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대전=안호근 기자]
'류패패패'로 이어지던 암흑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합류로 최강 선발진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시즌 초반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류현진만 승리를 챙기면 개막 일주일 만에 한화 선발진 전원이 선발승을 거두게 된다.
류현진은 29일 오후 6시 30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 23일 LG 트윈스와 개막전에서 3⅔이닝 86구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던 터라 많은 홈 관중 앞에서 명예회복투가 절실하다.
2006년 등장과 함께 KBO리그 유일무이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 동시 석권을 한 류현진은 7시즌 동안 리그 최고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무려 98승을 챙겼다.
이후 11년 동안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했다. 평균자책점(ERA) 1위도 차지했고 이를 바탕으로 4년 8000만 달러(1078억원)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대박도 터뜨렸다.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다년 계약 포함 현지의 많은 팀들의 오퍼에도 불구하고 국내 복귀를 택했다.
8년 170억원이라는 계약 규모는 40년이 넘는 KBO 역대 최고 대우였다. 수많은 메이저리거 외국인 선수가 있었으나 류현진의 커리어를 뛰어넘는 이는 없었다. 보장된 카드 류현진의 한화 복귀는 상징성도 매우 뛰어났다. 오히려 8년이라는 계약 기간은 의구심까지 자아낼 정도로 류현진은 그만한 대우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투수였다.
오프시즌 내야수 안치홍(34)과 외야수 김강민(42), 포수 이재원(36) 등을 데려오며 전력을 보강한 한화의 전력 구상에 방점을 찍었다. 류현진-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김민우로 이뤄진 마운드는 리그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은 명성 그대로였다. 지난 7일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명품 투구로 박수를 받았고 12일 KIA 타이거즈(4이닝 1실점 3탈삼진), 17일 롯데 자이언츠(5이닝 2실점 6탈삼진)와 두 차례 시범경기에서도 실점을 떠나 압도적인 클래스를 느끼게 하는 호투를 펼쳤다.
보여줘야겠다는 부담이 컸던 것일까. 시즌 시작이 아쉬웠다. 2012년 10월 14일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 이후 KBO리그에 11년 5개월여 만에 복귀한 류현진의 상대는 통산 상대전적 22승 8패 ERA 2.36으로 극강의 면모를 보였던 LG였다. 누구도 류현진의 부진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1회말 손쉽게 삼자범퇴로 끝냈지만 2회 볼넷을 허용했고 3연속 안타를 맞으며 2실점했다.
3회를 잘 마쳤으나 4회 2사 1루에서 치명적인 수비 실책이 나왔고 이후 다시 3연속 안타를 맞으며 실점이 5까지 늘었다. 80구 내외로 계획했던 류현진의 첫 경기는 결국 4회 도중 마무리됐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류현진이 너무 잘 던지고 싶은 마음과 생각이 복잡했던 것 같다고 부진의 원인을 짚었다. 그는 "오랜 만에 한국에 와서 류현진의 위엄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며 "분석도 많이 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패턴을 너무 역으로 간 것 같다. 그게 오히려 악수가 된 케이스"라고 전했다.
류현진의 강점은 다양한 코스와 구종을 바탕으로 한 수싸움인데 좌타자 몸쪽으로 지나치게 많은 패스트볼 승부를 벌이려다보니 오히려 LG 타자들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조금 빠른 템포에 결정구를 직구로 많이 가기도 했다. 전력분석을 통해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역으로 간 것"이라며 "투구 수를 줄여 이닝을 길게 가져가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악수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으로 가서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냥 정석대로 가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며 "구위나 구속 같은 건 현진이도 엄청 세게 던진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30경기 나가야한다. 본인도 좋은 경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류현진에게도 긴장감이 큰 무대였다. "당연히 (긴장감이) 있었다. 시즌 첫 경기였기에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는 그는 "직구는 초반엔 괜찮았는데 마지막에 가운데로 몰렸다. 변화구 제구가 아쉬웠다. 예방주사를 맞은 느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날 경기를 돌아봤다.
