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카타르)=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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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선수들을 안아준 신태용 감독. /사진=OSEN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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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인사하는 신태용 감독. /사진=OSEN 제공 |
아름다운 패자였다. 신태용(54) 인도네시아 감독도 선수들 한 명 한 명에게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16강에 오른 것만 해도 기적이었다. 인도네시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46위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최약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조별리그를 뚫고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또 다른 우승후보' 호주를 만났다. 결과는 대패였다. 인도네시아는 28일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대회 16강에서 0-4로 크게 졌다. 아시안컵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팬들은 경기장에 있는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16강에 오른 것만 해도 이번 대회 최고 기적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16강에서는 '25위' 호주를 상대로 멋지게 싸웠다. 이날 점수차는 컸지만 경기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팽팽했다. 오히려 인도네시아가 주도권을 잡고 흔들었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12분 만에 통한의 자책골이 나왔고 전반 추가시간에는 추가골을 내줬다. 후반 2실점 역시 막판에 나온 것이었다.
내용은 좋았다. 그러나 경기에 패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됐다. 4골차 대패에 아시안컵 탈락.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라커룸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인도네시아 선수들을 기다렸다. 적장 아놀드 그라함 호주 감독과 인사를 나눈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벤치 쪽 터치라인에 섰다. 그리고 들어오는 인도네시아 선수 한 명씩 포옹하고 악수를 건넸다. '잘했다, 고개를 들어라'라는 메시지였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을 위해 격려와 응원을 전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 내내 기적을 썼다. D조에 속해 일본, 이라크, 베트남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경쟁했다. 빠르게 탈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1승2패 조 3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는 조 3위 6개 팀 중 성적이 가장 좋은 4팀도 16강에 오를 수 있다. 인도네시아가 그 막차를 탔다. F조 3차전 오만-키르기스스탄 경기가 오만의 승리로 끝났다면 인도네시아의 16강은 없었다. 하지만 오만이 무승부에 그쳐 인도네시아가 티켓을 따냈다.
신태용 감독과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숙소에서 오만-키르기스스탄 경기를 지켜봤다.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이 같은 영상이 전해져 축구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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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준비하는 양 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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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호주 경기. /AFPBBNews=뉴스1 |
16강 승부에서도 투지가 느껴졌다. 인도네시아는 객관적 전력이 앞서는 호주를 상대로 볼 점유율 48%대52%를 기록, 전체슈팅도 5대7로 비슷할 만큼 좋은 경기를 펼쳤다. 상대는 강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주눅 들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거세게 밀어붙였다. 인도네시아에 조금만 운이 따라줬다면 경기 양상이 확 달라질 수 있었다.
호평이 쏟아졌다. 경기 후 한 외신 기자는 신태용 감독을 향해 "호주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고 전방 압박을 많이 했다"고 칭찬 섞인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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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선수들과 얘기하는 신태용 감독(왼쪽). /사진=OSEN 제공 |
신태용 감독은 "비기거나 골을 덜 내주기 위해서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호주를 이기기 위해서 연구했고 어린 선수들이 전방 압박을 가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무리에 있어서 선수들이 어리고 경험이 부족했다. 이런 것들이 좋아지면 경기 내용뿐 아니라 스코어에서도 대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이 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호주의 8강을 축하한다. 열심히 싸워줘서 고맙고 많이 배웠다. 오늘 경기는 4경기 중에 가장 잘했다. 그러나 첫 번째 실점이 수비 발 맞고 들어가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경기 내용도 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실점으로 인해 우리가 상대를 따라가는 아쉬운 패배였다. 선수들에게 고생했다고 칭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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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사진=OSEN 제공 |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카타르)=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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