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미국이 큰돈을 주는데 선수 체크도 안 했겠나.”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 심상치 않다.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KBO리그 활약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로 직행했는데 개막 후 4경기에서 타율 2할8푼6리 1홈런 4타점 1득점 출루율 .368 장타율 .500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3월 31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포를 가동했고, 4월 1일 샌디에이고전에서는 볼넷만 3개를 얻어내는 선구안을 뽐내기도 했다.
KBO리그 레전드 출신인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이정후의 성장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봐왔다.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와 KIA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이정후가 ‘대선수’로 도약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이정후가 초등학생이었다. 당시 기억이 있다”라며 “나도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왔지만 이정후처럼 빨리 올라가기가 어렵다. 키움에서 빨리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젊은 야수의 경우 저렇게 빨리 성장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의문점까지 들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KBO리그의 간판타자였던 이정후는 작년 12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전통의 강호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이정후의 계약은 과거 류현진(6년 3600만 달러)의 LA 다저스 입단 계약을 훨씬 웃돌았다. 아울러 2023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한 일본 천재타자 요시다 마사타카의 5년 9000만 달러를 넘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야수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투수와 야수 통틀어 1위는 2014년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500만 달러에 계약한 다나카 마사히로. 일본프로야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KBO리그 간판타자가 단숨에 아시아 계약 규모 2위를 차지했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서 넥센 히어로즈 1차 지명된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 65홈런 515타점 69도루 581득점을 기록했다. 2022시즌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996을 기록하며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과 정규시즌 MVP를 석권했다.
이정후는 2017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1년과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프로 데뷔 7년 만에 이종범의 아들이 아닌 대한민국 슈퍼스타 이정후로 거듭났다.
그런 이정후의 타격이 어떻게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는 것일까. 이정후는 시범경기부터 타율 3할4푼3리 OPS .911로 기대감을 높이더니 개막 4경기 만에 자이언츠의 리드오프로 자리를 잡았다.
이 감독은 “김하성 옆으로 안타를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높이의 공을 그렇게 늦은 타이밍에 빼내기가 어렵다. 그런데 심지어 라인드라이브로 쳤다. 그 정도 높이에서 맞으면 뜬공이 나와야하는데 공을 눌러서 치더라. 미국 톱클래스 투수들의 공을 충분히 칠 수 있다는 방증이다”라며 “미국이라는 나라가 큰돈을 주는데 선수 체크를 안했겠나. 충분히 타율 3할 이상을 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분석했다.
교타자인 이정후이지만 홈런 또한 충분히 10개 이상을 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 감독은 “아마 이정후는 홈런에 대한 욕심이 없을 것이다. 타율만 머릿속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치로도 홈런 치려고 마음먹으면 친다고 한다. 본인이 어떤 야구를 해야할지 알고 하는 것이다”라며 “타이밍만 잘 맞으면 홈런이 나온다. 이정후의 경우 스윙도 빨라서 충분히 10홈런 이상을 칠 것으로 본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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