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한 고우석(26)이 결코 섭섭하지 않은 대우와 함께 마침내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국내에 남아 보장된 자리, 그리고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편안한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우석은 모든 걸 다 뒤로 한 채 평생의 꿈이라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 무대로 향했다. 보장이 안 된 불확실한 미래,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겠지만, 'KBO 최강 클로저' 고우석은 도전을 택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은 4일 오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샌디에이고가 우완 불펜 투수 고우석과 2+1년 계약을 맺었다. 또 2026년에 구단과 선수간 합의를 통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상호 옵션이 포함된 계약(The San Diego Padres have signed right-handed reliever Woo-Suk Go to a two-year contract with a mutual option for 2026)"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고우석의 에이전시 리코스포츠도 같은 날 오전 "고우석이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고 샌디에이고와 공식적으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또 고우석이 몸담았던 LG 트윈스 구단 역시 "고우석이 한국 시각으로 1월 4일 오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나란히 전했다.
◆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계약 조건은 "2년 59억원은 보장, 3년 최대 123억원까지 수령 가능"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상세한 계약 조건도 밝혀졌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조엘 셔먼은 이날 오전 7시께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샌디에이고가 고우석과 2년 450만 달러(한화 약 59억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디 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고우석은 2024시즌 연봉 175만달러(약 23억원)를 수령한다. 이어 2025시즌에는 이보다 50만달러(약 6억원)가 많은 연봉 225만달러(약 29억원)를 받는다. 여기에 1년 연장 옵션 조항을 실행할 경우, 고우석은 2026시즌 연봉으로 300만달러(약 39억원)를 받을 수 있다. 또 연장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고우석은 50만달러(약 7억원)를 가져간다. 따라서 고우석의 보장금은 총 450만달러(약 59억원)인데, 결코 헐값이 아닌 셈이다.
보다 세부적인 옵션 계약 내용도 공개됐다. AP통신은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최대 계약 기간은 3년이며, 최대 총액 940만 달러(약 123억 2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고우석이 3년 동안 샌디에이고 구단으로부터 받는 보장 연봉은 700만 달러이며, 보너스 총액은 240만 달러(약 31억 4000만원)다. 고우석이 2024시즌 70경기에 등판할 경우, 10만 달러를 받는다. 2025년과 2026년에는 40경기, 45경기, 50경기, 55경기에 각각 등판할 때마다 10만달러씩 추가로 손에 넣을 수 있다.
아울러 마무리 투수 보직에 관한 인센티브도 포함돼 있다. 만약 고우석이 2024시즌과 2025시즌, 클로저로 15경기와 25경기, 35경기, 45경기에 각각 출전한다면 12만 5000달러씩 추가로 받는다. 이 금액은 다음 시즌 연봉에 더해질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샌디에이고가 2024시즌 고우석을 1군 무대에서 분명히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김하성 역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1년 계약할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3년 차부터)을 계약 조건에 추가한 바 있다.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대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매 시즌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왕복 항공권 2장씩 얻는다.
◆ 고우석 샌디에이고에서도 '클로저'로 뛸 수 있나, 최고의 경쟁자는 '日 통산 236SV' 괴물 마쓰이 유키 이제 과연 고우석이 어떤 보직을 맡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고우석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로 활약했다. 커리어 초반에는 클로저가 아닌 중간에서 허리 역할을 잠시 맡았다가, 2019시즌 35세이브를 기록하며 확실한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3차례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는 등 오승환(삼성)의 뒤를 잇는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샌디에이고는 이번 오프시즌 동안 불펜 보강이 필요했고, 착실하게 새로운 대안을 영입했다. 일단 고우석의 가장 큰 팀 내 라이벌로 일본인 투수 마쓰이 유키가 새롭게 합류했다. 마쓰이 유키는 일본프로야구(NPB) 무대에서 9시즌 통산 236세이브를 올린 전형적인 클로저 투수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12월 마쓰이 유키와 계약기간 5년, 최대 3360만달러(약 44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우완 불펜 자원인 로버트 수아레즈도 있다.
