌프란시스코에 대해 ‘내셔널리그(NL) 올해의 신인’을 예상했다. 메인 사진에 이정후와 함께 보 비셋(토론토 블루제이스), 요르단 알바레스(휴스턴 애스트로스), 파블로 로페즈(미네소타 트윈스), 재즈 치좀 주니어(마이애미 말린스), 키브라이언 헤이즈(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간판급 선수 6명의 들어갔는데 그 중에서도 이정후가 중앙에 위치해 눈길을 끌었다.
MLB.com은 ‘샌프란시스코는 2010년 버스터 포지 이후 신인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지만 오랜 가뭄을 끝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지난해 12명의 유망주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는데 그들 중 많은 선수들이 2024년에도 신인 자격을 유지한다’며 ‘젊은 선수들이 예상대로 발전한다면 샌프란시스코는 중견수 이정후, 좌완 투수 카일 해리슨, 유격수 마르코 루치아노 등 여러 명의 신인왕 후보를 보유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정후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온 것에서 나타나듯 그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6년 1억1300만 달러 큰돈을 투자한 만큼 전폭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멜빈 감독이 일찌감치 1번타자 중견수로 타순, 포지션을 공표한 만큼 시즌 초반부터 이정후가 NL 신인왕 레이스를 주도할 기회가 주어졌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신인상 수상자는 아직 없다. 2015년 피츠버그 내야수 강정호가 NL 신인상 투표 3위에 오른 게 가장 근접한 것이다. 2013년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NL 4위,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투수 오승환이 NL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범위를 넓혀 아시아 선수로는 1995년 다저스 투수 노모 히데오,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 투수 사사키 가즈히로, 2001년 시애틀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 2018년 LA 에인절스 투타겸업 오타니 등 4명의 일본인 선수들이 신인왕을 차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