핑계 댈 것 없이 자신의 부진을 겸허히 인정했다. 류현진은 "컨디션은 좋았고 날씨도 좋았다"면서도 "그런데 아무리 컨디션 좋아도 투수는 제구력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구속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류현진의 말대로 제대로 된 예방주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KBO리그에서 가장 강한 타선을 갖췄고 전날엔 류현진을 상대로도 좌타를 7명이나 배치하고도 좋은 결과를 냈다. 최원호 감독은 "MLB에도 이렇게 컨택트형 타자들이 즐비한 경우는 없다"고 했고 류현진도 "타석에서 LG 타자들이 잘 달라붙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방망이를 컨택트하는 능력도 많이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백전노장이지만 여전히 깨닫는 게 있었던 경기였다. "(다음 경기에선) 조금 더 제구를 신경 써서 던지겠다. 어제는 투구 수부터 맞추지 못할 만큼 많이 던졌다. 그런 거부터 고쳐야 한다"며 "(결국) 제구인 것 같다. 아무리 시속 150㎞를 던져도 한국 타자들 컨택트 능력이 검증됐다. 아무 소용없다. 140㎞ 초반이라도 코너워크가 되면 조금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염경엽 LG 감독도 "전체적으로 전력분석을 하고 타격 코치가 준비도 잘 했지만 어제는 현진이가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다. 현진이가 갖고 있는 커맨드는 아니었고 실투도 많았다"며 "경기를 다시보기로 봤는데 실투도 많았고 그걸 놓치지 않고 우리 선수들이 좋은 타격을 한 게 이길 수 있는 포인트였다"고 돌아봤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후 한화는 4연승을 달렸다. 달라진 한화의 마운드를 체감할 수 있는 경기들이었다. 24일 LG전 페냐가 6⅔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 26일 SSG 랜더스전 김민우가 5이닝 2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27일 SSG전 산체스가 5⅔이닝 3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1실점, 28일 SSG전 문동주가 5이닝 6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 호투 릴레이로 모두 선발승을 챙겼다.
과거 MLB 진출 전 한화는 암흑기를 보냈다. 류현진은 팀이 연패를 달리던 때 나와 연패 스토퍼 역할을 톡톡히 했다. '류패패패패'라는 웃지 못한 수식어가 생기기도 했다.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 개막전 류현진의 부진 이후 한화는 류승승승승을 달렸고 모두 선발승으로 연승을 장식했다. 이젠 류현진에게 공이 넘어왔다.
더구나 이날은 한화의 시즌 홈 개막전으로 많은 팬들이 간절히 기다려왔던 날이다. 벌써부터 한화 팬들은 '류현진 신드롬'에 빠져 있다. 그의 영입 발표 이후 시즌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올 시즌 도입된 선예매권은 완판이 됐다.
한화의 새 유니폼도 손쉽게 구할 수 없는 지경이 됐고 류현진의 시범경기 때부터 일부 팬들은 휴가를 내고 새벽 일찍부터 류현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LG와 개막전에도 잠실구장이 매진됐는데, 3루 측 관중석에 유례 없이 많은 한화 팬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이날 류현진이 제구를 잡으며 호투를 펼쳐 5연승을 이어간다면 대전의 야구열기는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향후 한화를 상대해야 하는 팀들의 부담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자신의 말처럼 본인의 강점이기도 한 날카로운 제구를 되찾는 게 급선무다.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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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LG와 개막전에 나선 류현진. /사진=김진경 대기자 |
류현진은 29일 오후 6시 30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 23일 LG 트윈스와 개막전에서 3⅔이닝 86구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던 터라 많은 홈 관중 앞에서 명예회복투가 절실하다.
2006년 등장과 함께 KBO리그 유일무이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 동시 석권을 한 류현진은 7시즌 동안 리그 최고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무려 98승을 챙겼다.
이후 11년 동안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했다. 평균자책점(ERA) 1위도 차지했고 이를 바탕으로 4년 8000만 달러(1078억원)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대박도 터뜨렸다.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다년 계약 포함 현지의 많은 팀들의 오퍼에도 불구하고 국내 복귀를 택했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 |
오프시즌 내야수 안치홍(34)과 외야수 김강민(42), 포수 이재원(36) 등을 데려오며 전력을 보강한 한화의 전력 구상에 방점을 찍었다. 류현진-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김민우로 이뤄진 마운드는 리그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은 명성 그대로였다. 지난 7일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명품 투구로 박수를 받았고 12일 KIA 타이거즈(4이닝 1실점 3탈삼진), 17일 롯데 자이언츠(5이닝 2실점 6탈삼진)와 두 차례 시범경기에서도 실점을 떠나 압도적인 클래스를 느끼게 하는 호투를 펼쳤다.
보여줘야겠다는 부담이 컸던 것일까. 시즌 시작이 아쉬웠다. 2012년 10월 14일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 이후 KBO리그에 11년 5개월여 만에 복귀한 류현진의 상대는 통산 상대전적 22승 8패 ERA 2.36으로 극강의 면모를 보였던 LG였다. 누구도 류현진의 부진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1회말 손쉽게 삼자범퇴로 끝냈지만 2회 볼넷을 허용했고 3연속 안타를 맞으며 2실점했다.
