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대전=안호근 기자]
한화 이글스가 쾌조의 5연승을 달렸다. 류현진(37)의 통산 99승은 무산됐지만 만원 관중이 찾은 홈 개막전 신바람을 내며 팡파르를 터뜨렸다.
한화는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팽팽한 투수전 끝에 9회말 임종찬의 끝내기 안타로 3-2 승리를 거뒀다.
개막전 패배 후 5연승을 달린 한화는 5승 1패를 기록했다. 반면 KT는 1승 5패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전에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이날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1만 2000여 관중으로 가득 찼다. 시즌 첫 매진을 이뤘다. 시구자로는 류현진과 친분이 있는 가수 김종국이 나섰고 2024시즌 슬로건인 디퍼런트 어스(DIFFERENT US)가 새겨진 응원 타올 3500개가 배포됐다.
류현진의 등판 경기였기 때문. 류현진이 2012년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와 시즌 최종전 이후 무려 11년 5개월, 정확히는 4194일 만에 대전 마운드에 올랐다. MLB 진출 전 마지막 홈경기에서 시즌 10승 째에 도전했던 류현진은 10이닝 동안 무려 129구 12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으나 당시 7회 강정호에게 맞은 솔로포를 맞았고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노디시전을 기록했던 기억이 있다.
지난 23일 개막전에 등판한 류현진은 3⅔이닝 86구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이날 1만 2000석을 가득 채운 홈 팬들 앞에서 승리를 챙기겠다는 각오로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의 KBO리그 마지막 승리는 2012년 9월 25일 두산 베어스전으로 4203일전, 대전에서 거둔 승리는 같은해 9월 12일 삼성 라이온즈전 4216일전. 더구나 이날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8년 10월 19일 넥센 히어로즈(키움 전신)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무려 5년 5개월, 1988일 만에 대전 구장을 찾아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19년 만의 재회' 류현진-이재원과 호흡, 변수는 쿠에바스 공략 한화는 문현빈(2루수)-요나단 페라자(우익수)-채은성(1루수)-노시환(3루수)-안치홍(지명타자)-임종찬(중견수)-하주석(유격수)-이재원(포수)-정은원(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류현진과 이재원은 특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인천 출신으로 2006 신인으로 나선 둘의 운명은 묘하게 갈렸다. 고향팀의 선택을 받은 건 류현진이 아닌 이재원이었다. 류현진은 덕분에 한화의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류현진은 첫 시즌 유일무이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선수로 등극했고 이후 리그를 초토화시켰다. 이재원은 주전급으로 성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를 두고 '류거이(류현진 거르고 이재원)'이라는 웃지 못할 수식어가 생기기도 했다.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둘은 19년 만에 재회했다. 이재원이 SSG 랜더스에 방출을 요청한 뒤 한화와 계약했고 이후 류현진이 친정팀에 복귀하며 전격적으로 한솥밥을 먹게 된 것.
이날 첫 호흡을 맞추게 됐다. 최원호 감독은 "(최)재훈이가 문학에서 3경기 연속 출전을 했고 이동도 있어 오늘은 재원이를 스타팅으로 내보냈다"며 "포수라는 포지션이 풀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현진이도 재원이랑도 한 번 합을 맞춰봐야 해서 넣기로 했다"고 이재원의 선발 출전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를 앞두고 최 감독은 "(투구수는) 100개 안쪽에서 상황 봐서 좋으면 100개 가까이 던질 것이다. 100개는 안 넘기려고 한다"며 "류현진에게 제일 걱정됐던 건 사실 구속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서 제구 같은 경우에는 원래 좋은 선수다. 상황에 따라서 잡히는 부분이다. 구속 자체가 안 나오면 그건 어떻게 잡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몸만 안 아프면 된다. 지난 등판 후 특별히 해준 이야기도 없다. 메이저리거한테 무슨 조언을 하겠냐"라며 웃었다.
