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그렇게 화내진 않는데''...MVP 김단비에게 위성우란? ''내 농구의 아버지다''[오!쎈 인터뷰]
입력 : 2025.02.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용산구, 고성환 기자] 김단비(35, 우리은행)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위성우 감독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따.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24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을 개최했다.

주인공은 김단비였다. 그는 통계 부문부터 4관왕을 거머쥐며 시작했다. 그는 경기당 평균 득점 21.10점, 리바운드 10.90개, 스틸 2.07개, 블록슛 1.52개를 기록하며 득점상과 리바운드상, 블록상, 스틸상을 휩쓸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단비는 최고 공헌도(964.45)를 기록하며 윤덕주상을 받았고, 우수수비선수상까지 석권했다. 그의 이름은 당연히 BEST 5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김단비는 김소니아와 함께 포워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통산 9번째 BEST 5를 차지했다. 

대망의 MVP도 김단비의 몫이었다. 약체로 평가받던 우리은행을 이끌고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낸 그는 기자단 투표 116표 중 116표를 획득하며 2년 전 놓쳤던 만장일치 MVP까지 달성했다. 역대 6번째 만장일치 MVP. 지금까지 한 표의 이탈도 없이 MVP를 수상한 선수는 정선민 전 감독(2회)과 박지수(3회)뿐이었다.

커리어 두 번째 MVP를 손에 넣은 김단비는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인 8관왕의 영예도 안았다. 그는 MVP를 비롯해 윤덕주상, BEST 5 포워드, 우수수비선수상, 득점상, 리바운드상, 스틸상, 블록상을 휩쓸며 2023-2024시즌 8관왕을 기록한 박지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수상 직후 김단비는 "MVP를 받고 새로운 시즌을 시작할 때 말로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속으로는 힘들었었다. MVP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고 한 경기 못하면 은퇴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압박감을 받았다. 이제 그만할까 고민하기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위성우 감독에 대한 애정도 표현했다. 김단비는 "위성우 감독님은 이걸 10년 넘게 하겼다. 왕관의 무게를 이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공부하시는지 보면서 나도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었다. 내 목표는 감독님 최고의 작품이 되는 것"이라며 "나중에 감독님께 김단비가 내 최고의 제자였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 다음은 김단비와 일문일답.

- KB 스타즈를 꺾고 우승을 확정한 경기에서 막판에 위성우 감독에게 의견을 냈다가 살짝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정말 복잡하고 깊은 관계 같은데 김단비에게 위성우 감독이란?

당시 내가 마지막 공격을 해야 했다. 어떤 매치가 나을지 감독님께 설명드린 거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이미 선수들 위치를 정해줬기 때문에 그냥 하던 대로 하라고 하셨다. 경기하면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또 감독님께서 선수 말을 잘 들어주셔서 그런 장면이 나온 것 같다. 한 장면으로 오해하실 수 있는데 생각보다 작전 타임에 선수들 말에 많이 귀기울여주신다. 

내게 감독님은 어떤 존재라고 물으시면 참 대답하기 어렵다. 제2의 아빠라고 하기에는 화를 너무 내신다. 아빠도 그 정도로 화내시지 않는다.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 같다. 시작을 감독님과 같이 했고, 시작을 잘했기 때문에 우리은행으로 돌아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농구의 아버지이지 않을까 싶다. 내 농구를 만들어주신 분 같다

- MVP를 받고 2년 동안 많이 힘들었고, 그만할까 고민도 했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보면 건방진 소리일 수 있다. MVP를 타고 나서 힘들었다는 말조차 '난 타보지도 못했는데 저런 생각을 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난 박지수가 왜 힘들어 했는지 너무나 이해가 갔다. MVP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느꼈다. 정말 존경스럽다. 