고우석은 일단 이 둘과 마무리 혹은 불펜 투수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샌디에이고가 향후 추가로 불펜 투수 1~2명 정도를 영입한다면 이들과 경쟁도 각오해야 한다. 미국 현지에서도 고우석과 마쓰이, 그리고 수아레즈를 샌디에이고 불펜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MLB.com은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불펜 강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 고우석의 합류로 샌디에이고 불펜은 거의 완성됐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경기 후반 마운드에 오르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수아레즈와 함께 마무리 투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누가 마무리로 등판하든 3명 모두 중요한 상황에 나와 던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매체인 CBS 스포츠도 고우석과 수아레즈가 경쟁을 펼칠 거라 내다봤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앞서 고우석의 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고우석과 마쓰이, 그리고 수아레즈까지 3명 중 현재로서는 마쓰이가 한발 앞서 있는 형국이다. 계약 규모를 봐도 마쓰이가 고우석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샌디에이고에 입성했다. 또 마쓰이는 매 시즌 클로저로 등판할 때마다 연봉이 인상되는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아직 시즌이 시작하지 않았기에, 고우석에게도 기회가 없는 게 아니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최근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 팀에는 좋은 투수들이 많다. 앞으로 이들의 활용 여부에 관해 잘 준비해야 한다. 상대 팀에 따라 유연하게 불펜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 고우석의 SD 입단, 왜 유독 이웃나라 일본에서 큰 관심 보이나 "오타니와 사구 관련 발언한 투수" 맞대결 흥미↑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입단에 관해 유독 이웃나라 일본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일본 매체 교도 통신 등은 4일 "한국의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면서 마쓰이 유키와 함께 뛰게 됐다. 고우석은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에 뽑혔다. KBO 리그 통산 139세이브를 올리고 있는 고우석은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이글스에서 뛰었던 마쓰이 유키와 함께 클로저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샌디에이고에는 다르빗슈가 뛰고 있다. 한신 타이거즈 출신의 로버트 수아레스도 있다. 김하성도 활약 중이다. 샌디에이고는 오는 3월 20일과 21일 LA 다저스와 개막 2연전을 치른다"고 썼다.
야후 스포츠에 게재된 이 기사는 많이 본 기사 랭킹에도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일본 누리꾼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일본 팬들은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입성을 축하합니다. 하지만 오타니 쇼헤이와 승부에서는 몸에 맞는 볼을 조심하세요", "마쓰이 유키와 다른 대우를 받았는데,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는 아시아 선수가 꽤 많네"라는 등의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일본 매체 주니치 스포츠는 "한국의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2년 계약을 맺었다"면서 "고우석이 LA 다저스에 입단한 오타니와 맞대결을 벌인 적은 없었다. 다만 고우석은 지난해 1월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타니를 상대로 던질 때가 없으면 아프지 않은 곳을 맞혀서 다음 타자와 상대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오는 3월에 고우석과 오타니의 맞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당시 고우석이 농담조로 발언한 게 일본 내에서 논란으로 이어졌는데, 이번에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당시 발언이 재소환된 것이다.
◆ 'LG와 다년계약도 충분히 가능했을 텐데...' 고우석은 도전 정신과 함께 메이저리그를 택했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은 지난해 11월 14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월 14일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LG 고우석에 대한 신분 조회 요청을 받았다"면서 "이에 KBO는 고우석이 LG 트윈스 구단 소속 선수임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당시 고우석에 대한 신분 조회 소식에 야구계가 깜짝 놀랐다. 고우석은 이정후와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품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사실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를 누비고 싶은 꿈을 갖고 있을 터. 고우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늘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메이저리그가 자리했다. 고우석은 지난달 LG 트윈스의 2023 러브 기빙 페스티벌 위드 챔피언십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해 "2023년 연봉에 관해 구단과 협상할 때부터 차명석 단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이다. 정규시즌 우승 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무조건 가는 건 아니라고 할지라도, 포스팅 신청은 고려해주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야기됐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즉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닌, 어느 정도 구단과 교감을 했던 부분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고우석은 2023시즌 누구보다 팀의 우승만 바라보고 뛰었다. 그래서 쉽게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한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고우석도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해) 엄청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다. 우승하면 (포스팅은) 해주겠다고 하셨으니까, 그렇다고 나간다 해서 무조건 잘 된다는 보장도 없다. 우승하면 포스팅은 신청할 수 있겠구나 정도만 생각했다"고 설명한 뒤 "굳이 포스팅은 아니더라도, 2024년에 또 우승하고 싶어서 2연패를 노릴 수 있는 입장도 있다. 포스팅 때문에 우승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항상 우승을 원했는데, 조건 자체가 좋았다고 해야 할까. 제가 느끼기에, 만약 우승하지 못했다면 저 스스로 (포스팅) 신청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진심을 털어놓았다.
사실 LG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고우석이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하기 전에 팀 내 프랜차이즈 스타인 오지환과 마찬가지로 다년 계약을 논의하려고 했다. 업계에서는 고우석 정도의 기량과 나이라면 10년 이상, 200억원이 넘는 규모의 FA 계약이 가능했을 거라 보고 있다. 하지만 고우석에 관한 다년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꿈 때문이었다. 계속 LG에 남았다면 꽃길은 보장됐겠지만, 고우석은 그런 모든 걸 뒤로 하고 빅리그를 택하며 멋진 도전 정신을 보여줬다. 차명석 LG 단장은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 소식에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LG 구단에 전했다. 구단 역시 알겠다고 했다. 윗선(그룹)에 보고한 뒤 회신을 주기로 했다. 최종 결정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구단주께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로서는 내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그렇게 LG는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하고 응원하기로 했다. 2023시즌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에게 있어서 '최강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분명 2024시즌에도 필요한 존재였다. LG는 2023년 우승을 기점으로 왕조 건설을 꿈꾸고 있다. 고우석이 마무리 투수로 계속해서 공을 뿌린다면 팀 역시 탄탄한 전력을 유지한 채 2024년에도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그렇지만 LG는 쿨하게 고우석을 메이저리그에 보내주기로 했다. LG 구단은 11월 22일 "고우석 선수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도전을 허가하기로 했고, 향후 포스팅 금액이 나온 후 선수와 최종 판단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에는 헐값으로 보내지는 않겠다는 내부 기조가 깔려 있었다.