다만 또 하나의 변수는 상대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였다. KT 1선발 쿠에바스는 한화를 극강의 면모를 자랑했다. 통산 13경기 10승 무패 91탈삼진 ERA 1.73을 기록했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할 만큼 한화는 KT만 만나면 작아졌다.
쿠에바스에 맞서기 위해 한화는 톱 타자로 문현빈을 내세웠다. 최 감독은 "지금 1번에 들어가는 선수들이 많은 경기는 안했지만 출루가 너무 안 돼 계속 돌려 쓰다 보니까 현빈이가 작년에는 그런 모습이 별로 없었는데 ABS로 바뀌고나서는 공을 작년보다 잘 보더라"며 "현재까지는 표본이 적지만 그래서 출루율도 괜찮고 오늘은 쿠에바스 상대로 문현빈말고는 잘 친 사람이 없어서 겸사겸사 현빈이를 1번에 배치하게 됐다"고 전했다.
KT는 배정대(중견수)-천성호(2루수)-멜 로하스 주니어(우익수)-박병호(1루수)-강백호(지명타자)-황재균(3루수)-장성우(포수)-김민혁(좌익수)-김상수(유격수)로 맞선다.
1승 4패로 부진을 겪고 있는 KT로서 류현진은 부담스러운 상대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나는 투수 출신이라 (류현진) 공략법은 잘 모르겠다. 타격코치에게 맡겼다. 미리 물어보면 혼란이 올 것 같아 경기 시작하면 '어떻게 치기로 했느냐'며 물어볼 생각"이라며 "우리가 베테랑 타자들이 많다. 자기 것이 다 있다.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았을까"라며 "내가 괜히 뭐라고 할 일은 아닌 것 같더라. 타격 파트에 맡겼다"고 전했다.
베테랑 타자들의 어깨가 무겁다. 류현진은 2012년을 끝으로 MLB로 떠났다. 이강철 감독도 "박병호나 황재균, 박경수 등을 제외하면 류현진을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어쨌든 해봐야 알지 않겠나. LG전에서는 조금 (공이) 몰렸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기선제압 한화, 수비도 돕는 류현진 명불허전 삼진쇼 1회초 선두타자 배정대를 맞아 볼 카운트 2-2에서 땅볼 타구가 수비가 없는 2-유 간으로 빠지며 안타가 됐다. 천성호를 빠른 볼로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로하스에게 다시 한 번 체인지업을 통타당했다.
2사 1,2루에서 방향을 바꿨다. 박병호를 상대로 커브 하나를 섞었을 뿐 속구 위주 승부를 펼쳤고 결국 유격수 방면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다소 까다로운 타구였으나 하주석이 잘 잡아냈고 직선타를 예상했던 주자들의 발이 완전히 묶였다. 여유롭게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1회말 한화가 먼저 웃었다. 선두 타자 문현빈이 좌전 안타로 출루했고 페라자가 연속 안타를 날렸다. 채은성이 3루수 황재균의 실책으로 출루하며 문현빈이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안치홍이 중전 안타를 날려 페라자까지 홈을 밟았다. 쿠에바스는 임종찬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
2회초 첫 타자 강백호를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완벽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루킹 삼진. 1사에서 1루측 관중석 방향으로 향하는 파울 타구를 페라자가 빠르게 쫓아가 잡아냈다. 황재균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은 뛰어난 수비였다.
