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KBO리그 최고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고우석(26)이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새출발한다. 마무리투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마이크 쉴트(56) 샌디에이고 감독은 경쟁을 예고했다.
샌디에이고는 4일(이하 한국시간) 한국 우완 투수 고우석과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2년 계약으로 2026년 상호 옵션이 포함된 계약. 지난달 5일 포스팅 공시 이후 계약 마감일에 샌디에이고와 극적으로 계약에 성공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고우석은 올해 175만 달러, 내년 225만 달러 연봉을 받으며 2026년 연봉 300만 달러 계약은 구단과 선수 양쪽 모두 동의하에 이뤄지는 뮤추얼 옵션이다. 옵션이 실행되지 않으면 50만 달러 바이아웃 금액이 지불된다. 이에 따라 고우석은 2년 450만 달러를 보장받게 됐다. 등판 경기수, 마무리 경기수에 따른 보너스와 연봉 상승분을 다 합치면 3년 최대 940만 달러 계약이 된다.
디애슬레틱은 ‘샌디에이고가 일본인 구원투수 마쓰이 유키와 5년 2800만 달러 계약을 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불펜 강화를 위해 다시 아시아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한국인 투수 고우석과 2년 계약을 체결했다. 2년 450만 달러 계약으로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의 전 소속팀 LG 트윈스에 90만 달러 포스팅 금액을 지불한다’고 전했다.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계약 소식은 지난 3일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가 가장 먼저 전했다. 헤이먼 기자는 ‘고우석이 마무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4일 고우석의 계약 발표가 난 뒤 ‘MLB.com’에서도 ‘고우석의 합류로 샌디에이고 불펜이 완벽에 가까워졌다. 고우석은 마쓰이, 로베르트 수아레즈와 함께 마무리 역할을 위해 경쟁할 것이다. 3명 모두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던질 가능성이 높다’며 고우석을 마무리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고우석이 당장 마무리로 기용되진 않을 것 같다. 디애슬레틱은 ‘KBO 최고 마무리였던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마무리 자리를 놓고 경쟁하겠지만 구단 관계자들은 고우석과 마쓰이 모두 세이브 기회를 약속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프링 트레이닝 때 더 명확한 역할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로선 5년 4600만 달러 계약의 2년차에 접어든 수아레즈가 9회의 대부분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고우석은 중간이나 경기 후반 승부처에 이닝을 맡을 수 있는 흥미로운 옵션이다. KBO에서 가장 강한 공을 뿌리는 투수 중 한 명으로 땅볼 유도형 투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90마일대 중반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최고 구속은 98마일(157.7km)에 달한다. 커브와 커터도 던진다’고 소개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마무리였던 조쉬 헤이더가 FA 자격을 얻어 1억 달러 이상 계약을 노리고 있다. 페이롤(팀 연봉 총액) 감축에 나선 샌디에이고가 잡을 여력이 안 된다. 이에 샌디에이고는 마쓰이에 이어 고우석까지 아시아 특급 마무리들을 데려오면서 불펜을 강화했다.
KBO리그 통산 139세이브를 거둔 고우석과 일본프로야구 통산 236세이브를 따낸 마쓰이는 한일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선 공 하나 던지지 않은 투수들이다. 긁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지만 당장 마무리를 맡기기엔 리스크가 있다.
2016~2021년 소프트뱅크 호크스, 한신 타이거즈에서 일본프로야구를 경험한 우완 수아레즈는 2022년 샌디에이고에서 빅리그 데뷔했다. 2년간 71경기(75⅓이닝) 9승4패1세이브19홀드 평균자책점 2.99 탈삼진 85개로 활약했다. 풀타임 마무리 경험은 없지만 필승조로 검증을 마친 투수. 2022~2023년 2년간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에서 주축 선발로 활약한 앤드류 수아레즈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형 수아레즈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통해 빅리그 재도전에 나섰다.
고우석의 계약이 공식 발표되기 전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쉴트 신임 감독을 보좌할 2024시즌 코칭스태프도 발표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수석코치인 벤치코치를 따로 두지 않은 쉴트 감독은 브라이언 에스포지토 포수 코치 겸 경기 전략 어시스턴트, 라이언 바르바 메이저리그 필드 코디네이터, 루벤 니에블라 투수코치가 벤치코치의 업무를 나눠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우석과 함께할 니에블라 투수코치는 2022년부터 3년째 자리를 지켰다. 불펜코치 벤 프리츠도 그대로 유임됐다.
쉴트 감독은 불펜 활용에 대해 “우리는 가능한 많은 양질의 투수를 원한다. 그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확실하게 마무리로 도장을 찍고 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 라인업과 매치업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 유동적으로 갈 것이다”며 현재로선 특정 선수를 마무리로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디애슬레틱은 ‘고우석은 일본보다 한 단계 아래 리그에서 왔지만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에 오랜 기간 스카우트를 고용해온 샌디에이고는 고우석 영입에 있어 몇 가지 이점이 있었다. 한국 야구의 아이콘 박찬호가 샌디에이고 프런트 오피스 고문으로 일하고 있고, 내야수 김하성은 최근 한국 출신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영입하기 전까지 고우석의 처남이자 한국인 중견수 이정후 영입도 적극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어린 나이라 이번 오프시즌에 LG가 포스팅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일부 팀들은 고우석에 대한 스카우트를 철저하게 하진 않았다’며’ 고우석 영입은 이런 리스크를 반영한 것이다. 2022년 평균자책점 1.48에 리그 최다 42세이브를 거뒀지만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고, WHIP는 0.96에서 1.36으로 치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우석은 불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로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선 큰돈 들이지 않았지만 최대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가성비 계약으로 고우석의 활약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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