◆ 해외에서 본 고우석은 어땠나? 오타니·이정후처럼 많은 보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구위가 좋은 투수"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이적 소식을 주로 다루는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신분 조회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포스팅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향해 관심을 갖고 있을 때 하는 공식적인 절차"라면서 "고우석과 이정후는 매제와 처남 사이지만,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관련이 없다. 만약 두 선수가 같은 팀에서 뛴다면 서로 가까운 곳에서 응원하는 것을 선호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는 순전히 억측이다. 또 언제나 FA 영입에 있어서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계약 기간과 금액 조건"이라고 전했다.
이어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팬들이 여전히 주목해야 할 흥미로운 이름"이라면서 "고우석은 이정후나 야마모토처럼 나이도 상당히 어린 편이다. KBO 리그에서는 90마일(144.8km) 중반에 달하는 빠른 볼을 갖고 있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꾸준하게 94~96마일(약 151.3~154.5㎞)의 구속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매체의 분석대로 비록 고우석과 이정후가 한 팀은 아니지만,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활약하게 됐다. 이정후는 입국 기자회견 당시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한 질문에 "제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뒤 (고)우석이가 축하한다는 연락이 왔다.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조카 이야기만 했다"고 말했다.
CBS 스포츠는 "남은 오프시즌에 주의를 기울이면 올겨울 메이저리그 팀들이 2티어, 3티어의 다른 나라 FA 선수를 찾는 모습을 분명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선발 투수 우와사와 나오유키, 불펜 투수 마쓰이 유키, 그리고 한국의 불펜 투수 고우석이 있다. 이들은 야마모토 요시노부나 이정후 정도의 수준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 팀들이 그 어느 때보다 KBO리그와 NPB 선수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금, 빅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 고우석은 언제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기를 원할까... "영어를 잘할 수 있을 정도만큼은 머무르고 싶어요" 고우석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만족할 만한 금액이나 대우에 관해 "에이전시가 일을 잘해주지 않을까요.(웃음) 미국 현지에 에이전시를 따로 뒀다. 시즌 중반부터 계속 연락이 왔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LG가 순위 싸움을 하고 있어서 (미국 진출에 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저를 만나러 미국에서 오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마음이 향한 측면도 있다. 에이전시가 잘 미팅하면서 준비를 잘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큰 규모의 계약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선수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솔직히 저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상태"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고우석은 몇 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을까. 이에 대해 고우석은 "그런 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영어를 잘할 수 있을 정도만큼은 머무르고 싶다. 또 과거 일본 등에 진출한 선수가 '힘이 있을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씀을 한 게 생각난다. 저는 그 정도 급도 아니라 생각하고, 그런 부분을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그래도 영어는 마스터하고 왔으면 좋겠다. 사실 잘 모르겠다. 야구를 하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 진짜 계약해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고우석은 2023시즌을 끝으로 해외 진출 자격을 갖췄다. 2017시즌 KBO 리그 등록 일수 100일을 비롯해 2018시즌 175일, 2019시즌 192일, 2020시즌 153일, 2021시즌 183일, 2022시즌 193일, 2023시즌 176일을 각각 채웠다. 여기에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 출전해 60일, 지난 2021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10일,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에서 10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5일을 각각 추가로 얻으며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했다. 2024시즌을 마친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고우석은 LG의 동의를 얻은 채 협상을 시작했다. KBO는 지난해 12월 5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30개 구단에 고우석에 대한 포스팅을 고지했다고 알렸다.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거해 고우석에 대해 관심이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12월 5일 오전 8시(미국 동부 시간 기준)부터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고우석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일. 계약 마감일은 1월 4일 오전 7시까지(미국 동부 시간 기준 1월 3일 오후 5시)였는데,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도장을 찍었다. 비록 450만 달러가 LG와 고우석이 원했던 만큼의 충분한 금액은 아니었지만, LG 구단은 쿨하게 고우석의 미국 진출을 허락하고 응원했다.
고우석은 LG 트윈스가 배출한 코리안 메이저리거 1호가 됐다. 고우석을 빅리그로 보내면서 LG 구단 역시 이적료를 챙길 전망. 지난 2018년 개정한 KBO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구단이 선수와 합의한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이 중 20%를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한다. 또 2500만달러 초과 5000만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2500만달러의 20%인 500만달러와 2500만달러 초과 금액의 17.5%를 합해 이적료가 정해진다. 5000만달러를 초과할 경우에는 2500만달러의 20%와 2500~5000만달러의 17.5%인 937만5000달러, 5000만달러 초과 금액의 15%를 더한 금액이 이적료가 된다. 따라서 원소속팀 LG는 KBO 야구 규약에 따라 계약금의 20%인 90만 달러(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인 경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2026년 옵션까지 실행될 경우에는 추가금을 받을 수 있다.