3회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이번에도 가볍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첫 타자 김민혁에게 좌전안타를 내주고 시작했지만 류현진의 힘 있는 속구를 때린 김상수의 타구는 외야로 향하지 못하고 2루수 뜬공, 배정대는 바깥쪽 속구에 체크 스윙 삼진, 천성호는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변화무쌍한 투구는 계속됐다. 4회 로하스를 상대로 커터 위주 승부를 벌여 1루수 뜬공을 만들어낸 류현진은 박병호에겐 1회와 달리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더니 144㎞ 바깥쪽 속구로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강백호와 승부도 백미였다. 초구 99㎞ 초저속 커브를 존 안에 넣더니 143㎞ 하이 패스트블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커다란 낙폭을 그리며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커브로 삼구삼진을 잡아냈다. 이날 5번째 탈삼진.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황재균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고 장성우에게 우익수 앞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를 내줬다. 김민혁의 빠른 타구를 1루수 채은성이 잘 잡아내 2루에 먼저 송구하며 선행 주자를 지웠다. 이어 김상수는 속구-커터-몸쪽 속구로 꼼짝없이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쿠에바스에겐 1회 2실점이 아쉬웠다. 이후 쿠에바스는 6회까지 5이닝 연속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5회가 끝난 뒤 화려한 행사가 열렸다. 불꽃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김승연 회장이 홈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류현진 뼈아팠던 6회, '완벽투' 쿠에바스와는 무승부... 임종찬이 끝냈다 6회초 마운드에 오르기 전까지 류현진의 투구수는 65구에 불과했다. 당초 100구가 예고돼 있었기에 1,2이닝을 무난히 더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첫 타자 배정대를 슬로우 커브로 루킹 삼진 처리한 류현진은 천성호와 로하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1,2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이후 박병호를 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투구수가 불어났고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강백호에게 속구, 황재균에게 커터를 던져 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결국 삼진이었다. 장성우에게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7회를 앞두고 한승혁과 교체됐다. 6이닝 동안 89구를 뿌리며 8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쳤다. 속구 최고 시속은 147㎞, 평균은 144㎞였다. 속구를 43구 뿌렸고 체인지업(평균 129㎞) 19구, 커터(평균 135㎞) 17구, 커브(평균 113㎞) 10구를 고루 던졌다. 삼진을 잡아낸 결정구로는 속구가 5개, 체인지업과 커브가 2개씩이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쿠에바스는 1사에서 안치홍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임종찬을 루킹 삼진, 하주석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쿠에바스도 여기까지였다. 7이닝 동안 83구 4피안타 2실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지만 노디시전으로 이날 투구를 마무리했다.
이후 한화에선 한승혁이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이어 등판한 주현상이 1⅔이닝을 피안타 하나 없이 막아냈다. KT 불펜진도 굳건했다. 이상동이 8회에 이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페라자의 2루타에 이어 임종찬의 끝내기 안타가 나오며 결국 한화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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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9회말 2루타를 날리고 포효하고 있다. |
한화는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팽팽한 투수전 끝에 9회말 임종찬의 끝내기 안타로 3-2 승리를 거뒀다.
개막전 패배 후 5연승을 달린 한화는 5승 1패를 기록했다. 반면 KT는 1승 5패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전에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이날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1만 2000여 관중으로 가득 찼다. 시즌 첫 매진을 이뤘다. 시구자로는 류현진과 친분이 있는 가수 김종국이 나섰고 2024시즌 슬로건인 디퍼런트 어스(DIFFERENT US)가 새겨진 응원 타올 3500개가 배포됐다.
류현진의 등판 경기였기 때문. 류현진이 2012년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와 시즌 최종전 이후 무려 11년 5개월, 정확히는 4194일 만에 대전 마운드에 올랐다. MLB 진출 전 마지막 홈경기에서 시즌 10승 째에 도전했던 류현진은 10이닝 동안 무려 129구 12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으나 당시 7회 강정호에게 맞은 솔로포를 맞았고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노디시전을 기록했던 기억이 있다.
