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박건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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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다르 얀코비치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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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격수 탄 룽(오른쪽). /AFPBBNews=뉴스1 |
중국 내부에서는 자국의 경기 결과에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비난의 대상은 가지각색이다.
중국은 2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카타르에 0-1로 졌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탈락 위기다. 중국은 3경기에서 2무 1패 0골 1실점으로 A조 3위가 됐다. 실낱같은 희망만 쥐고 있다. 24개국이 참가한 대회 규정상 조 1, 2위 팀이 16강으로 직행하고 전체 조 3위 팀 중 상위 4팀이 남은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경우의 수를 따질 겨를도 없이 중국 여론은 이미 자국 대표팀에 등을 돌렸다. 중국 '소후닷컴'은 "최악이다! 3경기 0골 0승의 카타르에 패배한 중국, 조별리그 3위"라고 카타르전 결과를 전했다. 해당 기사에 중국 팬들은 분노의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한 중국 축구팬은 "알렉산다르 얀코비치(52) 중국 감독은 경질돼야 한다. 중국축구협회에는 감시자가 없는 건가. 해명이 필요하다"라고 날 선 비판을 날렸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당장 감독을 바꿔야 한다"라며 욕설 섞인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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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레이(왼쪽).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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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허탈한 표정의 중국 선수들. /AFPBBNews=뉴스1 |
또 다른 중국의 대형 사이트인 '시나스포츠'의 반응은 달랐다. 3경기 연속 졸전은 감독보다 선수 책임이 크다고 봤다. 특정 선수 저격까지 일삼았다. "탄 룽(창춘 야타이)은 후반전에 교체 투입됐다. 마치 선발 출전한 것처럼 걸어 다니더라"라는 댓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난의 수준이 정도를 넘기도 했다. '시나스포츠'에 한 팬은 "중국 국가대표팀은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 자국으로 돌아오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라고 했다. 이밖에도 "나라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카타르에 여행을 다녀오는 건가", "아니나 다를까 중국은 이번에도 기대에 부응했다"라는 등 조롱 섞인 댓글도 심심찮게 있었다.
아직 중국은 산술적으로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나머지 5개 조 3위 팀 중 상위 4개 안에 들면 된다. 각 조 3위로는 시리아(2경기 승점 1), 팔레스타인(2경기 승점 1), 인도네시아(2경기 승점 3), 바레인(2경기 승점 3), 오만(2경기 승점 1)이 있다. 현재 중국보다 앞선 팀은 2개다.
비록 생존 가능성이 남아있다고는 하나, 대회에서 괄목할 성적을 거두기에는 어려울 듯하다. 중국은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 지은 카타르와 경기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심지어 카타르는 이날 주전 선수를 대거 투입하지 않았다. 골키퍼를 비롯해 핵심 공격수 아크람 아피프, 베테랑 미드필더 하산 알 하이도스(이상 알 사드)는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사실상 2군급 전력을 내세운 카타르를 만난 중국은 기용 가능한 자원은 모두 쏟아부었다. 계속된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던 웨이스하오(우한 쓰리 타운스)는 대회 첫 경기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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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감싸쥔 중국 선수.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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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3차전이 끝난 뒤 고개 숙인 중국 선수들. /AFPBBNews=뉴스1 |
아직 경기 감각이 올라오지 않은 웨이스하오는 큰 기회를 번번이 날려버렸다. 26분에는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자 헛발질까지 범했다. 웨이스하오 옆에서 기다리던 카타르 수비수가 공을 손쉽게 따내 역습으로 이어갔다.
전반 중반에는 카타르가 중국을 몰아붙였다. 득점까지 이어질 뻔했다. 중국은 잉글랜드에서 귀화한 수비수 장광타이(타이어스 브라우닝)의 개인 능력에 의존해 카타르 공격을 막아냈다. 카타르의 빠른 역습에 수차례 실점을 기록할 뻔했다.
후반전에는 카타르가 주전 선수 몇 명을 내세웠다. 아피프와 알 하이도스는 후반 19분에 교체 투입됐다.