계약을 마친 고우석은 LG 구단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LG 트윈스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샌디에이고 구단에도 감사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좋은 모습으로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히며 작별 인사를 했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축하한다. 고우석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길 기대한다. 고우석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겠다"며 박수를 쳐줬다.
이로써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7번째 선수가 됐다. 투수만 놓고 보면 류현진과 김광현(SSG 랜더스)에 이어 3번째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KBO 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류현진은 계속해서 선발로 뛰었고, 김광현은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바 있다. 순수 구원 투수로는 고우석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 韓 메이저리거 vs 日 메이저리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총집결... 매일 아침 'SD, SF, LAD' 경기 관심 쏟아진다 한국의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는 큰 볼거리가 생겼다. 바로 샌디에이고에서 함께 뛰게 될 김하성과 고우석이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격돌하는 모습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는 LA 다저스도 있다. 다저스에는 '일본 듀오'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뛰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같은 지구의 팀들과 정규시즌 162경기 중 13차례 각각 맞붙는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LA 다저스와 3월 20일과 21일 양 일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2024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김하성은 물론 고우석 역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고척 스카이돔에서 한국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일 전망이다.
비록 투수 오타니와 타자 김하성의 맞대결은 보기 어렵겠지만, 투수 고우석과 타자 오타니의 대결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야구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치업이다. 일단 지난여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내년 시즌 타자에만 전념한다. 오타니는 앞서 LA 다저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타격은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 약간 빠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훈련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제대로 나설 수 있는 준비를 마친다면 개막전에 충분히 합류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후년에 오타니가 투수로 등판한다면, 이정후와 상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 팬들의 뜨거운 관심은 이미 고척돔으로 쏟아지고 있다. 오타니의 입단 당시 일본 매체 TV 아사히는 "역사적인 개막전을 관람하기 위해 벌써부터 여행사에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 투어의 경우 미국에서 경기를 보는 것보다 경비는 저렴하겠지만, 티켓값이 급등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고우석이 걸어온 길 갈산초-양천중-충암고를 졸업한 LG 고우석은 2017년 LG 트윈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 LG 트윈스의 클로저로 맹활약했다. 2023시즌까지 7시즌 동안 354경기에 출장해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마크했다. 개인 통산 총 368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305피안타(29피홈런) 163볼넷 401탈삼진 145실점(130자책)의 성적을 거뒀다. 2022시즌에는 42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왕에 올랐다.
고우석은 데뷔 첫 해인 2017시즌 25경기에서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26이닝 동안 30피안타(2홈런) 11볼넷 23탈삼진 13실점(13자책)의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데뷔 시즌을 보냈다. 이어 이듬해인 2018시즌에는 더욱 많은 출장 기회를 받았다. 56경기에서 3승 5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1을 마크했다. 67이닝 동안 69피안타(10피홈런) 37볼넷 5몸에 맞는 볼 44탈삼진 51실점(44자책)의 성적을 거뒀다. 고우석이 본격적인 클로저로 도약한 건 바로 2019시즌이었다. 당시 류중일 감독의 신임 속에 고우석은 65경기에 등판, 8승 2패 35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52의 좋은 성적을 올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커리어 하이인 71이닝을 던지면서 47피안타(4피홈런) 30볼넷 4몸에 맞는 볼 76탈삼진 13실점(12자책)의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매 시즌 순조로운 과정을 밟은 것만은 아니었다. 2020시즌에는 40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17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10을 찍었다. 당시 41⅔이닝 동안 37피안타(2피홈런) 19볼넷 2몸에 맞는 볼 51탈삼진 22실점(19자책)의 성적을 냈다. 그러다 2021시즌 다시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63경기에서 1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의 성적과 함께 58이닝 동안 47피안타(3피홈런) 23볼넷 3몸에 맞는 볼 68탈삼진 15실점(14자책)을 마크했다.
계속해서 2022시즌에도 고우석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019시즌 이후 3시즌 만에 다시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복귀했다. 당시 61경기에 출전해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은 1.48. 총 60⅔이닝 동안 37피안타(6피홈런) 21볼넷 1몸에 맞는 볼 80탈삼진 12실점(10자책)의 막강한 위용을 과시했다. 2023시즌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고우석은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선발되며 국가대표로 2023시즌을 출발했다. 하지만 WBC 대표팀 평가전 도중 뜻밖의 어깨 부상을 당하며 정작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부상 여파는 정규 시즌까지 이어졌다. 4월에 6경기에 등판한 뒤 5월은 통째로 쉬기도 했다.
