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번 좌절→첫 우승' 배소현, 하늘도 울린 사연 ''돌아가신 아버지 위해서라도...'' [KLPGA]
입력 : 2024.05.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배소현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배소현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배소현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배소현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나를 믿어 주셔서 감사하는 얘기를 전하지 못해 아쉽다."

2011년 프로에 입회해 13년, 2017년 1부 투어에 뛰어든 뒤에도 153차례나 넘어지고 난 뒤에야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배소현(31·프롬바이오)이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돌아가신 아버지였다.

배소현은 26일 경기도 여주 페럼CC(파72)에서 열린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9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로 이븐파, 72타를 적어내며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2위 박도영(삼천리·6언더파)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1부 투어 154번의 도전 끝에 거둔 짜릿한 첫 우승이다. 우승상금 1억 6200만원을 손에 넣은 배소현은 누적 상금 2억 4242만 3722원으로 상금랭킹을 32위에서 10위로, 위메이드 대상 포인트도 60점을 더해 누적 89점으로 33위에서 13위로 수직 도약했다.

1라운드 버디 6개를 잡아내면서도 보기 3개로 부침을 겪었던 배소현은 2라운드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버디 8개를 낚으며 6언더파, 중간 합계 9언더파로 단독 1위로 최종라운드를 맞았다.

배소현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 3라운드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배소현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 3라운드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전반 홀은 쉽지 않았다. 4연속 파로 시작한 배소현은 5번 홀(파5)에서 티샷과 세컨드샷이 연속으로 러프에 빠지며 보기를 범했다. 8번 홀(파3)에선 아이언샷이 왼쪽으로 당겨져 러프로 향했다. 결국 다시 한 번 보기를 범했고 박도영과 3타 차로 밀린 2위로 후반을 맞았다.

후반에 각성했다. 10번 홀(파4) 5m 가량 버디 퍼트를 완벽하게 떨어뜨렸다. 11번 홀 짧은 파4 홀에서는 3번 우드로 252.4야드를 날려 그린 뒤편 러프에 공을 떨어뜨리는 엄청난 비거리도 자랑했다. 어프로치 대신 택한 퍼터를 택했지만 홀 8m 거리에 멈춰서며 아쉬워했으나 완벽한 퍼팅감으로 다시 한 번 버디를 낚아 갤러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박도영과는 한 타 차.

그러나 12번 홀(파5)과 13번 홀(파4)에서 연속으로 타수를 잃었다. 12번 홀에선 세컨드샷이 페널티구역으로 향했고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5번째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다. 정교한 어프로치로 한 타를 잃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13번 홀에선 세컨드샷이 그린 주변 벙커에 빠졌다. 높은 턱을 잘 넘겼지만 9m 퍼트가 홀 옆으로 향했다.

아직까진 기회가 있었다. 10번 홀 버디, 11번 홀 이글을 성공시키며 선두를 달리던 박도영이 13번 홀부터 4연속 보기를 범하며 크게 흔들린 것. 14번 홀과 15번 홀을 파로 지켜내며 선두로 올라섰다. 공교롭게도 이때쯤부터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배소현은 16번 홀(파3)에서 6m 퍼트를, 17번 홀(파4)에선 10m 이상 퍼트를 떨어뜨리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마지막 홀에서 1m 퍼트를 성공시켜 챔피언에 등극했다.

배소현(왼쪽)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캐디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배소현(왼쪽)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캐디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배소현(가운데)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로부터 물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배소현(가운데)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로부터 물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KLPGT에 따르면 경기를 마친 배소현은 "2011년에 입회하고 점프투어 1번, 드림투어 1번 우승을 했는데 정규투어에서 이렇게 처음 우승을 해서 스스로에게 잘했다는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경기를 마치고는 독하게 플레이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던 배소현은 "지난주 매치플레이를 하면서 내가 유하게 플레이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러한 느낌이 스트로크 대회에서도 똑같겠다는 생각으로 독하게 플레이하려고 했다"며 "또 버디 퍼트 성공률이랑 파 퍼트 성공률을 비교해봤는데, 파 퍼트 성공률이 더 높아서 심리적인 부분에 신경 쓰려고 했다"고 전했다.

압도적인 퍼팅 감각 만큼이나 과거보다 늘어난 비거리가 눈에 띈 대회였다. 배소현은 "허리 부상 이후 재활치료를 하면서 해마다 비거리가 늘고 있다. 얼마 전에 헤드 스피드 최고 기록도 경신했었다"며 "얼마 전에 박현경 선수가 비거리가 매년 느는 것을 보고 '회춘 샷'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장타는 스스로 계속 노력하는 부분인데, 30대 선수가 롱런하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반 홀엔 아쉬운 장면도 나왔다. 박도영과는 3타 차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주 아쉬웠던 부분이 웨지 샷 거리가 짧아지고 아이언 샷이 당겨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웨지를 교체하고 아이언 라이각을 조절하면서 2라운드까지 많은 도움이 됐었는데 우승 기회라서 그런지 최종라운드 때는 힘이 들어가면서 당겨지는 샷들이 많이 나왔다. 2번 홀에서 버디 찬스를 놓치면서 흐름을 못 탔던 것도 영향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완벽히 반등하며 감격의 첫 우승을 누리게 됐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배소현은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웠고 프로가 됐을 때 2년 정도 캐디를 해주셨다. 그런데, 병이 생기셔서 1년 반정도 투병을 하시다 돌아가시게 됐다"는 배소현은 "골프 선수로서 스스로도 못 믿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런 순간에도 아버지는 나를 믿어 주셨다. 나를 믿어 주셔서 감사하는 얘기를 전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배소현(왼쪽)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어머니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배소현(왼쪽)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어머니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이어 "지금 투어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가 캐디백을 메주셨을 때의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다"며 "투어 생활을 하는 것이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골프를 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기만성형 골퍼가 될 수 있었던 데엔 이시후 코치의 덕이 컸다. 배소현은 "골프 선수를 만들어 준 것은 아버지이지만 골프 선수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신 분은 이시후 프로님이다"며 "선수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다른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주고 계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배소현의 감동스런 우승 뒤엔 많은 팬들의 응원도 있었다. "우승을 할 듯 한데 못해서 안타까워서 그런 것 같다. 내 생각에도 스스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컷탈락을 할 때도, 30등, 40등을 할 때도,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꾸준함이 보여서 응원을 해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른이 넘어서야 첫 우승을 이뤘지만 목표는 여전히 높다. 그는 "이번주 독하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 중 하나가 같은 팀에 있는 박현경 선수와 김수지 선수가 US오픈에 출전했다"며 "US오픈에 출전하기 위해선 세계 랭킹이 많이 올라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승이 필요하다. 골프 선수로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경험을 하는 게 내 목표"라는 포부를 나타냈다.

배소현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배소현이 26일 2024 KLPGA 투어 제12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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