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필주 기자] 전 토트넘 감독 해리 레드냅(78)이 토마스 투헬(52)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비하하면서 '나치 경례'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가디언'은 28일(한국시간) 영상과 함께 포츠머스, 토트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등을 지휘했던 레드냅이 투헬 감독을 '독일 스파이'라고 부른 후 나치 경례로 보이는 행동까지 했다고 전했다.
레드냅은 실제 지난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자선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잉글랜드가 과연 독일인 감독을 선임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행사는 투헬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가 유럽 월드컵 예선에서 알바니아와 라트비아를 상대하기 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는 지난 22일 알바니아를 2-0, 25일 라트비아를 3-0으로 각각 이겼다.
그러자 레드냅은 "모르겠다"고 답한 후 "솔직히 난 그가 독일 스파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이다. 그는 우리를 망치러 온 것"이라며 "그 전쟁 당시 '로드 호 호' 같은 존재다. '우리는 너희 최고의 군인들을 사로잡았다' 뭐 이런 식"이라고 밝혔다.
로드 호 호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위해 선전 방송을 했던 영국 출신 윌리엄 조이스의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영국군에 의해 체포돼 사형에 처해졌다.
레드냅은 이어 마치 투헬이 지령을 받은 것처럼 상상하면서 "'가서 그 팀을 망쳐놔라'라고 했겠지"라는 농담으로 청중들을 웃긴 뒤 독일 억양을 흉내 내며 "야"라고 말하며 왼팔을 들어 올려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동작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레드냅은 곧 "난 가봐야겠다. 내 회계사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자리를 떴다. 그러자 청중들은 환호와 박수로 레드냅을 떠나보냈고 레드냅은 이 행사에서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투헬은 잉글랜드 대표팀을 맡은 최초의 독일인 감독이다. 고(故) 스벤-예란 에릭손(스웨덴)과 파비오 카펠로(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 외국인 감독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투헬의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 반응이 갈리기도 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1면에 '잉글랜드의 암흑의 날 – 삼사자가 독일인 감독에게 도박을 걸다'라는 제목을 내걸기도 했다.
이에 당시 영국 주재 독일 대사인 미겔 베르거는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극히 일부일 뿐이며, 시대에 뒤처진 생각"이라며 "잉글랜드는 이미 외국인 감독을 경험한 적이 있고, 이번 선임이 새로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용기 있고 명확하며, 매우 영리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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