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후광 기자] ‘120억 원 캡틴’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은 소름이 돋았고, 박진만 삼성 감독은 순간 감정이 북받쳐 울컥했다. ‘엘도라도’가 대체 뭐길래 삼성이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프로야구 삼성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6년 동안 경기장에서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었던 왕조의 응원가 ‘엘도라도’가 7년 만에 부활한다는 뉴스였다.
엘도라도 응원가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은퇴경기였던 2017년 10월 3일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2018년부터 저작권 문제가 얽히며 경기장에서 공식 사용이 불가했다. 삼성은 공교롭게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위-8위-8위-3위-7위-8위에 그치며 4년 연속 통합 챔피언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물론 이 같은 결과가 엘도라도 응원가와 큰 연관은 없겠지만 선수도 팬도 모두 ‘최강삼성 승리하리라’라는 가사와 멜로디를 그리워하며 암흑기를 보냈다.
엘도라도 부활을 주도한 건 삼성 구단 최초 선수 출신 단장인 이종열 단장이었다. 삼성 팬들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사방팔방을 직접 뛰어다녔고, 유정근 대표이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며 7년 만에 왕조 응원가가 부활했다. 엘도라도 응원가 원곡이 독일 노래인데 유 대표이사가 삼성 라이온즈의 모기업인 제일기획 독일 법인까지 연락을 취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도라도가 부활한 덕분일까. ‘언더독’으로 평가받던 삼성은 개막 2연전에서 ‘우승후보’ KT를 만나 2009년 이후 15년 만에 개막시리즈를 스윕하는 쾌거를 해냈다.
개막전에서는 뉴 에이스 코너 시볼드의 퀄리티스타트 호투와 함께 2-2로 맞선 연장 10회 KT 마무리 박영현 상대 대거 4득점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이튿날 2선발 데니 레예스가 역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가운데 타선이 장단 18안타에 11점을 뽑는 화력을 뽐내며 11-8 승리를 이끌었다.
수원KT위즈파크 3루 관중석은 이틀 동안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원정임에도 수많은 삼성 팬들이 관중석에서 푸른 물결을 이뤄 KT의 창단 최초 개막 2연전 만원사례에 기여했고,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7년 만에 부활한 엘도라도를 목청껏 부르며 왕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KT를 압도한 삼성의 기대 이상의 경기력과 엘도라도가 금상첨화를 이뤘다.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더그아웃 안쪽에 있어서 (엘도라도를) 잘 못 들었는데 요즘 SNS, 유튜브 등이 너무 잘 돼 있어서 끝나고 들었다. 뭉클하고 웅장한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 울컥했다”라며 “경기 후 영상들이 많이 올라왔는데 올라오는 영상마다 엘도라도가 다 들어가 있더라. 그래서 영상을 많이 보고, 노래도 많이 들었다”라고 부활한 엘도라도를 들은 소감을 전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감회는 더욱 남달랐다. 주장 구자욱은 “소름 돋는 순간이었다. 전율을 느꼈다. 엄청 기분 좋았다”라고 감격하며 “팬들이 오래 기다렸다고 들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불러주셨고, 힘이 났다.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엘도라도가 더 자주 울려퍼질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엘도라도는 24일 3타수 2안타 1볼넷 3득점으로 리드오프의 정석을 뽐낸 김지찬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삼성에 입단해 그라운드에서 처음 엘도라도의 열기를 체험한 그는 “처음 들어보는 거였는데 되게 웅장했다.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라고 삼성맨의 프라이드를 한껏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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