그래도 고우석은 KBO 리그에서 최강 클로저의 위용을 과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3시즌 44경기에 출장해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의 성적을 내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일조했다. 마침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의 감격을 맛본 뒤 뜨거운 눈물까지 흘렸다.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 후 고우석은 "항상 경기에 패해서 울었는데, 올해(2023년)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도 따고 우승도 해서 기쁨의 눈물이 나왔다. 올해만큼 부상이 많았던 시즌도 없었던 것 같다. 팀에 크게 도움이 된 적이 없었는데, 동료들이 시즌을 잘 치러서 한 번 찾아오는 것도 어려운 순간에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결과가 안 좋으면 저를 기용해주시는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팀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계속해서 마무리 역할을 맡겨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마지막에 올해 가장 좋은 공을 던지면서 시즌을 마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에는 득남이라는 겹경사를 안은 고우석. 그리고 마침내 새해가 밝으면서, 대망의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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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가상)을 입은 모습. /사진=클러치 포인트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이 4일(한국시간) 고우석의 영입 사실을 알리며 올린 고우석의 모습(합성).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은 4일 오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샌디에이고가 우완 불펜 투수 고우석과 2+1년 계약을 맺었다. 또 2026년에 구단과 선수간 합의를 통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상호 옵션이 포함된 계약(The San Diego Padres have signed right-handed reliever Woo-Suk Go to a two-year contract with a mutual option for 2026)"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고우석의 에이전시 리코스포츠도 같은 날 오전 "고우석이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고 샌디에이고와 공식적으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또 고우석이 몸담았던 LG 트윈스 구단 역시 "고우석이 한국 시각으로 1월 4일 오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나란히 전했다.
◆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계약 조건은 "2년 59억원은 보장, 3년 최대 123억원까지 수령 가능"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상세한 계약 조건도 밝혀졌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조엘 셔먼은 이날 오전 7시께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샌디에이고가 고우석과 2년 450만 달러(한화 약 59억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디 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고우석은 2024시즌 연봉 175만달러(약 23억원)를 수령한다. 이어 2025시즌에는 이보다 50만달러(약 6억원)가 많은 연봉 225만달러(약 29억원)를 받는다. 여기에 1년 연장 옵션 조항을 실행할 경우, 고우석은 2026시즌 연봉으로 300만달러(약 39억원)를 받을 수 있다. 또 연장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고우석은 50만달러(약 7억원)를 가져간다. 따라서 고우석의 보장금은 총 450만달러(약 59억원)인데, 결코 헐값이 아닌 셈이다.
보다 세부적인 옵션 계약 내용도 공개됐다. AP통신은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최대 계약 기간은 3년이며, 최대 총액 940만 달러(약 123억 2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고우석이 3년 동안 샌디에이고 구단으로부터 받는 보장 연봉은 700만 달러이며, 보너스 총액은 240만 달러(약 31억 4000만원)다. 고우석이 2024시즌 70경기에 등판할 경우, 10만 달러를 받는다. 2025년과 2026년에는 40경기, 45경기, 50경기, 55경기에 각각 등판할 때마다 10만달러씩 추가로 손에 넣을 수 있다.
아울러 마무리 투수 보직에 관한 인센티브도 포함돼 있다. 만약 고우석이 2024시즌과 2025시즌, 클로저로 15경기와 25경기, 35경기, 45경기에 각각 출전한다면 12만 5000달러씩 추가로 받는다. 이 금액은 다음 시즌 연봉에 더해질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샌디에이고가 2024시즌 고우석을 1군 무대에서 분명히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김하성 역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1년 계약할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3년 차부터)을 계약 조건에 추가한 바 있다.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대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매 시즌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왕복 항공권 2장씩 얻는다.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계약 소식을 알리는 그래픽. /사진=MLB.com 공식 SNS |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계약 소식을 알리는 그래픽. /사진=폭스 스포츠 공식 SNS |
◆ 고우석 샌디에이고에서도 '클로저'로 뛸 수 있나, 최고의 경쟁자는 '日 통산 236SV' 괴물 마쓰이 유키 이제 과연 고우석이 어떤 보직을 맡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고우석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로 활약했다. 커리어 초반에는 클로저가 아닌 중간에서 허리 역할을 잠시 맡았다가, 2019시즌 35세이브를 기록하며 확실한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3차례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는 등 오승환(삼성)의 뒤를 잇는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샌디에이고는 이번 오프시즌 동안 불펜 보강이 필요했고, 착실하게 새로운 대안을 영입했다. 일단 고우석의 가장 큰 팀 내 라이벌로 일본인 투수 마쓰이 유키가 새롭게 합류했다. 마쓰이 유키는 일본프로야구(NPB) 무대에서 9시즌 통산 236세이브를 올린 전형적인 클로저 투수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12월 마쓰이 유키와 계약기간 5년, 최대 3360만달러(약 44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우완 불펜 자원인 로버트 수아레즈도 있다.
