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이후광 기자] “이고은이 흥국생명의 배구를 아예 바꿨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지난 2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정관장과의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21, 22-25, 25-10, 25-23)로 승리했다.
흥국생명은 만원관중(6040명) 앞에서 파죽의 5연승을 질주하며 선두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여자부에서 가장 먼저 20승 고지(20승 5패 승점 58)를 점령했고, 2위 현대건설과의 격차를 승점 8점으로 벌렸다. 지난달 30일 대전 경기(3-2 승리)에 이어 나흘 만에 정관장 상대로 2승을 수확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블로킹 3개 포함 양 팀 최다인 24점(공격성공률 51.22%)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정윤주는 18점, 마테이코는 10점으로 지원 사격. 팀 블로킹(13-4)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하지만 사령탑은 경기 후 승리를 가능케 한 숨은 MVP로 세터 이고은을 언급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오늘은 우리가 세터와 함께 보다 나은 배구를 했다. 경기를 하면서 달라지는 상황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좋은 경기였다”라고 이고은의 분배를 높이 평가했다.
이고은은 올 시즌 흥국생명 유니폼을 처음 입은 ‘이적생’이다. 동시에 흥국생명은 프로 11년차를 맞이한 그의 다섯 번째 팀이다.
이고은은 V리그 여자부의 대표적인 ‘저니맨’으로 불린다. 2013-2014 신인드래프트에서 한국도로공사 1라운드 3순위로 프로에 입성, IBK기업은행(2016~2018), GS칼텍스(2018~2020), 한국도로공사(2020~2022), 페퍼저축은행(2022~2024)을 거쳐 트레이드를 통해 흥국생명 핑크 유니폼을 입었다.
흥국생명은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이 떠난 2021-2022시즌부터 확실한 주전 세터 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다솔, 이원정, 박혜진 등이 번갈아 야전사령관 임무를 맡았지만, 잦은 기복으로 화려한 공격 라인업의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이고은은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세터 암흑기를 청산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김연경, 정윤주, 피치, 마테이코와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염혜선(정관장), 김다인(현대건설)에 이어 세트 부문 3위(세트당 평균 10.510)를 질주 중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기자분들이 봐도 팀을 아예 바꿨다고 느낄 정도가 아닌가”라며 “이고은이 팀을 모두 바꿨다. 지난 시즌에도 이런 배구를 하고 싶었지만, 이고은이 오면서 다른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 대부분 경기에서 우리 공격수 4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데 이건 세터의 역량이다. 잘해주고 있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고은은 어떻게 저니맨에서 복덩이 세터가 된 것일까. 그는 경기 후 “매 경기 똑같이 준비한다. 연승을 할 때도, 처질 때도 똑같다 훈련할 때 모든 걸 쏟아 부으면서 집중한다. 매일 미팅할 때도 마찬가지다”라며 “훈련 때부터 모든 공격수들이 다 같이 공을 때린다. 그렇기에 경기에서도 믿고 올릴 수 있다. 모두가 도와주고 맞춰준다”라고 비결을 밝혔다.
이탈리아 출신 명장인 아본단자 감독의 조언 또한 큰 힘이 되고 있다. 이고은은 “감독님은 칭찬해주실 때는 칭찬해주시고, 쓴소리할 때는 쓴소리를 해주신다. 적절하게 상황에 맞게 잘해주신다”라며 “물론 가끔 소리도 지르시지만, 생각하는 플레이가 잘 안 맞고 어긋날 때 잘 짚어주신다. 그렇기에 쓴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고은은 이번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세 번째 FA 자격을 획득한다. 여기에 IBK기업은행 시절 이후 두 번째 우승 기회가 찾아왔지만, 특별한 각오는 없다. 늘 그랬듯 매 경기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며 공격수들을 빛나게 하는 게 목표다.
이고은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을 갖고 매 경기 집중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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