기어이 선제 득점은 카타르에서 나왔다. 알 하이도스가 후반 21분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중국의 골망을 갈랐다. 아피프가 코너킥 상황에서 높게 띄워준 공을 오른발 발리로 때려 넣었다. 카타르의 여유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중국은 카타르의 실험적인 세트피스 전술 한 방에 무너졌다. 경기는 카타르의 1-0 승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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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활짝 웃는 카타르 선수단. /AFPBBNews=뉴스1 |
다소 허무한 결과에 '소후닷컴'은 기사 제목으로도 분노를 표출했다. '최악이다'라는 문구를 가장 앞세워 중국의 졸전을 조명했다.
지난 경기만 해도 중국 언론의 태도는 대표팀 결과에 대해 옹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레바논과 경기 후 기사에 중국이 밀리던 상황을 전하지 않았다. 단지 중국이 레바논을 시종일관 압도한 듯한 내용이 이어졌다.
심지어 자국 대표팀의 과격한 행위도 애써 무시했다. 해당 경기에서 중국 공격수 장 위닝(베이징 궈안)은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레바논 수비수의 배를 걷어찼다. 공과 상관없는 위치에 발을 갖다 댄 수준이었다. 경우에 따라 레드카드가 나올 법했다.
레바논 선수들의 위험한 행위에는 단호했다. '시나스포츠'는 레바논 선수가 다이웨이(상하이 선화)의 얼굴을 가격하는 장면만 조명했다. 해당 장면을 짧은 영상으로 전하며 강조했다. 해당 기사 내용만 보면 마치 중국이 레바논의 거친 파울로 인해 고전했지만, 상대를 경기력에서 압도했던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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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웨이춘이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레바논 선수에게 가격당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실상은 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7위 레바논은 79위 중국에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의 후방 지역에도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하며 득점을 노렸다. 빠른 공수 전환으로 중국의 뒷공간을 호시탐탐 노렸다.
레바논의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에 선제 실점까지 할 뻔했다. 전반 24분 중국은 골키퍼 얀 준링(상하이 포트)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와중에 공격은 무뎠다. 우 레이(상하이 포트)는 첫 경기와 같이 고립됐다. 중원에서 부정확한 패스가 번번이 나오며 공격수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결정적인 기회는 모두 날렸다. 전반 막바지 중국 스트라이커 장 위닝(베이징 궈안)의 슈팅은 레바논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통계 전문 매체 '풋몹'도 해당 장면을 큰 기회라고 판단했다. 중국은 전반전 유효 슈팅만 4개를 기록하고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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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 우레이(오른쪽).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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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레바논 경기 장면. /AFPBBNews=뉴스1 |
후반전 양상도 비슷했다. 중국은 좀처럼 득점이 터지지 않자 후반 21분 만에 공격수 두 명을 바꿨다. 자국이 한때 자랑하던 우 레이는 이날도 침묵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체격이 좋은 골잡이인 장 위닝은 무딘 발끝만 보인 뒤 그라운드를 떠났다.
레바논은 경기 후반부가 돼서야 교체 카드를 써봤다. 경기 내용 상으로도 중국에 전혀 밀리지 않은 게 컸다. 종료까지 두 팀은 모두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0-0으로 경기가 끝났다.
연속 졸전이다. 중국은 대회 첫 참가팀인 FIFA 랭킹 106위 타지키스탄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쩔쩔맸다. 타지키스탄은 전반 초반부터 중국 문전에서 수차례 슈팅을 시도했다. 중국은 타지키스탄 공격수의 슈팅을 제대로 막아서지 못했다. 페널티 박스 안에 수비 다수를 배치하고도 타지키스탄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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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웨이춘(오른쪽).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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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레바논 경기 장면. /AFPBBNews=뉴스1 |
'풋몹'에 따르면 중국은 타지키스탄에 슈팅 20개를 얻어맞았다. 실점이 없었던 게 다행인 수준이었다. 비교적 약체라 판단했던 타지키스탄에도 고전한 중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하자, 중국 팬들도 점점 비난 수위를 높여갔다.
일단 토너먼트 진출이 급한 중국 국가대표팀은 각 조 최종전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듯하다. 26일에 아시안컵 조별리그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중국 현지 반응은 이미 축구 대표팀에 등을 돌렸다. 그 흔한 경우의 수 얘기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끄러운 여정이 끝났다"라는 등 중국의 탈락을 예견하는 반응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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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 벌이는 타지키스탄과 중국 선수.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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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과 경기 후반전 득점 취소 후 망연자실한 중국 대표팀. /AFPBBNews=뉴스1 |
박건도 기자 pgd1541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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