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괴물 투수' 류현진(37)이 4194일 만에 오른 홈구장 대전 마운드에서 성공적인 복귀 신고를 치렀다. 복귀 첫 승이자 통산 99승은 또 불발됐지만 인상적인 투구로 12년 만에 만난 대전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한화도 끝내기 승리로 홈 개막전을 장식하며 구장을 찾은 구단주 김승연 회장에게도 잊지 못할 선물을 했다.
류현진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 개막전에 선발등판, 6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23일 잠실 LG 트윈스전(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무삼진 5실점 2자책 패전) 부진을 만회했다.
그러나 2-0으로 앞선 6회 2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한 게 아쉬웠다. 2-2 동점 상황에서 7회 이닝 시작과 함께 한승혁에게 마운드를 넘긴 류현진은 승패 없이 물러났다. 2경기 연속 복귀 첫 승이 물건너가며 KBO리그 통산 98승에 또 묶였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 마지막 등판이었던 2012년 10월4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10이닝 4피안타 1피홈런 무사사구 12탈삼진 1실점)부터 3경기 연속 99승 도전 실패.
하지만 한화는 불펜의 호투와 9회 끝내기 안타로 3-2 승리를 거뒀다. 9회말 2사 1,2루에서 임종찬이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개막전 패배 후 5연승을 질주한 한화는 5승1패가 됐고, KT는 1승5패를 마크했다.
4194일 만에 정규시즌 대전 홈경기에 나선 류현진을 보기 위해 1만2000석 전 좌석이 오후 4시36분 일찌감치 패진됐다.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경기 전 일찌감치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류현진의 복귀전을 지켜봤다. 김승연 회장이 야구장을 방문한 것은 2018년 10월19일 넥센과의 준플레오프 1차전 이후 1988일 만이다. 당시 김 회장은 1만3000석 전 좌석에 장미꽃을 한 송이씩, 약 4000만원 비용을 자비로 선물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7년 만에 야구장을 찾은 김승연 회장이 지켜보는 앞에서 류현진이 호투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KT 1번 배정대를 상대로 6구째 체인지업을 공략당해 중전 안타를 맞고 시작한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1위(.682) 천성호를 5구째 몸쪽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박병호를 유격수 땅볼 유도, 6-4-3 병살로 이닝을 끝냈다. 유격수 하주석이 직선타로 바로 잡을 수 있는 타구를 숏바운드로 잡는 센스를 발휘하며 병살로 연결했다.
2회에는 ‘천재 타자’ 강백호를 4구 만에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루킹 삼진 돌려세운 류현진은 황재균을 우익수 뜬공, 장성우를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12개의 공으로 삼자범퇴했다. 3회에는 선두 김민혁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상수를 2루 뜬공, 배정대를 3구 삼진, 천성호를 3루 땅볼로 요리했다.
4회는 예술 같은 이닝이었다. 로하스를 몸쪽 깊은 커터로 1루 파울플라이 처리하더니 박병호를 바깥쪽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이어 강백호 상대로는 완급 조절의 진수를 보여줬다. 초구 99km 슬로커브를 바깥쪽 낮은 존에 살짝 걸치게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은 류현진은 2구째 143km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뺏어냈다. 그러더니 다시 3구째 바깥쪽 낮은 115km 커브로 강백호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구속 차이, 상하 존을 폭넓게 활용하며 강백호를 농락하다시피 했다.
여세를 몰아 5회에도 장성우를 유격수 땅볼 처리한 류현진은 장성우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민혁을 1루 땅볼,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 아웃시켰다. 이번에도 초구 바깥쪽 높은 직구, 2구째 가운데 낮은 커터, 3구째 몸쪽 깊은 직구로 존 전체를 활용했다. 몸쪽 존에 살짝 걸치는 직구에 김상수도 꼼짝 못한 채 당했다.