지난 23일 개막전에 등판한 류현진은 3⅔이닝 86구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이날 1만 2000석을 가득 채운 홈 팬들 앞에서 승리를 챙기겠다는 각오로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의 KBO리그 마지막 승리는 2012년 9월 25일 두산 베어스전으로 4203일전, 대전에서 거둔 승리는 같은해 9월 12일 삼성 라이온즈전 4216일전. 더구나 이날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8년 10월 19일 넥센 히어로즈(키움 전신)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무려 5년 5개월, 1988일 만에 대전 구장을 찾아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에서 2번째)이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홈 팬들에게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류현진(오른쪽)이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시구자로 나선 가수 김종국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
류현진과 이재원은 특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인천 출신으로 2006 신인으로 나선 둘의 운명은 묘하게 갈렸다. 고향팀의 선택을 받은 건 류현진이 아닌 이재원이었다. 류현진은 덕분에 한화의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류현진은 첫 시즌 유일무이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선수로 등극했고 이후 리그를 초토화시켰다. 이재원은 주전급으로 성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를 두고 '류거이(류현진 거르고 이재원)'이라는 웃지 못할 수식어가 생기기도 했다.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둘은 19년 만에 재회했다. 이재원이 SSG 랜더스에 방출을 요청한 뒤 한화와 계약했고 이후 류현진이 친정팀에 복귀하며 전격적으로 한솥밥을 먹게 된 것.
이날 첫 호흡을 맞추게 됐다. 최원호 감독은 "(최)재훈이가 문학에서 3경기 연속 출전을 했고 이동도 있어 오늘은 재원이를 스타팅으로 내보냈다"며 "포수라는 포지션이 풀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현진이도 재원이랑도 한 번 합을 맞춰봐야 해서 넣기로 했다"고 이재원의 선발 출전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를 앞두고 최 감독은 "(투구수는) 100개 안쪽에서 상황 봐서 좋으면 100개 가까이 던질 것이다. 100개는 안 넘기려고 한다"며 "류현진에게 제일 걱정됐던 건 사실 구속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서 제구 같은 경우에는 원래 좋은 선수다. 상황에 따라서 잡히는 부분이다. 구속 자체가 안 나오면 그건 어떻게 잡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몸만 안 아프면 된다. 지난 등판 후 특별히 해준 이야기도 없다. 메이저리거한테 무슨 조언을 하겠냐"라며 웃었다.
경기장을 찾은 류현진의 아내 배지현씨(왼쪽부터)와 딸, 아버지. |
한화 이글스 류현진(왼쪽)이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
쿠에바스에 맞서기 위해 한화는 톱 타자로 문현빈을 내세웠다. 최 감독은 "지금 1번에 들어가는 선수들이 많은 경기는 안했지만 출루가 너무 안 돼 계속 돌려 쓰다 보니까 현빈이가 작년에는 그런 모습이 별로 없었는데 ABS로 바뀌고나서는 공을 작년보다 잘 보더라"며 "현재까지는 표본이 적지만 그래서 출루율도 괜찮고 오늘은 쿠에바스 상대로 문현빈말고는 잘 친 사람이 없어서 겸사겸사 현빈이를 1번에 배치하게 됐다"고 전했다.
KT는 배정대(중견수)-천성호(2루수)-멜 로하스 주니어(우익수)-박병호(1루수)-강백호(지명타자)-황재균(3루수)-장성우(포수)-김민혁(좌익수)-김상수(유격수)로 맞선다.
1승 4패로 부진을 겪고 있는 KT로서 류현진은 부담스러운 상대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나는 투수 출신이라 (류현진) 공략법은 잘 모르겠다. 타격코치에게 맡겼다. 미리 물어보면 혼란이 올 것 같아 경기 시작하면 '어떻게 치기로 했느냐'며 물어볼 생각"이라며 "우리가 베테랑 타자들이 많다. 자기 것이 다 있다.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았을까"라며 "내가 괜히 뭐라고 할 일은 아닌 것 같더라. 타격 파트에 맡겼다"고 전했다.
