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윤상근 기자]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임지연이 연기한 빌런 박연진이 (상황은 다르지만) 현실에서도 직접적으로 언급될 거라 예상하는 게 이렇게 쉬웠던 걸까. 점차 커져만 갔던 사회적 인식 속에 직장 내 괴롭힘이 누군가의 극단적 선택이라는 결과로 나타났을 때 터지는 여론의 공분은 걷잡을 수 없는 분위기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유족의 슬픔을 뒤로 한채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를 둘러싼 이슈들은 아직도 계속 양산되고 있다.
고 오요안나는 2024년 9월 세상을 떠났다. 향년 28세. 당시엔 사망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생전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퍼졌다. 유족들은 오요안나가 2년간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가해자로 지목된 MBC 동료 기상캐스터 2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고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한 고발장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서울 마포경찰서에 접수됐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현재 마포서에 사건이 접수됐으나 죄명이 여러 개여서 소관과 기능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 오요안나 유족은 지난 1월 31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고인이 사망하기 며칠 전 2번이나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가 결국 2024년 9월 15일 사망했다"라고 밝혔다. 유족은 고인이 동료 기상캐스터에게 약 2년간 폭언을 듣고 부당한 지시로 고통받았다며 "고인은 친구들에게도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라고 토로했고 정신과 10여 군데를 다니며 약을 처방받았다"라고 폭로했다.
유족은 '사건반장'을 통해 고인을 향해 동료 기상캐스터들이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괴롭힌 내용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 기상캐스터는 "(오요안나) 완전 미친 X이다. 단톡방 나가자. 몸에서 냄새 난다. XX도 마찬가지"라며 "또 X가 상대해줬더니 대들어. ('더 글로리') 연진이는 방송이라도 잘했지. 피해자 코스프레 겁나 해. 우리가 피해자"라고 말하는 등 폭언으로 괴롭혔다.
즉각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최근까지 방송에 출연해왔던 김가영은 결국 자진하차 결론을 내렸지만 자신의 직접적인 사과 등의 언급은 전혀 없었고 MBC 역시 유튜브 댓글창을 막기에만 급급했다.
이와 관련, MBC는 지난 1월 31일 공식입장을 통해 "고 오요안나 사망의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라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는 법률가 등 복수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게 되며, 회사 내 인사 고충 관련 조직의 부서장들도 실무위원으로 참여해 정확한 조사를 뒷받침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는 주말 사이 사전 준비를 거쳐 다음주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라며 "고인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직후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해왔으며, 지금까지 확보된 사전조사 자료 일체를 위원회에 제공해 원활하고 신속하게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 감독 기구이기도 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도 사태 파악에 나선 상태다.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은 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게재하고 "MBC의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인 저는 설 연휴 기간 중 그(오요안나)의 안타까운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공영방송 MBC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는 것만으로도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즉시 MBC쪽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대응방안을 청취한 뒤 전면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MBC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곧 착수하겠다고 보고했다"라고 알렸다.
권 이사장은 "진상조사위원회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해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주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이 조사 과정이 억울함을 풀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방송문화진흥회는 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MBC와 함께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 아울러 기상캐스터를 포함한 프리랜서들의 노동 환경 전반을 점검하여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겠다. 다시 한번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라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진상조사에 나선 MBC를 향한 시선은 현재 매우 곱지 않은 편인 듯하다.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입장 발표가 빠르지도 않았고 뉴스 등을 통해서도 대대적인 보도는커녕 사실상 침묵에 가까울 정도로 언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상조사 결과를 떠나 이 사건이 벌어진 MBC에서 기상캐스터로 근무했던 이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과거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들이 나왔다는 점에서도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당연히 제대로 된 조사 없이 결과를 발표해서도 안되겠지만 들끓는 최소한 여론의 눈치는 봐가며 신속히 조사에 임해야 할것 같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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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故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캡처 |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임지연이 연기한 빌런 박연진이 (상황은 다르지만) 현실에서도 직접적으로 언급될 거라 예상하는 게 이렇게 쉬웠던 걸까. 점차 커져만 갔던 사회적 인식 속에 직장 내 괴롭힘이 누군가의 극단적 선택이라는 결과로 나타났을 때 터지는 여론의 공분은 걷잡을 수 없는 분위기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유족의 슬픔을 뒤로 한채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를 둘러싼 이슈들은 아직도 계속 양산되고 있다.
고 오요안나는 2024년 9월 세상을 떠났다. 향년 28세. 당시엔 사망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생전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퍼졌다. 유족들은 오요안나가 2년간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가해자로 지목된 MBC 동료 기상캐스터 2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고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한 고발장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서울 마포경찰서에 접수됐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현재 마포서에 사건이 접수됐으나 죄명이 여러 개여서 소관과 기능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 오요안나 유족은 지난 1월 31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고인이 사망하기 며칠 전 2번이나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가 결국 2024년 9월 15일 사망했다"라고 밝혔다. 유족은 고인이 동료 기상캐스터에게 약 2년간 폭언을 듣고 부당한 지시로 고통받았다며 "고인은 친구들에게도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라고 토로했고 정신과 10여 군데를 다니며 약을 처방받았다"라고 폭로했다.
유족은 '사건반장'을 통해 고인을 향해 동료 기상캐스터들이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괴롭힌 내용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 기상캐스터는 "(오요안나) 완전 미친 X이다. 단톡방 나가자. 몸에서 냄새 난다. XX도 마찬가지"라며 "또 X가 상대해줬더니 대들어. ('더 글로리') 연진이는 방송이라도 잘했지. 피해자 코스프레 겁나 해. 우리가 피해자"라고 말하는 등 폭언으로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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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캐스터 김가영 /사진=인스타그램 |
즉각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최근까지 방송에 출연해왔던 김가영은 결국 자진하차 결론을 내렸지만 자신의 직접적인 사과 등의 언급은 전혀 없었고 MBC 역시 유튜브 댓글창을 막기에만 급급했다.
이와 관련, MBC는 지난 1월 31일 공식입장을 통해 "고 오요안나 사망의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라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는 법률가 등 복수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게 되며, 회사 내 인사 고충 관련 조직의 부서장들도 실무위원으로 참여해 정확한 조사를 뒷받침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는 주말 사이 사전 준비를 거쳐 다음주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라며 "고인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직후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해왔으며, 지금까지 확보된 사전조사 자료 일체를 위원회에 제공해 원활하고 신속하게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 감독 기구이기도 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도 사태 파악에 나선 상태다.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은 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게재하고 "MBC의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인 저는 설 연휴 기간 중 그(오요안나)의 안타까운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공영방송 MBC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는 것만으로도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즉시 MBC쪽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대응방안을 청취한 뒤 전면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MBC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곧 착수하겠다고 보고했다"라고 알렸다.
권 이사장은 "진상조사위원회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해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주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이 조사 과정이 억울함을 풀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방송문화진흥회는 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MBC와 함께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 아울러 기상캐스터를 포함한 프리랜서들의 노동 환경 전반을 점검하여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겠다. 다시 한번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라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진상조사에 나선 MBC를 향한 시선은 현재 매우 곱지 않은 편인 듯하다.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입장 발표가 빠르지도 않았고 뉴스 등을 통해서도 대대적인 보도는커녕 사실상 침묵에 가까울 정도로 언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상조사 결과를 떠나 이 사건이 벌어진 MBC에서 기상캐스터로 근무했던 이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과거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들이 나왔다는 점에서도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당연히 제대로 된 조사 없이 결과를 발표해서도 안되겠지만 들끓는 최소한 여론의 눈치는 봐가며 신속히 조사에 임해야 할것 같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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