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도하(카타르)=이원희 기자]

김영권. /사진=OSEN

한국 축구대표팀의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울산HD)도 강하게 얘기했다. 일본을 피하기 위해 조 2위로 진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영권은 29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누구를 만나고 싶거나 피하고 싶다는 등 그런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 질문이 나왔다. '한국이 우승후보 일본을 피하기 위해 조 2위를 차지했느냐'는 질문이었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는 부진하기는 했다. 우승후보로 평가받았지만, E조 2위(1승2무)에 그쳤다.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클린스만호는 1차전 바레인전에서는 3-1로 승리해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2차전 요르단전에서 패배 위기까지 갔다가 간신히 비겼다. 후반 추가시간 상대 자책골 덕분에 힘겹게 승점 1을 따냈다. 3차전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130위' 말레이시아와는 3-3으로 비겼다. 후반 연속 3실점에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골까지 허용했다. 한국의 FIFA 랭킹은 23위. 굴욕적인 결과였다.

말레이시아전 무승부로 조 1위가 유력했던 한국은 조 2위로 내려갔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이 유리한 대진을 위해 말레이시아와 일부러 비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이 조 1위로 진출했다면 16강에서 전통의 라이벌 일본과 붙는다. 두 팀은 이번 대회 최대 우승후보로 꼽힌다. 또 8강에서는 이란과 만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해외 외신들은 '조 1위를 피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전혀 (일본을) 피할 생각 없었다. 피할 의도도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조 1위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우리는 (말레이시아전에서) 85%의 볼 점유율 가지고 있었고 코너킥도 30개 가까이 했다. 경기를 일찍 마무리 짓지 못하면 불안감이 있는데, 결국 실점이 나와서 그런 표현(웃음)이 나왔다"고 반박했다.

김영권도 같은 생각을 전했다. 그는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는 누구를 만나거나,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누구를 만나도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클린스만 감독님의 얘기처럼 조 1위로 진출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였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아 조 2위로 올라갔다. 아쉽다"고 말했다.

경기에 집중하는 김영권. /사진=OSEN

한국은 일본을 피했지만 16강에서 '중동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난다. 오는 31일 새벽 1시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수비 안정화가 중요해 보인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8골을 넣으며 골을 가장 많이 넣은 팀 중 하나로 활약했다. 그러나 실점도 많았다. 무려 6실점을 기록했다. 김영권도 "문제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토너먼트에서 그렇게 실점한다면 결과에 영향이 있다. 내일 사우디전에서는 대량 실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선수들,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그걸 생각하고 잘 준비하겠다"고 목표를 전했다.

김영권은 사우디전이 열리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 코너킥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이것이 발판이 돼 한국의 짜릿한 역전승으로 연결됐다. 한국도 16강에 진출했다. 김영권은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고 좋은 경기를 한 경기장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월드컵과 아시안컵은 분명 다른 경기라고 생각한다. 그때와 선수들도 많이 바뀌었다. 감독님도 그때와는 달라졌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며 "좋은 기억을 갖고 경기장에서 우리 한국 대표팀이 승리를 할 수 있게끔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김영권(오른쪽). /사진=OSEN

경기장 안팎에서 김영권의 존재는 중요하다. 후방을 지키는 든든한 수비의 핵이면서 팀 동료들을 이끄는 베테랑이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도 "김영권과 함께 하는 것은 영광스럽다. 누구보다 프로 정신이 있는 선수와 함께 하는 건 즐거운 것 같다. 김영권과 함께 하면서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다. 선수 생활을 길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한다. 어린 선수들, 같은 소속의 정승현이 들어와서 경기에 못 뛰는데도 '감독님 상관없습니다. 팀으로서 중요합니다'고 얘기한다. 팀 승리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선수와 함께 하는 것은 좋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승리에 목말라 있고 분위기가 좋은 선수와 함께 하는 것은 영광이다. 내일 좋은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고마워했다.

사우디전 각오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는 어려운 상대다. 선수 시절 만치니 감독은 상대했고 잘 아는 친구다. 너무 잘 아는 상대인 만큼 존중하면서 준비할 것이다. 토너먼트는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저도 그렇고 선수들도 승리에 목말라 있다.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OSEN

도하(카타르)=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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