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LG 트윈스 출신 선수로는 최초로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했다. LG 마무리로 활약한 고우석(26)이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에 합의했다. 2년 450만 달러(약 59억원) 보장 계약이다.
미국 ‘뉴욕포스트’ 조엘 셔먼 기자는 4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가 한국인 투수 고우석과 2년 45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샌디에이고 구단도 고우석과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구단 공식 SNS를 통해 한글로 ‘고우석 선수, 샌디에이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사진을 올렸다. 이로써 샌디에이고는 내야수 김하성과 함께 고우석까지 한국인 선수만 2명이나 보유하게 됐다.
‘디애슬레틱’ 데니스 린 기자에 따르면 고우석은 연봉으로 2024년 175만 달러, 2025년 225만 달러를 받는다. 이어 2026년 상호 옵션으로 300만 달러 연봉이 예정돼 있는데 선수와 구단, 어느 한쪽에서라도 원하지 않으면 옵션이 실행되지 않는다. 이 경우 고우석은 50만 달러 바이아웃 금액을 받고 FA로 풀린다. 옵션이 실행되면 3년 최대 700만 달러 계약이지만 보장 금액 기준으로는 2년 450만 달러가 된다.
이번 계약으로 고우석의 원소속팀 LG는 90만 달러(약 12억원)의 포스팅 금액을 샌디에이고로부터 받는다. 지난 2018년 7월 개정된 한미선수계약협정에 따라 현행 포스팅 비용은 계약 규모에 따라서 결정된다. 계약 총액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구단은 해당 금액의 20%를 수령하게 된다.
고우석은 지난해 11월15일 매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 뒤 소속팀 LG 구단과 협의를 거쳐 11월21일 포스팅 결정했다. 11월28월 KBO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고우석에 대한 포스팅을 요청했고, 지난달 5일 30개 구단에 포스팅이 공시됐다.
포스팅 초반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고우석에게 관심 있다는 소문이 나왔지만 그 이후 한동안 고우석에 대한 소식은 잠잠했다. 하지만 포스팅 계약 마감일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가 ‘샌디에이고가 고우석과 계약에 근접했다.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마무리로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다.
LG 구단에선 합의한 계약 조건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고우석을 팀에 잔류시킬 것이라는 방침이 있었지만 선수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LG도 3일 ‘포스팅 절차에 따라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고, 선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내온 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에 고우석은 메디컬 테스트를 포함한 계약 진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LG 소속 선수로 최초 직행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LG 소속 선수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로는 ‘야생마’ 좌완 투수 이상훈이 있지만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를 거쳐서 갔다. 2013년 류현진이 최초로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고우석까지 9명이 직행에 성공했는데 그 중 LG 선수는 고우석이 처음이다. 키움이 3명(강정호·박병호·이정후)으로 가장 많고, 이어 한화(류현진), 두산(김현수), 롯데(황재균), SK(김광현), KIA(양현종)이 1명씩 배출했다.
FA가 아닌 포스팅으로 분류하면 류현진, 강정호, 박병호, 김광현, 김하성, 이정후에 이어 고우석이 역대 7번째 직행 빅리거다. LG는 당장 마무리투수의 이적이라는 전력상 손실을 입게 됐지만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첫 빅리거 직행 선수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만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3일 고우석의 소식을 전하면서 ‘샌디에이고가 2024년 불펜진 구성에 가까워지고 있다. 25세 우완 투수 고우석은 이번 겨울 영입한 일본인 좌완 마쓰이 유키와 함께 샌디에이고 불펜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쉬 헤이더, 닉 마르티네스, 루이스 가르시아가 FA로 떠난 자리를 두 선수가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우석과 마쓰이가 셋업맨 또는 마무리 기용될 가능성을 전망했다.
MLB.com은 고우석에 대해 “KBO LG 트윈스에서 7년간 활약하며 통산 139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368⅓이닝 동안 40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5피트11인치(180cm)의 강속구 투수 고우석은 90마일대 중반의 패스트볼을 던지며 최고 구속은 98마일(157.7km)에 달한다. 여러 가지 변화구도 섞어 던진다. 지난해 44이닝 동안 볼넷 허용률이 11.6%로 치솟았지만 제구력은 대체로 안정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MLB.com은 ‘고우석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하기 전 샌디에이고가 영입을 추진했던 중견수 이정후의 매제’라며 두 선수의 특별한 관계를 소개하기도 했다. 같은 1998년생 동갑내기 친구에서 처남과 매제 관계로 발전한 이정후와 고우석은 메이저리그도 같은 시기에 데뷔하게 됐다.
소속팀도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로 같아 정규시즌에 13차례 맞대결도 예정돼 있다. 오는 3월29일부터 4월1일까지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홈 개막 4연전에 고우석과 이정후의 대결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시범경기에선 3월3일, 3월9일 두 팀 사이 일정이 잡혀있다. KBO리그에선 총 12차례 맞붙었는데 10타수 3안타 1볼넷 1희생플라이로 이정후가 고우석에 우위를 점했다.
갈산초-양천중-충암고 출신 우완 투수 고우석은 지난 201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유망주 출신이다. 크지 않은 키에도 듬직한 체격에서 나오는 불같은 강속구로 ‘제2의 오승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대대로 고우석은 성장했다. 프로 3년차가 된 2019년 35세이브를 거두며 김용수, 이상훈, 봉중근의 뒤를 잇는 LG 마무리로 자리잡았다. 2021년 30세이브에 이어 2022년에는 42세이브로 첫 구원왕에 올랐다. 40세이브는 LG 구단 최초 기록으로 그해 만 24세1개월21일로 2006년 삼성 오승환(24세1개월26일)을 넘어 역대 최연소 40세이브 기록이기도 했다.
7시즌 통산 성적은 354경기(368⅓이닝) 19승26패139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401개. 지난해에는 시즌 전 WBC 연습경기 중 어깨 통증으로 어려움이 있었고, 44경기(44이닝) 3승8패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다소 부진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인 고우석은 5차전 마지막 우승 순간을 장식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예년에 비해 좋지 못한 성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고우석은 과감하게 포스팅에 도전했고, 샌디에이고와 2년 보장 450만 달러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국가대표팀에서도 꾸준한 활약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9년 WBSC 프리미어12를 시작으로 2021년 도쿄올림픽, 2023년 WBC,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으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있어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를 거쳐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34세의 나이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를 거치며 4시즌 통산 232경기(225⅔이닝) 16승13패42세이브45홀드 평균자책점 3.31 탈삼진 252개로 활약했다. 2019년 첫 해 76경기(79⅔이닝) 6승3패19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1.92 탈삼진 103개로 최고 시즌을 보냈고, 2017년에는 20세이브 달성에 성공했다.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3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진출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오승환보다 8살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이 우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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