고우석은 일단 이 둘과 마무리 혹은 불펜 투수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샌디에이고가 향후 추가로 불펜 투수 1~2명 정도를 영입한다면 이들과 경쟁도 각오해야 한다. 미국 현지에서도 고우석과 마쓰이, 그리고 수아레즈를 샌디에이고 불펜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MLB.com은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불펜 강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 고우석의 합류로 샌디에이고 불펜은 거의 완성됐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경기 후반 마운드에 오르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수아레즈와 함께 마무리 투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누가 마무리로 등판하든 3명 모두 중요한 상황에 나와 던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매체인 CBS 스포츠도 고우석과 수아레즈가 경쟁을 펼칠 거라 내다봤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앞서 고우석의 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고우석과 마쓰이, 그리고 수아레즈까지 3명 중 현재로서는 마쓰이가 한발 앞서 있는 형국이다. 계약 규모를 봐도 마쓰이가 고우석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샌디에이고에 입성했다. 또 마쓰이는 매 시즌 클로저로 등판할 때마다 연봉이 인상되는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아직 시즌이 시작하지 않았기에, 고우석에게도 기회가 없는 게 아니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최근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 팀에는 좋은 투수들이 많다. 앞으로 이들의 활용 여부에 관해 잘 준비해야 한다. 상대 팀에 따라 유연하게 불펜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마쓰이 유키의 모습 및 일본프로야구 성적.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
마쓰이 유키. /AFPBBNews=뉴스1 |
◆ 고우석의 SD 입단, 왜 유독 이웃나라 일본에서 큰 관심 보이나 "오타니와 사구 관련 발언한 투수" 맞대결 흥미↑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입단에 관해 유독 이웃나라 일본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일본 매체 교도 통신 등은 4일 "한국의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면서 마쓰이 유키와 함께 뛰게 됐다. 고우석은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에 뽑혔다. KBO 리그 통산 139세이브를 올리고 있는 고우석은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이글스에서 뛰었던 마쓰이 유키와 함께 클로저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샌디에이고에는 다르빗슈가 뛰고 있다. 한신 타이거즈 출신의 로버트 수아레스도 있다. 김하성도 활약 중이다. 샌디에이고는 오는 3월 20일과 21일 LA 다저스와 개막 2연전을 치른다"고 썼다.
야후 스포츠에 게재된 이 기사는 많이 본 기사 랭킹에도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일본 누리꾼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일본 팬들은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입성을 축하합니다. 하지만 오타니 쇼헤이와 승부에서는 몸에 맞는 볼을 조심하세요", "마쓰이 유키와 다른 대우를 받았는데,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는 아시아 선수가 꽤 많네"라는 등의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일본 매체 주니치 스포츠는 "한국의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2년 계약을 맺었다"면서 "고우석이 LA 다저스에 입단한 오타니와 맞대결을 벌인 적은 없었다. 다만 고우석은 지난해 1월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타니를 상대로 던질 때가 없으면 아프지 않은 곳을 맞혀서 다음 타자와 상대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오는 3월에 고우석과 오타니의 맞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당시 고우석이 농담조로 발언한 게 일본 내에서 논란으로 이어졌는데, 이번에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당시 발언이 재소환된 것이다.
LG 고우석(오른쪽)과 이정후. |
당시 고우석에 대한 신분 조회 소식에 야구계가 깜짝 놀랐다. 고우석은 이정후와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품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사실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를 누비고 싶은 꿈을 갖고 있을 터. 고우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늘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메이저리그가 자리했다. 고우석은 지난달 LG 트윈스의 2023 러브 기빙 페스티벌 위드 챔피언십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해 "2023년 연봉에 관해 구단과 협상할 때부터 차명석 단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이다. 정규시즌 우승 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무조건 가는 건 아니라고 할지라도, 포스팅 신청은 고려해주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야기됐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즉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닌, 어느 정도 구단과 교감을 했던 부분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고우석은 2023시즌 누구보다 팀의 우승만 바라보고 뛰었다. 그래서 쉽게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한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고우석도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해) 엄청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다. 우승하면 (포스팅은) 해주겠다고 하셨으니까, 그렇다고 나간다 해서 무조건 잘 된다는 보장도 없다. 우승하면 포스팅은 신청할 수 있겠구나 정도만 생각했다"고 설명한 뒤 "굳이 포스팅은 아니더라도, 2024년에 또 우승하고 싶어서 2연패를 노릴 수 있는 입장도 있다. 포스팅 때문에 우승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항상 우승을 원했는데, 조건 자체가 좋았다고 해야 할까. 제가 느끼기에, 만약 우승하지 못했다면 저 스스로 (포스팅) 신청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진심을 털어놓았다.
