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한용섭 기자]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이 지난해 연말 FA 계약 후 감동의 손편지를 받고 눈물 흘린 사연을 소개했다. 차명석 단장을 울린 주인공은 FA 임찬규(32)였다.
차명석 단장과 임찬규는 일반적인 단장과 선수 사이를 뛰어넘는 관계다. 단장은 선수를 대놓고 ‘디스’하고, 선수는 단장에게 악의없이 ‘도발’을 일삼는다. 그만큼 각별한 사이다. 첫 만남부터 특별한 인상을 서로 남겼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전체 2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은 임찬규는 신인으로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당시 LG는 미국 플로리다주로 캠프를 떠났다. 당시 투수코치였던 차명석 단장은 비행기에서 임찬규와 옆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13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임찬규는 차명석 단장에게 여러 질문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임찬규는 “그런데 무슨 코치세요”라고 물어 황당했다고 한다.
이후 투수코치와 투수의 돈독한 사제지간이 됐고, 지난 겨울에는 단장과 FA 선수로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하게 됐다. 2011년 신인 때 65경기 9승 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으로 활약한 임찬규는 이후 부상을 겪으며 한동안 부진했다.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선발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1년 1승(8패), 2022년 6승(11패)로 부진했고, FA 재수를 선택했다.
지난해 30경기(26선발)에 등판해 144⅔이닝을 던지며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리그 국내 투수 최다승이자 다승 3위(14승), 승률 2위(.824)를 차지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임찬규는 시즌 후 FA 신청을 했고, LG와 4년 최대 50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총액 20억원, 옵션 24억원)에 계약했다. 계약 세부 사항을 보면 옵션이 50% 가까이 되는 이례적인 계약이었다.
임찬규가 협상 과정에서 보장 금액을 낮추는 대신, 성적에 따른 옵션을 늘려달라고 제안했다. 임찬규는 건강하게, 좋은 모습으로 (옵션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차명석 단장은 “선수가 자신있게 잘 하겠다고 하니까 믿고 해줬다”고 했다.
FA 계약 당시, 임찬규는 성대 결절 수술을 받은 직후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임찬규는 계약 후에 차명석 단장에게 감사의 내용을 담은 손편지를 써서 전했다고 한다. 차 단장은 “찬규가 편지를 줬는데, 읽다가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FA 계약 후 구단을 통해 “엘린이 출신으로서 자랑스러운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계속 입을 수 있어서 기쁘다. 다른 구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LG 트윈스 선수로 남고 싶었는데 좋은 계약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이번 시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팬들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팬들이 항상 웃을 수 있도록 내년, 내후년에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FA 계약 소감을 전했다.
이후 구단 유튜브를 통해 말이 아닌 글로 더 다양하고 LG에 대한 애정어린 소감을 전했다. 임찬규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주신 구단주님과 사장님, 단장님. 항상 신경써주시는 염경엽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많이 부족하지만 늘 함께 해주신 김용일 코치님께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무적 엘지 트윈스 팬 여러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라고 글로 적었다.
이어 FA 협상 기간 동안 고민을 했는지 질문에 “고민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엘지와 해달라고 에이전트를 통해 부탁했다”고 적었다. 종신 LG로 향하는 소감으로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은퇴하는 날까지 내 모든 육신을 바치겠다+성대”라고 농담 섞인 말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임찬규에게 LG 트윈스란’ 질문에 “6살때 처음 야구장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26년 동안 사랑해온 사이. 짝사랑이 아닌 서로 사랑하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 사랑한다. 트윈스야”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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