23일 개막전에서 조기강판되는 류현진. /사진=한화 이글스 |
최원호 한화 감독은 류현진이 너무 잘 던지고 싶은 마음과 생각이 복잡했던 것 같다고 부진의 원인을 짚었다. 그는 "오랜 만에 한국에 와서 류현진의 위엄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며 "분석도 많이 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패턴을 너무 역으로 간 것 같다. 그게 오히려 악수가 된 케이스"라고 전했다.
류현진의 강점은 다양한 코스와 구종을 바탕으로 한 수싸움인데 좌타자 몸쪽으로 지나치게 많은 패스트볼 승부를 벌이려다보니 오히려 LG 타자들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조금 빠른 템포에 결정구를 직구로 많이 가기도 했다. 전력분석을 통해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역으로 간 것"이라며 "투구 수를 줄여 이닝을 길게 가져가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악수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으로 가서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냥 정석대로 가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며 "구위나 구속 같은 건 현진이도 엄청 세게 던진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30경기 나가야한다. 본인도 좋은 경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개막전에서 실점 후 아쉬워하는 류현진. /사진=한화 이글스 |
핑계 댈 것 없이 자신의 부진을 겸허히 인정했다. 류현진은 "컨디션은 좋았고 날씨도 좋았다"면서도 "그런데 아무리 컨디션 좋아도 투수는 제구력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구속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류현진의 말대로 제대로 된 예방주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KBO리그에서 가장 강한 타선을 갖췄고 전날엔 류현진을 상대로도 좌타를 7명이나 배치하고도 좋은 결과를 냈다. 최원호 감독은 "MLB에도 이렇게 컨택트형 타자들이 즐비한 경우는 없다"고 했고 류현진도 "타석에서 LG 타자들이 잘 달라붙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방망이를 컨택트하는 능력도 많이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백전노장이지만 여전히 깨닫는 게 있었던 경기였다. "(다음 경기에선) 조금 더 제구를 신경 써서 던지겠다. 어제는 투구 수부터 맞추지 못할 만큼 많이 던졌다. 그런 거부터 고쳐야 한다"며 "(결국) 제구인 것 같다. 아무리 시속 150㎞를 던져도 한국 타자들 컨택트 능력이 검증됐다. 아무 소용없다. 140㎞ 초반이라도 코너워크가 되면 조금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염경엽 LG 감독도 "전체적으로 전력분석을 하고 타격 코치가 준비도 잘 했지만 어제는 현진이가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다. 현진이가 갖고 있는 커맨드는 아니었고 실투도 많았다"며 "경기를 다시보기로 봤는데 실투도 많았고 그걸 놓치지 않고 우리 선수들이 좋은 타격을 한 게 이길 수 있는 포인트였다"고 돌아봤다.
24일 LG전 선발승을 거둔 페냐. /사진=한화 이글스 |
26일 등판해 역투한 김민우. /사진=한화 이글스 |
과거 MLB 진출 전 한화는 암흑기를 보냈다. 류현진은 팀이 연패를 달리던 때 나와 연패 스토퍼 역할을 톡톡히 했다. '류패패패패'라는 웃지 못한 수식어가 생기기도 했다.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 개막전 류현진의 부진 이후 한화는 류승승승승을 달렸고 모두 선발승으로 연승을 장식했다. 이젠 류현진에게 공이 넘어왔다.
더구나 이날은 한화의 시즌 홈 개막전으로 많은 팬들이 간절히 기다려왔던 날이다. 벌써부터 한화 팬들은 '류현진 신드롬'에 빠져 있다. 그의 영입 발표 이후 시즌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올 시즌 도입된 선예매권은 완판이 됐다.
한화의 새 유니폼도 손쉽게 구할 수 없는 지경이 됐고 류현진의 시범경기 때부터 일부 팬들은 휴가를 내고 새벽 일찍부터 류현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LG와 개막전에도 잠실구장이 매진됐는데, 3루 측 관중석에 유례 없이 많은 한화 팬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이날 류현진이 제구를 잡으며 호투를 펼쳐 5연승을 이어간다면 대전의 야구열기는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향후 한화를 상대해야 하는 팀들의 부담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자신의 말처럼 본인의 강점이기도 한 날카로운 제구를 되찾는 게 급선무다.
27일 승리를 거둔 산체스. |
문동주도 28일 SSG전 승리 투수가 됐다. /사진=한화 이글스 |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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