사실 LG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고우석이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하기 전에 팀 내 프랜차이즈 스타인 오지환과 마찬가지로 다년 계약을 논의하려고 했다. 업계에서는 고우석 정도의 기량과 나이라면 10년 이상, 200억원이 넘는 규모의 FA 계약이 가능했을 거라 보고 있다. 하지만 고우석에 관한 다년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꿈 때문이었다. 계속 LG에 남았다면 꽃길은 보장됐겠지만, 고우석은 그런 모든 걸 뒤로 하고 빅리그를 택하며 멋진 도전 정신을 보여줬다. 차명석 LG 단장은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 소식에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LG 구단에 전했다. 구단 역시 알겠다고 했다. 윗선(그룹)에 보고한 뒤 회신을 주기로 했다. 최종 결정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구단주께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로서는 내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그렇게 LG는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하고 응원하기로 했다. 2023시즌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에게 있어서 '최강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분명 2024시즌에도 필요한 존재였다. LG는 2023년 우승을 기점으로 왕조 건설을 꿈꾸고 있다. 고우석이 마무리 투수로 계속해서 공을 뿌린다면 팀 역시 탄탄한 전력을 유지한 채 2024년에도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그렇지만 LG는 쿨하게 고우석을 메이저리그에 보내주기로 했다. LG 구단은 11월 22일 "고우석 선수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도전을 허가하기로 했고, 향후 포스팅 금액이 나온 후 선수와 최종 판단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에는 헐값으로 보내지는 않겠다는 내부 기조가 깔려 있었다.
◆ 해외에서 본 고우석은 어땠나? 오타니·이정후처럼 많은 보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구위가 좋은 투수"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이적 소식을 주로 다루는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신분 조회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포스팅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향해 관심을 갖고 있을 때 하는 공식적인 절차"라면서 "고우석과 이정후는 매제와 처남 사이지만,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관련이 없다. 만약 두 선수가 같은 팀에서 뛴다면 서로 가까운 곳에서 응원하는 것을 선호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는 순전히 억측이다. 또 언제나 FA 영입에 있어서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계약 기간과 금액 조건"이라고 전했다.
이어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팬들이 여전히 주목해야 할 흥미로운 이름"이라면서 "고우석은 이정후나 야마모토처럼 나이도 상당히 어린 편이다. KBO 리그에서는 90마일(144.8km) 중반에 달하는 빠른 볼을 갖고 있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꾸준하게 94~96마일(약 151.3~154.5㎞)의 구속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매체의 분석대로 비록 고우석과 이정후가 한 팀은 아니지만,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활약하게 됐다. 이정후는 입국 기자회견 당시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한 질문에 "제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뒤 (고)우석이가 축하한다는 연락이 왔다.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조카 이야기만 했다"고 말했다.
CBS 스포츠는 "남은 오프시즌에 주의를 기울이면 올겨울 메이저리그 팀들이 2티어, 3티어의 다른 나라 FA 선수를 찾는 모습을 분명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선발 투수 우와사와 나오유키, 불펜 투수 마쓰이 유키, 그리고 한국의 불펜 투수 고우석이 있다. 이들은 야마모토 요시노부나 이정후 정도의 수준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 팀들이 그 어느 때보다 KBO리그와 NPB 선수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금, 빅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LG 고우석. |
고우석은 몇 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을까. 이에 대해 고우석은 "그런 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영어를 잘할 수 있을 정도만큼은 머무르고 싶다. 또 과거 일본 등에 진출한 선수가 '힘이 있을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씀을 한 게 생각난다. 저는 그 정도 급도 아니라 생각하고, 그런 부분을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그래도 영어는 마스터하고 왔으면 좋겠다. 사실 잘 모르겠다. 야구를 하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 진짜 계약해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고우석은 2023시즌을 끝으로 해외 진출 자격을 갖췄다. 2017시즌 KBO 리그 등록 일수 100일을 비롯해 2018시즌 175일, 2019시즌 192일, 2020시즌 153일, 2021시즌 183일, 2022시즌 193일, 2023시즌 176일을 각각 채웠다. 여기에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 출전해 60일, 지난 2021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10일,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에서 10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5일을 각각 추가로 얻으며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했다. 2024시즌을 마친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고우석은 LG의 동의를 얻은 채 협상을 시작했다. KBO는 지난해 12월 5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30개 구단에 고우석에 대한 포스팅을 고지했다고 알렸다.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거해 고우석에 대해 관심이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12월 5일 오전 8시(미국 동부 시간 기준)부터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고우석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일. 계약 마감일은 1월 4일 오전 7시까지(미국 동부 시간 기준 1월 3일 오후 5시)였는데,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도장을 찍었다. 비록 450만 달러가 LG와 고우석이 원했던 만큼의 충분한 금액은 아니었지만, LG 구단은 쿨하게 고우석의 미국 진출을 허락하고 응원했다.
고우석은 LG 트윈스가 배출한 코리안 메이저리거 1호가 됐다. 고우석을 빅리그로 보내면서 LG 구단 역시 이적료를 챙길 전망. 지난 2018년 개정한 KBO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구단이 선수와 합의한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이 중 20%를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한다. 또 2500만달러 초과 5000만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2500만달러의 20%인 500만달러와 2500만달러 초과 금액의 17.5%를 합해 이적료가 정해진다. 5000만달러를 초과할 경우에는 2500만달러의 20%와 2500~5000만달러의 17.5%인 937만5000달러, 5000만달러 초과 금액의 15%를 더한 금액이 이적료가 된다. 따라서 원소속팀 LG는 KBO 야구 규약에 따라 계약금의 20%인 90만 달러(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인 경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2026년 옵션까지 실행될 경우에는 추가금을 받을 수 있다.
