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한용섭 기자]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개막전 데뷔전에서 타점을 기록한 첫 한국인 타자가 됐다. 일본인 투수들을 상대로 첫 안타와 첫 타점 기록도 남겼다.
샌프란시스코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치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맷 채프먼(3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마이큰 콘포토(좌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닉 아메드(유격수)가 선발 라인업으로 출장했다.
1회초 톱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를 상대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한일전에서 이정후는 다르빗슈 상대로 2타수 1안타를 기록한 바 있다.
이정후는 다르빗슈의 초구 95.1마일(153.0km) 포심패스트볼에 날카로운 스윙이 나갔고 파울이 됐다. 2구 74마일(119.1km) 커브가 뚝 떨어지면서 스트라이크가 됐다. 2스트라이크에 몰린 이정후는 3구째 94.9마일(152.7km) 포심패스트볼이 한가운데 들어왔지만 스윙을 하지 못하고 루킹 삼진을 당했다. 2스트라이크에서 곧바로 직구 승부를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3회 1사 2루에서 이정후는 다르빗슈와 2번째 승부를 펼쳤다. 볼 3볼을 침착하게 골라냈고, 이후 스트라이크 2개도 지켜봤다. 풀카운트에서 6구째 93마일(149.7km) 싱커를 때렸으나, 잘 맞은 타구는 1루수 정면으로 날아가 1루수 직선타로 잡혔다. 타구속도는 100.4마일(161.6km)의 하드 히트였으나 수비수 정면으로 향해 운이 없었다.
샌프란시스코가 1-0으로 앞선 5회 2사에서 다르빗슈와 세 번째로 만났다. 이정후는 이번에도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다르빗슈의 6구째 94.8마일(152.6km) 싱커를 받아친 이정후는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 중견수 잭슨 메릴이 전력으로 달려와 포구를 시도했으나 잘 맞은 타구를 원바운드로 잡아냈다. 이후 이정후는 1루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다르빗슈의 견제구에 걸려 태그아웃되고 말았다.
2-2 동점인 7회 1사 1,3루 찬스에서 이정후가 4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마운드의 투수는 좌완 마쓰이 유키였다. 마쓰이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가 5년 2800만 달러(약 377억원)에 계약한 일본야구 특급 좌완 마무리. 일본 통산 501경기(659⅔이닝) 25승 46패 76홀드 23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했다. 지난해 59경기(57⅓이닝) 2승 3패 8홀드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57로 활약했다.
이정후는 마쓰이의 5구 92마일(148.1km) 한가운데 높은 포심패스트볼을 때려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다. 3루주자 콘포토가 홈으로 들어와 득점, 3-2로 역전시켰다. 결승타점이 될 수 있었던 이정후의 타점은, 이후 샌프란시스코 불펜진이 7회말 4실점하면서 이정후의 결승타 기회는 사라졌다. 샌프란시스코가 4-6으로 재역전패했다.
경기는 패배했지만 이정후의 데뷔전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데뷔전에서 강한 좌완 투수를 상대로 중요한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첫 경기에서 우리 팀에 7회 리드를 안겼다. 생산적인 경기를 했다”고 칭찬했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재미있었다. 꿈에 그리던 데뷔전을 치르게 돼서 기분이 좋다. 첫 경기 치고는 잘 치른 것 같다. 다음 경기를 또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는 지난 겨울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26억원)의 초대형 계약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일찌감치 밥 멜빈 감독은 올 시즌 개막전에 이정후의 톱타자 중견수 출장을 언급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시작부터 맹타를 터뜨리며 성공 가능성을 알렸다. 시범경기 13경기에서 타율 3할4푼3리(35타수 12안타), 출루율 .425, 장타율 .486, OPS .911을 기록했다. 옆구리 잔부상과 햄스트링 잔부상으로 경기 출장 수가 적었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 상대로 적응은 문제없었다. 공수주에서 기대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이정후는 한국인 타자로는 12번째, 한국인 선수로는 27번째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다르빗슈 상대로 안타를 때려내면서 데뷔전에서 데뷔전에서 안타를 기록한 5번째 한국인 타자가 됐다. 데뷔전에서 타점을 기록한 것은 2017년 황재균(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 1득점 ) 이후 역대 두번째다. 개막전에서 데뷔전 타점을 기록한 것은 이정후가 최초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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