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찬 볼프] 손흥민, 조급한 프로에서 즐거운 소년으로 돌아오다
입력 : 2012.01.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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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마르벨라(스페인)] 손흥민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함부르크의 전지 훈련 장소인 스페인 마르벨라의 호텔 로비에서도, 식당에서도, 훈련장에서도 손흥민은 다시 자신만의 쾌활함을 발산시키고 있다. 토어스텐 핑크 감독과 프랑크 아르네센 단장은 손흥민에게 여유를 가질 것을 조언했다. 스페인 전지훈련이 시작된 요즘 손흥민은 그 조언을 분명히 이해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2012년 손흥민의 팀 내 입지는 함부르크 스쿼드에서 3순위 공격수가 될 공산이 크다. 마르쿠스 베리(24)는 쇄골 부상으로 마르벨라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몇 주간의 휴식이 더 필요한 상태다. 핑크 감독의 4-4-2 포메이션에서도 최전방 두 자리는 이미 믈라덴 페트리치(31)와 파올로 게레로(27)가 차지했다. 게레로는 연말부터 좋은 활약으로 보너스 점수를 따냈다. 페트리치도 최근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론 손흥민도 지금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손흥민은 익숙하지 않은 새 임무에 열심히 적응 중이다. 바로 올 시즌 함부르크를 이끌었던 측면 공격수 괴칸 퇴레(19)의 부상 때문이다. 예전에도 손흥민은 공격진에서 부상 공백이 발생할 때마다 출전 기회를 잡아왔다. 이보 일로세비치(25)와 마르셀 얀센(26)이 각각 좌우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긴 하지만 손흥민에게도 승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벨기에의 브뤼게를 상대했던 평가전은 손흥민에게 중대한 도전이었다. 하프타임 일로세비치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손흥민은 후반 내내 오른쪽 측면에서 활약하며 함부르크의 2-1 역전승에 크게 기여했다. 영리한 패스로 또 다른 능력을 입증했다. 결승골도 손흥민이 올려준 정확한 크로스에서 만들어졌다. 핑크 감독도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나는 한번도 손흥민을 우리 팀 전력에서 빼놓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이 자신의 잠재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발휘할 수 있을까? 브뤼게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오른쪽 날개로 자리를 옮기면서 팀 플레이에 더 적극적으로 가담할 수 있었다. 지난 몇 주간 목격되었던 불안한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긍정적이다. 함부르크식 선수 조련법이 효과를 발휘한 것일까?

핑크 감독과 아르네센 단장은 그 동안 공개석상에서 손흥민에 대한 언급에 매우 신중해 했다. 그들은 ‘한번에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무리한 강도의 훈련을 계속하던 손흥민과 많은 대화를 가지며 정성을 쏟았다. 지난 12월 아르네센 단장은 “지금 손흥민은 더 많은 훈련이 필요을 필요로 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연습벌레’ 기질이 완전히 버려지진 않았다. 마르벨라 전지훈련 캠프에도 손흥민은 도무지 조용히 지내지를 않는다. 매일 두 차례의 훈련이 끝나고 다른 선수들이 버스로 향할 때까지 손흥민은 계속해서 골대를 향해 슈팅 연습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더 이상 손흥민이 조급해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냥 공을 갖고 노는 어린 소년의 모습처럼 보인다. 손흥민에게 웃음이 돌아왔다.

글. 세바스찬 볼프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 함부르크SV 담당 기자)
번역. 고창인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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