계약을 마친 고우석은 LG 구단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LG 트윈스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샌디에이고 구단에도 감사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좋은 모습으로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히며 작별 인사를 했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축하한다. 고우석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길 기대한다. 고우석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겠다"며 박수를 쳐줬다.
이로써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7번째 선수가 됐다. 투수만 놓고 보면 류현진과 김광현(SSG 랜더스)에 이어 3번째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KBO 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류현진은 계속해서 선발로 뛰었고, 김광현은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바 있다. 순수 구원 투수로는 고우석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LG 고우석. |
고우석(왼쪽)과 염경엽 LG 감독. |
고우석(왼쪽)과 염경엽 LG 감독. |
고우석이 투구하는 장면. /사진=뉴시스 |
비록 투수 오타니와 타자 김하성의 맞대결은 보기 어렵겠지만, 투수 고우석과 타자 오타니의 대결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야구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치업이다. 일단 지난여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내년 시즌 타자에만 전념한다. 오타니는 앞서 LA 다저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타격은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 약간 빠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훈련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제대로 나설 수 있는 준비를 마친다면 개막전에 충분히 합류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후년에 오타니가 투수로 등판한다면, 이정후와 상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 팬들의 뜨거운 관심은 이미 고척돔으로 쏟아지고 있다. 오타니의 입단 당시 일본 매체 TV 아사히는 "역사적인 개막전을 관람하기 위해 벌써부터 여행사에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 투어의 경우 미국에서 경기를 보는 것보다 경비는 저렴하겠지만, 티켓값이 급등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쿠팡플레이가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의 스페셜 게임을 발표했다.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
고우석은 데뷔 첫 해인 2017시즌 25경기에서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26이닝 동안 30피안타(2홈런) 11볼넷 23탈삼진 13실점(13자책)의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데뷔 시즌을 보냈다. 이어 이듬해인 2018시즌에는 더욱 많은 출장 기회를 받았다. 56경기에서 3승 5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1을 마크했다. 67이닝 동안 69피안타(10피홈런) 37볼넷 5몸에 맞는 볼 44탈삼진 51실점(44자책)의 성적을 거뒀다. 고우석이 본격적인 클로저로 도약한 건 바로 2019시즌이었다. 당시 류중일 감독의 신임 속에 고우석은 65경기에 등판, 8승 2패 35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52의 좋은 성적을 올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커리어 하이인 71이닝을 던지면서 47피안타(4피홈런) 30볼넷 4몸에 맞는 볼 76탈삼진 13실점(12자책)의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매 시즌 순조로운 과정을 밟은 것만은 아니었다. 2020시즌에는 40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17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10을 찍었다. 당시 41⅔이닝 동안 37피안타(2피홈런) 19볼넷 2몸에 맞는 볼 51탈삼진 22실점(19자책)의 성적을 냈다. 그러다 2021시즌 다시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63경기에서 1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의 성적과 함께 58이닝 동안 47피안타(3피홈런) 23볼넷 3몸에 맞는 볼 68탈삼진 15실점(14자책)을 마크했다.
계속해서 2022시즌에도 고우석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019시즌 이후 3시즌 만에 다시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복귀했다. 당시 61경기에 출전해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은 1.48. 총 60⅔이닝 동안 37피안타(6피홈런) 21볼넷 1몸에 맞는 볼 80탈삼진 12실점(10자책)의 막강한 위용을 과시했다. 2023시즌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고우석은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선발되며 국가대표로 2023시즌을 출발했다. 하지만 WBC 대표팀 평가전 도중 뜻밖의 어깨 부상을 당하며 정작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부상 여파는 정규 시즌까지 이어졌다. 4월에 6경기에 등판한 뒤 5월은 통째로 쉬기도 했다.
그래도 고우석은 KBO 리그에서 최강 클로저의 위용을 과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3시즌 44경기에 출장해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의 성적을 내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일조했다. 마침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의 감격을 맛본 뒤 뜨거운 눈물까지 흘렸다.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 후 고우석은 "항상 경기에 패해서 울었는데, 올해(2023년)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도 따고 우승도 해서 기쁨의 눈물이 나왔다. 올해만큼 부상이 많았던 시즌도 없었던 것 같다. 팀에 크게 도움이 된 적이 없었는데, 동료들이 시즌을 잘 치러서 한 번 찾아오는 것도 어려운 순간에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결과가 안 좋으면 저를 기용해주시는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팀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계속해서 마무리 역할을 맡겨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마지막에 올해 가장 좋은 공을 던지면서 시즌을 마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에는 득남이라는 겹경사를 안은 고우석. 그리고 마침내 새해가 밝으면서, 대망의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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