베테랑 타자들의 어깨가 무겁다. 류현진은 2012년을 끝으로 MLB로 떠났다. 이강철 감독도 "박병호나 황재균, 박경수 등을 제외하면 류현진을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어쨌든 해봐야 알지 않겠나. LG전에서는 조금 (공이) 몰렸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화 이글스 안치홍이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1회말 적시 안타를 날리고 있다. |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
2사 1,2루에서 방향을 바꿨다. 박병호를 상대로 커브 하나를 섞었을 뿐 속구 위주 승부를 펼쳤고 결국 유격수 방면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다소 까다로운 타구였으나 하주석이 잘 잡아냈고 직선타를 예상했던 주자들의 발이 완전히 묶였다. 여유롭게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1회말 한화가 먼저 웃었다. 선두 타자 문현빈이 좌전 안타로 출루했고 페라자가 연속 안타를 날렸다. 채은성이 3루수 황재균의 실책으로 출루하며 문현빈이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안치홍이 중전 안타를 날려 페라자까지 홈을 밟았다. 쿠에바스는 임종찬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
2회초 첫 타자 강백호를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완벽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루킹 삼진. 1사에서 1루측 관중석 방향으로 향하는 파울 타구를 페라자가 빠르게 쫓아가 잡아냈다. 황재균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은 뛰어난 수비였다.
3회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이번에도 가볍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첫 타자 김민혁에게 좌전안타를 내주고 시작했지만 류현진의 힘 있는 속구를 때린 김상수의 타구는 외야로 향하지 못하고 2루수 뜬공, 배정대는 바깥쪽 속구에 체크 스윙 삼진, 천성호는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변화무쌍한 투구는 계속됐다. 4회 로하스를 상대로 커터 위주 승부를 벌여 1루수 뜬공을 만들어낸 류현진은 박병호에겐 1회와 달리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더니 144㎞ 바깥쪽 속구로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강백호와 승부도 백미였다. 초구 99㎞ 초저속 커브를 존 안에 넣더니 143㎞ 하이 패스트블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커다란 낙폭을 그리며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커브로 삼구삼진을 잡아냈다. 이날 5번째 탈삼진.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황재균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고 장성우에게 우익수 앞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를 내줬다. 김민혁의 빠른 타구를 1루수 채은성이 잘 잡아내 2루에 먼저 송구하며 선행 주자를 지웠다. 이어 김상수는 속구-커터-몸쪽 속구로 꼼짝없이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쿠에바스에겐 1회 2실점이 아쉬웠다. 이후 쿠에바스는 6회까지 5이닝 연속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5회가 끝난 뒤 화려한 행사가 열렸다. 불꽃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김승연 회장이 홈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왼쪽)이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투구를 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류현진(가운데)이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이재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첫 타자 배정대를 슬로우 커브로 루킹 삼진 처리한 류현진은 천성호와 로하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1,2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이후 박병호를 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투구수가 불어났고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강백호에게 속구, 황재균에게 커터를 던져 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결국 삼진이었다. 장성우에게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7회를 앞두고 한승혁과 교체됐다. 6이닝 동안 89구를 뿌리며 8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쳤다. 속구 최고 시속은 147㎞, 평균은 144㎞였다. 속구를 43구 뿌렸고 체인지업(평균 129㎞) 19구, 커터(평균 135㎞) 17구, 커브(평균 113㎞) 10구를 고루 던졌다. 삼진을 잡아낸 결정구로는 속구가 5개, 체인지업과 커브가 2개씩이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쿠에바스는 1사에서 안치홍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임종찬을 루킹 삼진, 하주석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쿠에바스도 여기까지였다. 7이닝 동안 83구 4피안타 2실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지만 노디시전으로 이날 투구를 마무리했다.
이후 한화에선 한승혁이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이어 등판한 주현상이 1⅔이닝을 피안타 하나 없이 막아냈다. KT 불펜진도 굳건했다. 이상동이 8회에 이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페라자의 2루타에 이어 임종찬의 끝내기 안타가 나오며 결국 한화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가운데)이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등판을 마치고 아쉬워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주현상이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투구를 마친 뒤 포효하고 있다. |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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