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19살 신인이 데뷔하자마자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두 번이나 달았다. 어린 나이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걸고 병역 혜택도 받았다. 꽃길이 활짝 열렸지만 긴장의 끈을 풀지 않는다. 키움 2년차 포수 김동헌(20)이 주인공이다.
김동헌은 지난 9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 무대에 문현빈(한화)과 함께 참석했다. 1년 전 이 자리에서 교육을 받는 신인 선수 중 한 명이었지만 이날은 프로를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후배들을 만나 신인으로 보낸 소회를 밝혔다.
김동헌은 “작년 이맘때 앞에 있는 친구들처럼 교육을 들었는데 1년 만에 이런 자리에서 만나게 돼 반갑다”며 “1군 스프링캠프에 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각자 장점들이 있으니 프로에 왔다. 장점을 잘 살리면 어디서든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키움에 지명된 김동헌은 첫 해부터 빠르게 1군 안착했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거쳐 개막 엔트리에 들더니 백업 포수로 시즌을 시작했고, 후반기 들어 주전으로 비중을 높였다. 팀 순위가 떨어지자 키움은 리빌딩으로 돌아섰고, 김동헌을 밀어줬다.
순탄하게 1군 자리를 꿰찬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지영, 김재현, 김시앙 등 팀 내 선배 포수들과 경쟁을 이겨냈다. 김동헌은 “기회는 당연하게 오지 않는다. 1군 경기를 계속 나가기까지 힘들었고, 간절하게 준비했다. 아프면 다른 선수가 그 기회를 잡는다. 부상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를 잘해야 한다. 시즌 시작하고 하면 늦다. 팀 운동도 좋지만 개인 운동도 많이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신인들에게 조언했다.
벤치 사인 없이 직접 투수 리드를 하는 김동헌은 신인답지 않은 안정감과 수비력으로 안방을 지켰다. 지난해 102경기 타율 2할4푼2리(211타수 51안타) 2홈런 17타점 OPS .631로 타격도 괜찮았다. 강한 어깨로 도루 저지율 3할을 맞췄다.
데뷔하자마자 국가대표에도 두 번이나 발탁됐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연이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두 대회 모두 세대 교체를 위해 24~25세 이하, 프로 입단 3~4년차로 연령 제한을 뒀는데 포수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낸 김동헌이 김형준(NC)과 함께 안방을 이뤘다. 김형준이 거의 모든 경기에서 주전 마스크를 썼지만 벤치의 김동헌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다.
김동헌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을 때가 가장 좋았다. 벤치에서 공을 받고 있어 (금메들 확정) 마지막 순간 장면은 못 봤지만 야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다”며 “실력보다 나이가 어려 국가대표 기회를 받았다. 나중에는 나이가 아니라 실력이 월등해서 대표팀에 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김동헌은 키움의 주전 포수로 풀타임 시즌을 보낼 것이 유력하다. 키움은 FA로 풀린 베테랑 포수 이지영과 재계약에 소극적이다. 김동헌이 있어 급하지 않다. 그만큼 김동헌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크다는 의미.
김동헌은 “1년차 성적이 개인적으로 아쉽다. 올해는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 있는 선수들도 올해 같이 야구하겠지만 평범한 준비로는 1군에 있기 쉽지 않다. 그거보다 노력하는 선수들이 많다. 노력을 본인 생각 이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하며 “올해 개인 기록 목표는 없다. 1군에서 뛴다는 보장도 없다. 1군에 붙어있기 위해 노력하겠다. 포수로서 작년보다 많은 이닝을 뛰고, 안타도 더 많이 치고 싶다. 연차가 쌓일수록 팬분들의 관심과 기대치도 높아지는데 신인 때처럼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용서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실력을 더 키워 팬분들께 멋있는 선수, 팀 동료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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