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년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 대회, 시작도 하기 전에 '논란'
입력 : 2025.03.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케임브리지 대학 여자팀 선수들이 지난해 3월 보트 레이스에서 옥스퍼드 대학팀을 꺾은 뒤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케임브리지 대학 여자팀 선수들이 지난해 3월 보트 레이스에서 옥스퍼드 대학팀을 꺾은 뒤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24년 대회 두 대학의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2024년 대회 두 대학의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 대회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 간의 조정 경기(이하 옥스브리지 조정 경기)다. 1829년에 시작된 이 경기는 올해로 196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횟수로 따지면 이 경기는 올해로 170회를 맞이한다. 아직 연례 정기전으로 자리잡지 못한 19세기 말을 포함해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등으로 휴지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기는 영국의 계관시인으로 유명한 윌리엄 워즈워드(1770~1850)의 조카인 당시 옥스퍼드 대학생 찰스 워즈워드(1806~1882)와 그의 사립학교 동문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니던 친구가 함께 만든 대회다.

런던 템스강에서 펼쳐지는 옥스브리지 조정 경기는 엄밀히 말해 영국을 대표하는 두 명문 대학의 스포츠 행사였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이 경기는 런던에 25만 명 가량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런던의 자랑거리가 된 두 대학의 조정 경기는 오는 4월 12일(현지시간)에 펼쳐진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시작하기도 전에 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대회를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    /AFPBBNews=뉴스1
지난해 대회를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 /AFPBBNews=뉴스1
이유는 선수 자격 문제 때문이다. 지난 21일 '가디언' 등 영국 주요 언론은 케임브리지 대학 남녀 대표 선수로 2025년 옥스브리지 조정 경기에 참가 신청을 했던 3명의 선수가 출전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모두 교사 육성을 위한 대학원 과정(PGCE)에 재학하고 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패널 위원회가 옥스퍼드 대학이 제기한 문제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당초 옥스퍼드 대학은 "교사 육성을 위한 대학원 과정은 정식 학위를 받는 코스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두 학교의 조정 경기에 이 과정에 있는 선수들이 출전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영국 언론들은 공정하지 못한 차별적 처사라는 논평을 쏟아 냈다. 케임브리지 대학 조정 클럽의 회장은 "교사 양성 대학원 과정은 매우 가치 있는 코스다. 과거에도 이 과정에 재학 중인 선수들은 두 대학의 조정 경기에 참가했다"며 패널 위원회의 결정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대회 트로피를 들어보이는 케임브리지 대학 남녀 조정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지난해 대회 트로피를 들어보이는 케임브리지 대학 남녀 조정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흥미롭게도 패널 위원회의 결정은 최근 두 대학의 조정 경기에서 지속됐던 케임브리지 대학의 압도적 우세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옥스브리지 남자 경기에서 케임브리지 대학이 5번 이겼고 여자 경기에서는 7년 연속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이 승리했다.

특히 올해 옥스브리지 조정 경기에 출전 불가 통보를 받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남자 선수는 과거 23세 이하 조정 세계 챔피언이었던 매튜 헤이우드였다. 이 때문에 케임브리지 대학에 대한 옥스퍼드 조정 클럽의 라이벌 의식이 이번 결정에 강하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올해 옥스브리지 조정 경기의 후원사는 샤넬이다. 지금까지 스포츠 이벤트에 직접적인 후원을 하지 않았던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샤넬의 첫 스포츠 후원이다. 그래서 올해 옥스브리지 조정 경기는 '더 샤넬 J12 조정 경기(The Chanel J12 Boat Race)'로 명명됐다. J12는 샤넬이 출시한 남녀 공용 시계의 이름이다.

샤넬이 옥스브리지 조정 경기에 후원사가 된 결정적 이유는 두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향후 고액 연봉을 받는 인재가 돼 샤넬 브랜드의 잠재적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엇보다 두 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학생들이 샤넬 브랜드에 더욱 큰 호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다.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의 '보트 레이스' 로고.  /AFPBBNews=뉴스1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의 '보트 레이스' 로고. /AFPBBNews=뉴스1
그런데 올해 옥스브리지 조정 경기에 교사 양성 대학원 과정을 다닌다는 이유로 출전이 거부된 2명은 여자 선수다. 더욱이 전통적으로 두 대학의 교사 양성 대학원 과정에는 여학생이 많았다. 이 때문에 샤넬의 옥스브리지 조정 경기 스폰서십은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옥스브리지 조정 경기는 지난 2012년 큰 전환점을 맞았다. 경기 도중 한 명의 외부인이 강에 뛰어 들어 두 대학 간의 경기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경기를 방해한 호주 출신의 트렌튼 올드필드는 당시 "영국 사회의 엘리트 주의와 불평등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강에 뛰어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영국 사회에서는 이 '보트 레이스(Boat Race)'가 학벌과 엘리트 의식을 과시하기 위한 '보스트(Boast·뽐냄, 자랑) 레이스'가 됐다는 말까지 회자됐다.

어쩌면 올해 불거진 이른바 교사 양성을 위한 대학원 과정에 대한 '학위 차별 논란'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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