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두려움 없이 휘두르던 지난해 중후반기의 모습이 사라졌다. 1년 만에 지난해 초반의 악몽을 되풀이하고 있다. 초기화된 타선은 물방망이가 됐고 타석에 들어서는 누구나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롯데는 지난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2-5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롯데는 개막 첫 5경기를 1승 4패로 마무리 하고 홈인 사직구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앞서 4경기 모두 침묵했던 타선이 이날 역시도 터지지 않았다. SSG 선발 박종훈의 제구 난조를 틈타 1회 윤동희와 정훈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나승엽 레이예스 전준우의 중심 타선이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2회에도 선두타자 손호영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3회에도 윤동희와 정훈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나승엽의 투수 땅볼이 진루타가 되며 1사 2,3루 기회를 잡았고 레이예스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계속된 2사 3루에서 전준우가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4회에도 1사 후 박승욱의 몸에 맞는 공과 2루 도루로 1사 2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전민재가 삼진으로 물러난 뒤 정보근이 중전 적시타로 2-0을 만들었다. 그러나 윤동희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2루 기회에서 정훈은 삼진을 당하며 득점에 실패했다.

2-0의 리드를 잡았지만 이미 잔루가 6개였다. 결국 득점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롯데는 4회말 2-2 동점을 허용했다. 선발 나균안이 3이닝 퍼펙트로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었지만 SSG의 집중력은 롯데와 사뭇 달랐다. 

이후 SSG 두 번째 투수 김건우에게 틀어막힌 롯데 타선이다.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며 4회 2사 후 정훈부터 10타자가 연속 범타로 물러났다. 8회 선두타자 나승엽이 몸에 맞는 공으로 11타자 만에 1루를 밟았지만 레이예스의 병살타가 나왔다. 9회 1사 후 한태양의 볼넷과 대타 유강남의 우전안타가 나왔지만 역시 기회를 못 살렸다. 7개의 잔루를 남겼다.

개막 이후 경기력을 보면 이날의 침묵이 이상하지 않다. 개막 5경기에서 2점, 2점, 3점, 1점, 2점을 뽑았다. 5경기에서 10점, 경기 당 2점에 불과하다. 현재 롯데 타선은 10개 구단 중 최악에 가깝다. 팀 타율 2할1리, 팀 OPS .523로 모두 9위다. 홈런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하나도 치지 못했다. 대신 병살타는 10개로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1위다.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주지 못하니 타선이 물방망이가 됐다. 1년 전, 개막 이후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했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1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롯데의 코어가 된 ‘윤고나황’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승민은 11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고 내복사근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윤동희는 타율 2할(15타수 3안타), 나승엽은 타율 1할5푼8리(19타수 3안타), 황성빈은 타율 1할8푼2리(11타수 2안타)로 집단 침묵에 빠졌다.

지난해 개막 초반 침체된 타선을 일깨운 ‘트레이드 복덩이’ 손호영도 롯데에서 처음 치르는 풀타임 시즌, 시작이 안 좋다. 타율 2할1푼1리(19타수 4안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3타점을 기록 중이다. 베테랑 전준우도 타율 1할8푼8리(16타수 3안타)로 부진하고 ‘202안타’ 신기록을 때려냈고 또 지난해 타선을 온몸으로 지탱한 레이예스도 현재 타율 2할1푼1리(19타수 4안타)로 침묵 중이다. 

김태형 감독의 고민은 깊어지고 답답함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타선은 작년에도 좋지 않았다. (윤)동희, (나)승엽이, (고)승민이도 초반에 좋지 않아서 다 2군에 내려갔다오지 않았나. 올해도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 정도 기량의 선수들이 아닌데 아직 커리어와 경험이 부족하다. 실력을 떠나서 경기 흐름을 읽고 싸울 줄 아는 점이 부족하다”라고 말한 김태형 감독이다.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를 딛고 ‘노피어’ 야구의 향수를 느끼게 했던 롯데 타선이다. 개막 초반 부진했지만 롯데는 이후 대대적인 타선 리빌딩을 단행했다. 모험적인 선택이 성공으로 귀결되며 리그에서 손꼽히는 타선으로 탈바꿈 했다. 팀 타율 2할8푼5리로 리그 2위, 2루타 285개로 1위, 팀 OPS 2위에 올랐다. 

하지만 타선이 1년 만에 지난해 시즌 초반으로 초기화됐다. 두려움 없이, 거침없이 휘두르던 방망이는 한없이 무뎌졌다. ‘노피어’ 대신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피어’만 쌓여가고 있다. 

롯데는 28일부터 KT 위즈와 홈 개막 3연전을 치른다. 과연 롯데는 홈 개막 3연전에서 반전을 마련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