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최초로 포수 10년 계약이 나왔다.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LA 다저스 포수 윌 스미스(29)가 그 주인공이다.
다저스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스미스와 10년 1억40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포수가 10년 계약을 맺은 것은 스미스가 메이저리그 최초. 종전 2013년 3월 버스터 포지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맺은 9년 연장 계약(1억6700만 달러)을 뛰어넘었다.
계약 총액은 포수 역대 3위 기록이다. 2010년 3월 미네소타 트윈스와 8년 1억84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한 조 마우어가 여전히 포수 역대 최고액 기록을 갖고 있는 가운데 포지에 이어 스미스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1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5년 1억1550만 달러에 FA 계약한 J.T. 리얼무토를 넘어 현역 포수 최고 대우.
스미스의 이번 계약은 지난 20~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 2연전 전후로 급물살을 탔다. 스미스는 서울시리즈에서 2경기 10타수 5안타 타율 5할 맹타를 휘두르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야구장 밖에서도 아내와 함께 서울 명동을 찾아 군만두, 탕후루, 호떡, 회오리감자 등 길거리 음식을 즐기고, 딸을 위한 한복을 구입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기분 좋은 한국 투어를 마치고 미국에 돌아온 스미스는 본토 개막에 앞서 연장 계약 협상도 마무리했다.
미국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올봄에 다저스 구단과 스미스 에이전시인 에이펙스 베이스볼 아담 카론 사이에서 계약이 구체화되기가 시작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운영사장은 “14시간 동안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고 농담했다. 서울로 가기 전부터 논의가 시작됐고, 갔다 와서 계약이 이뤄졌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스미스는 올해 포함 2년 더 뛰면 FA로 풀리는 상황이었다. 그때도 31살로 젊은 나이라 충분히 대우를 받을 만했지만 다저스와 10년 계약으로 원클럽맨의 길을 걷기로 했다. 옵트 아웃은 없고, 오히려 계약 총액 1억4000만 달러 중 35.7%에 달하는 5000만 달러를 2034년부터 2043년까지 매년 500만 달러씩 추후 지급받는 ‘디퍼(지불 유예)’까지 넣었다.
디퍼 조건은 구단 친화적인 계약 요소. 인플레이션으로 현금의 가치가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선수에게 불리한 조건이지만 스미스는 쿨하게 받아들였다. 5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75억원을 추후로 미룬 스미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은 역시 다저스다. 월드시리즈 우승에 있어 다저스보다 좋은 팀은 없다. 그것이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스미스뿐만 아니라 2020년 7월 외야수(현재 유격수) 무키 베츠(12년 3억6500만 달러), 지난해 12월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10년 7억 달러),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12년 3억2500만 달러)에 이어 스미스까지 10년 이상 장기 계약자만 4명을 보유하게 됐다. 1루수 프레디 프리먼(6년 1억6200만 달러),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5년 1억3650만 달러)도 각각 2027~2028년까지 계약이 보장돼 있다. 앞으로 최소 4~5년간 최고 전력으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구성이다.
지난 201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2순위로 다저스에 지명된 스미스는 2019년 데뷔 후 6시즌 통산 486경기 타율 2할6푼3리(1680타수 441안타) 91홈런 308타점 OPS .842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5월 콜업 이후 포수 전체 OPS 1위, 홈런·타점 2위에 오를 만큼 리그 대표 공격형 포수로 수비도 준수하다. 다저스 팜에서 키운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 때도 주전 포수 마스크를 썼다.
다저스는 자체 육성한 대형 유격수 코리 시거(텍사스 레인저스), 거포 중견수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를 각각 FA와 논텐더로 팀을 떠났다. 토미 존 수술 후 재활 중인 투수 워커 뷸러와 연장 계약 협상은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이번에 스미스와 10년 계약을 해고, 자체 팜에서 키운 선수를 원클럽맨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스미스는 “다저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 이곳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며 팀에 애정을 표했다. 프리드먼 사장도 이번 계약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일 리스트 중에서 오랫동안 맨 위에 있었던 것이다”며 “우리는 지명 때부터 스미스를 봐왔고, 그의 워크에식을 잘 안다. 2차, 3차 정보에 의존할 필요 없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성공을 이어나가는 데 있어 스미스가 큰 역할을 해줄 것이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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