그러나 6회 2실점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선두타자 배정대를 높은 커브로 루킹 삼진 처리한 류현진은 천성호에게 초구에 좌전 안타를 맞았다. 이어 로하스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박병호를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잡고 한시름 놓았지만 강백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포수 이재원은 몸쪽에 위치했지만 3구째 직구가 바깥쪽 반대 투구가 됐고, 강백호가 잘 밀어쳤다. 시프트로 수비 위치가 오른쪽으로 치우친 한화 유격수 하주석 옆을 지나 좌전 적시타가 됐다.
이어 류현진은 다은ㅁ 타자 황재균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2-2 동점을 허용했다. 2구째 커터를 몸쪽 낮게 잘 찔러넣었지만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 앞에 뚝 떨어졌다. 류현진 입장에서 운이 따르지 않은 타구. 2-2 동점이 되면서 2사 1,2루 위기가 계속됐지만 장성우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역전을 허락하지 않은 류현진은 7회 2-2 동점 상황에서 이닝 시작과 함께 한승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류현진의 총 투구수는 89개로 스트라이크 66개, 볼 23개. 최고 147km, 평균 144km 직구(43개) 중심으로 체인지업(19개), 커터(17개), 커브(10개)를 구사했다. 구속 차이를 활용한 완급 조절, 상하 존을 폭넓게 이용한 보더라인 투구가 빛났다.
한화 타선도 1회부터 집중력을 발휘했다. 한화전 통산 13경기(83⅓이닝) 10승 무패 평균자책점 1.73으로 절대 강세를 보인 KT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선취점을 냈다.
시즌 첫 1번타자로 나선 문현빈이 쿠에바스의 2구째 몸쪽 투심을 밀어쳐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요나단 페라자가 3구째 투심을 공략,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며 1,3루 찬스를 연결했다. 여기서 채은성의 빗맞은 땅볼 타구를 KT 3루수 황재균이 1루로 송구한 게 빗나가면서 실책이 됐다. 그 사이 문현빈이 홈에 들어오며 선취점.
계속된 무사 1,2루에서 노시환이 우익수 뜬공 아웃됐지만 안치홍이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2-0 리드를 잡았다. 3구째 바깥쪽 낮은 커터를 받아치며 기술적인 안타를 만들어넀고, 2루 주자 페라자가 홈으로 파고들며 추가점을 냈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2회부터 안정을 찾았다. 2~6회 5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위력을 뽐낸 쿠에바스는 6회 1사 후 안치홍에게 좌측 2루타를 맞았지만 임종찬을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하주석을 투심으로 2루 땅볼 처리하며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투구에 성공했다.
총 투구수 83개로 스트라이크 58개, 볼 25개. 최고 152km, 평균 150km 직구(19개) 외에도 투심(13개), 커터(23개), 슬라이더(16개), 체인지업(12개) 등 5가지 구종을 고르게 섞어 던졌다. 그러나 쿠에바스도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패 없이 물러났고, 시즌 첫 승을 또 다음으로 미뤘다.
불펜 싸움에서 한화가 이겼다. 류현진에 이어 7회 올라온 한승혁이 1⅓이닝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은 뒤 주현상이 1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위력을 떨쳤다. 8회 2사 1루 위기에서 올라와 강백호를 2루 땅볼, 황재균을 우익수 뜬공 처리한 게 결정적이었다.
한화 타선도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끝냈다. 8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KT 구원 이상동이 9회에도 나섰지만 끝내기 점수를 줬다. 한화 선두타자 페라자가 좌익수 키 넘어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치고 나가며 끝내기 주자가 됐다. 채은성이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노시환이 자동 고의4구로 걸어나갔다. 1~2구 연속 볼이 되자 KT 배터리를 1루를 채우기로 했다.
다음 타자 안치홍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투아웃에 몰렸지만 임종찬이 이상동의 초구 바깥쪽 낮은 포크볼을 잘 밀어쳐 좌중간 가르는 끝내기 안타를 폭발했다. 2루까지 밟으면서 끝내기 2루타가 됐다. 1회 병살타, 7회 1사 2루에서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9회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로 나섰다. 3-2 짜릿한 끝내기 승리로 개막전 패배 후 5연승을 질주,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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