MVP를 받고 나니 자존심만 세지더라. 꼴찌는 하기 싫었다. 하지만 팀 상황상 약체로 평가되고 내가 봐도 조금 힘들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꼴지를 피하고 플레이오프라도 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면 '내가 매 경기 하드캐리해야 하는데', '내가 못하면 팀이 무너지는데' 라는 압박감이 들었다. 또 초반에 잘하다 보니 나중엔 잘할 때보다 못할 때 주목받더라. 그래서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시즌 중반에 많이 힘들었다.

- 이번엔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했다. 이번에도 압박감이 될까 혹은 이젠 좀 압박에서 자유로워졌나.

사실 자유로워질 순 없는 것 같다. 올 시즌 새로운 목표가 좋은 멤버로 우승을 해봤으니 전력이 조금 떨어진 상태에서 최고참,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거두자는 거였다. 그런데 MVP까지 탔다. 사실 이젠 모든 목표를 이뤘다. 없다고 봐도 된다. 물론 목표는 없으면 안 된다.

근데 압박감을 더 이상은 갖고 싶지 않다.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내가 최고가 되기보다는 내 도움으로 다른 선수들이 더 발전하고 성장하면 좋겠다. 선수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있다. MVP에 맞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자는 생각은 조금 내려놓고자 한다.

- 위성우 감독이 여자농구 경쟁력에 대한 말을 꺼냈다.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을까.

여자농구에 대해선 나도 한 번씩 얘기를 한다. 많이 조심스러웠지만, 나도 그렇고 최고참 언니들도 한 번씩 이야기하곤 한다. 예민한 이야기지만, 노력을 안 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예전보다는 편함을 추구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모든 운동이 그럴 거다. 나보다 더 예전 선배들은 '헝그리 정신'으로 정말 열심히 하셨는데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조금은 사라졌다. 우리가 프로라면 편한 것보단 스스로 구렁텅이로 빠져 들어갈 만큼 힘든 걸 찾아서 해야 하지 않나 싶다. 결국 우리는 몸으로 하는 직업이다. 연습도 더 많이 해야 한다. 화려한 거보단 기본기부터 다지면 좋지 않을까 싶다. 많이 조심스럽게 돌려서 이야기할 순 없을 거 같다.

- 8관왕으로 받은 상금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

상금이 조금 많더라. 옆에서 애들이 계산해 줬는데 많았다. 선수들한테 밥도 사주고 감사한 분들께 선물도 하려 한다. 일단은 우승하고 팬미팅을 하겠다고 말했는데 지키지 못했다. 올 시즌이 끝나고는 어떻게든 팬분들께 감사함을 꼭 전하고 싶다

- 위성우 감독이 이명관에게 지도상 상금을 준다고 했을 때 다들 어떤 반응이었는가.

상금 300만 원을 15명으로 정확히 나눠갖자고 장난쳤다. 감독님이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셔서 나도 MVP를 받으면 상금을 누구에게 줘야 하나 싶은 고민하게 되더라. 명관이가 올 시즌 정말 많이 좋아졌고, 고생했기 때문에 감독님이 그렇게 하신 것 같다. 우리도 충분히 동의하게 되더라.

- 이제 플레이오프가 남아있다. MVP 부담을 좀 내려놓을 생각인지.

MVP의 부담은 이번 시즌까지 가져가겠다. 정규리그 MVP를 탔다고 플레이오프를 내려놓을 순 없다.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은 영혼을 갈아넣어서라도 죽어라 뛰겠다. 그렇다고 농구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정규리그에서도 선수들이 잘 받쳐줬다. 다만 플레이오프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생각보다 없어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그래도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해 왔고, 그대로 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승을 했으니 스스로 강팀의 선수라는 자부심을 지니고 임해주면 좋겠다.

- 만장일치 MVP 수상을 예상했는지.

이번 시즌 MVP를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다. 거의 우승팀에서 나올 확률도 높지 않은가. 시즌 시작하기 전엔 플레이오프가 목표였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까 우리가 2위가 아닌 1위더라. 그래도 또 따라잡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우승을 했다. 솔직히 그러고는 MVP를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만장일치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모든 분들이 한마음으로 나를 뽑아주시는 건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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